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부르는 마스코트 ‘슈니맨’…행운의 상징으로

입력 2018-02-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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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의 모든 것

1968년 대회서 동·하계 통틀어 첫 등장
눈사람·동물·역사적 인물 등 각양각색


북한 여자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입촌식 때 화제가 된 장면이 있다. 다소 긴장한 표정의 북한 선수들이 대회 마스코트 수호랑을 보자 먼저 다가가 털을 만져보며 신기해했다. 신나게 함께 강강술래도 했다. 이처럼 마스코트는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들의 경계심을 풀게 하고 마음의 문도 쉽게 연다.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는 우리의 전래설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무섭지만 친숙한 호랑이다. 이름은 수호랑이다. 도전정신과 열정이 가득한 마스코트다. 관중을 보호한다는 뜻의 수호와 강원도 정선아리랑을 상징하는 랑의 복합어다.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의 마스코트였던 호돌이와 30년 나이 차가 나는 수호랑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2016년 6월 세상에 태어났다. 올림픽과 마스코트의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올림픽에 마스코트가 처음 등장한 대회는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대회 때 동·하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마스코트가 등장했다. 슈스라는 이름의 마스코트는 스키를 타는 붉은 얼굴의 나무 인형 모습이다. 머리에는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이 새겨져 있다.

동계올림픽에 마스코트가 다시 등장한 것은 8년 뒤 1976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회였다. 당초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환경파괴와 재정부담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개최권을 반납했다. 개최 3년을 남겨 놓고 새 장소를 찾던 IOC는 1964년 대회를 유치했던 인스부르크를 대타로 결정했다. 인스부르크는 마스코트로 슈니맨을 등장시켰다.

인스부르크 지방 사람들이 많이 쓰는 붉은 모자를 쓰고 코가 당근 모양인 슈니맨은 독일어로 눈사람을 뜻한다. 대회를 앞두고 눈이 부족해 군인들이 다른 곳에서 눈을 가져와야 했던 인스부르크는 마스코트 덕분인 듯 눈이 자주 내려 걱정을 덜었다. 이후 슈니맨은 행운의 상징이 됐다.

1988 캘거리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하우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너구리 늑대 북극곰 도깨비 등 다양

1980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대회의 마스코트는 로니. 처음으로 동물이 등장했다. 레이크플래시드 어린아이들이 결정했다. 아메리카 너구리(라쿤)를 형상화 했다. 원래 플레시드 호에는 로키라는 이름의 살아 있는 라쿤이 마스코트 취급을 받았는데 대회 개최 전에 죽고 말았다. 그래서 올림픽 때는 로니로 이름을 바꿔 등장시켰다. 캐피탈 스포츠사의 디자인 작품이다.

사상 처음 동물을 마스코트로 등장시킨 전통은 1984년 유고 사라예보대회 때도 이어졌다. 늑대 부치코였다. 다나르 알프스 지방에서 흔하던 늑대는 용감하고 끈질긴데다 무서운 모습이었지만 귀엽게 만들었다. 부치코는 공모전을 통해 탄생했다. 836명의 참가자들 가운데 선택받았다.

1988년 캐나다 캘거리대회의 마스코트는 쌍둥이 북극곰 하이디와 하우디다. 귀여운 곰이 카우보이 스타일의 옷차림에 캐나다 국기를 들었다. 캘거리 동물원에서 7000여 시민들의 투표로 결정됐다. 원래는 갈색 곰을 생각했으나 1980년 모스크바 하계올림픽에서 갈색 곰이 마스코트로 등장하자 북극곰을 선택했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대회는 별과 정육각형 모양 안에 들어간 작은 도깨비 마지크가 마스코트다. 붉은색 모자를 쓴 도깨비다. 별 모양은 꿈과 상상력을 상징하고 전체 컬러는 프랑스 국기의 청,백,적색을 연상시키게 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눈과 얼음덩어리도 마스코트가 된다

1994년 스웬덴 릴레함메르대회의 마스코트는 처음으로 역사속의 인물이 등장했다. 하콘과 크리스틴으로 13세기 릴레함메르 지역의 왕조에서 실제 살았던 인물이다. 귀여운 남녀 어린아이의 옷은 중세의 복장이지만 젊은이들의 비전과 흥미를 표현했다. 1998년 나가노대회 마스코트는 부엉이 4마리다. 일본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지혜를 상징하는 부엉이를 화가 마쓰시다가 디자인했다. 부엉이 이름은 각각 수키 노키 레키 추키다. 불 공기 지구 물을 상징하는데 올림픽을 만들기 위해 4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뜻도 있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대회의 마스코트는 산토끼와 코요테 흑곰이다. 각각 파우더, 콜, 코퍼로 불린 마스코트는 유타 주의 눈과 땅을 암시한다. 산토끼의 스피드와 코요테의 힘, 흑곰의 산을 타는 능력은 올림픽의 모토(빠름 높음 힘)를 상징한다. 고대 유타 지역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탓에 각각 석화에 그려진 동물모양의 목걸이를 했다.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대회의 마스코트는 네베와 글리츠였다. 눈덩이와 얼음덩이를 상징했다. 포르투갈 디자이너 페드로 알부케르케의 작품이다. 경연 대회에 출품된 작품 237개 가운데 결정됐다. 빨간색 옷을 입은 둥근모양의 네베와 파란색 옷의 사격형 글리츠는 조화와 움직임의 우아함을 상징한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대회의 마스코트는 동물과 동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콰치는 사크콰치라는 숲에 사는 짐승으로 전설 속의 유명한 캐릭터다. 미가는 육식고래, 케모데는 신화속의 물개다. 2014년 러시아 소치대회의 마스코트는 토끼와 북극곰 표범이다. 러시아 전역에서 출품된 2만4048개의 작품 가운데 12개를 먼저 뽑은 뒤 시청자들의 결선투표에서 1∼3위를 차지한 표범(28%) 북극곰(18%) 토끼(16%)를 각각 선정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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