50년 만에 1억→1조5489억원…대회마다 ‘신기록 중계권료’

입력 2018-02-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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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열린 평창올림픽 개막식. 평창올림픽 주관방송사인 미국 NBC는 대회 기간 동안 2400시간 이상 중계하는 조건으로 IOC에 중계료 9억6300만 달러(1조506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NBC 관계자는 8일 평창올림픽 광고 판매액이 9억 달러(9819억원)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는 소치올림픽보다 1억 달러 이상 많은 액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956년 코르티나 담페초 대회 첫 TV 전파
1964년 인스부르크 대회 첫 전종목 생중계
2014년 소치 땐 200개국 310개 채널 송출
평창 대회선 美 NBC서 총 2400시간 중계

드디어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의 역사적인 개막행사가 9일 지구상 모든 가정으로 파고들었다. 이번 행사는 전 세계 50억 명의 인구가 TV나 PC, 모바일 등을 통해 지켜본다고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마케팅가이드는 예측했다.

개막식의 키워드는 정선아리랑과 통가 근육맨, 남북한 공동입장,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의 성화전달, 피겨여왕 김연아의 성화점화 그리고 대한민국의 놀라운 ICT기술(LED 아트와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화려한 그래픽 기술, 평창 밤하늘을 날았던 드론 오륜기) 등으로 정리된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을 현장에서 취재했던 기자로서는 30년 만에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을 해왔는지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동시에 엄청난 자부심도 느낀다. 1924년 알프스 산기슭의 작은 마을 프랑스 샤모니에서 제1회 동계올림픽(최초는 올림픽 동계주간으로 불림, 1925년 프라하 총회에서 동계올림픽으로 추인)이 벌어질 때만해도 이처럼 전 지구인이 즐기는 대형 행사로 발전할지는 누구도 몰랐다. 방송의 발전이 없었다면 올림픽은 지금도 여전히 그들만의 소박한 잔치로 남았을 것이다.

1936 베를린 올림픽 개막식.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올림픽 방송 역사 시작은 히틀러와 괴벨의 공?

올림픽에 처음 방송이 등장한 것은 1936년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과 베를린에서 열렸던 동, 하계대회 때다. 누구보다 대중선전에 능했던 히틀러의 심복 괴벨은 올림픽의 상징으로 성화를 등장시켰고 라디오 방송과 영화를 통해 체제의 우월성을 독일국민은 물론 적대국에게도 선전하고자 했다.

처음으로 방송 중계권료가 올림픽에 등장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동·하계 올림픽이 2차례 취소된 뒤 다시 열린 1948년 런던하계올림픽 대회 때다. 영국의 BBC는 올림픽의 중계권료로 1000파운드(144만원)를 지급했다. 동계올림픽을 처음으로 현장에서 안방으로 중계했던 대회는 1948년 스위스 생 모리츠 때였다. 미국의 한 방송사가 대서양을 건너 유럽 현지에서 벌어진 경기상황을 미국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도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방송은 라디오의 영역이었다. 동계올림픽에 TV가 등장한 것은 1956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대회 때부터다. 이탈리아 국영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이 경기를 중계했다. 이 가운데 스키와 아이스하키 스케이팅 경기는 유러비전이 생방송으로 유럽 각국에 중계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곳은 눈과 얼음이 있는 산골인데 이런 오지로 많은 사람이 갈수 없는 현실의 제약이 있다. 그래서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TV방송의 등장은 필요했다.

TV는 올림픽의 인기를 높이는 결정적 요소였다. 초창기 메이저리그 야구가 라디오 방송중계와 함께 성장하고 FIFA월드컵이 1970년 멕시코 대회에서 처음 시도된 컬러TV 중계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발전한 것과 같은 이치다.



● 대회 때마다 신기록을 세우며 상승하는 방송중계권 계약

1960년 미국 스쿼밸리 대회는 미국의 방송사가 5만 달러(약 5000만원)를 주고 중계권을 샀다. 1964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이 생중계 됐다. 중계권료는 94 만 달러(약 1억원)이었다. 4년 뒤인 1968년 프랑스 그로노블 대회 때는 250만 달러(31억원)로 훌쩍 뛰었다. 1972년 일본 삿포로 대회 때는 850 만 달러(102억원)로 점프했다.

후안 사마란치 IOC 위원장의 장기집권 시절인 1980년대 이후 올림픽은 방송과 손잡고 엄청난 부를 만들어냈다. 지나친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순수한 아마추어 스포츠경기가 방송사의 수익을 위한 아이템으로 전락한다는 지적도 받았지만 쏟아지는 돈 앞에서는 누구도 침묵했다. 역대동계올림픽 방송 중계권료가 어떻게 변했는지 관련 표를 보면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1998년 일본 나가노 대회 때는 미국의 CBS를 비롯해 유럽, 일본, 캐나다 등 6개 방송사가 5개 경기센터의 취재를 나눠서 맡았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는 미국 NBC와 유럽의 UER, 일본, 캐나다를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라틴 아메리카와 대한민국이 새로 추가됐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는 아메리카대륙과 아시아대륙 전체, 유럽연합, 오세아니아 지역에 이어 아프리카대륙도 추가됐다. 당시 아프리카대륙의 중계권료는 60만 달러였다. 지구상 모든 대륙이 동계올림픽 방송에 참가하는 첫 글로벌 대회였다. 2010 캐나다 밴쿠버 대회는 처음으로 1000명을 고용한 올림픽방송사 CBS가 5.1서라운드 사운드 풀HD 방송으로 주관방송사 역할을 맡았다. CBS는 합계 900시간의 생중계권을 가진 235개 나라의 TV방송사와 지국에 영상을 송출했다. 대회의 시청자는 35억 명으로 추산됐다.

2014 러시아 소치 때는 3200명 직원으로 구성된 올림픽방송서비스(OBS)가 올림픽비디오시스템 활용 전담했다. OBS는 중계권을 가진 8개 방송사에 합계 1300시간 동안 생중계로 송출했다. 경기는 200개 나라에 310개 지상파 채널을 포함해 41개 채널을 통해 중계됐다.

이번 평창대회는 미국의 NBC유니버설이 지상파 NBC뿐 아니라 계열 케이블방송사, 인터넷(모바일 포함)채널 등을 총동원해 올림픽기간 동안 총 2400시간 이상을 중계한다. 겨울올림픽 사상 최장 시간 중계기록이고 사상 첫 UHD 지상파 중계다. 이제 올림픽과 방송중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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