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 윤성빈의 ‘길’을 뺏어라!·썰매장의 정보전

입력 2018-02-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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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황제를 꿈꾸는 윤성빈이 13일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아이언맨’ 헬멧을 쓰고 금메달을 기대케 하는 컨디션을 보여줬다. 역시 윤성빈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윤성빈 ‘길’뺏기 위해 정보 총력전
악마의 9번 코스? “오히려 쉬워졌다” 자신감


13일 오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 ‘스켈레톤 황제’로 불리는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는 공식연습 3차 주행을 마쳤지만 피니쉬 하우스를 떠나지 않았다. 썰매를 챙겨 스타트 하우스로 올라가 휴식을 취하며 4차 주행을 준비할 시간이었지만 친형 토마스 두쿠르스(37)와 함께 모니터 앞을 떠나지 않았다. 두쿠르스는 16번째로 훈련을 마쳤지만 20번째 주자 윤성빈(24·강원도청)의 스타트와 주행을 모니터로 세심히 관찰하며 형과 의견을 교환했다.

올림픽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월드컵 금메달 50개를 갖고 있는 두쿠르스는 압도적인 주행 능력으로 10년 동안 스켈레톤을 지배한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날 두쿠르스를 포함해 공식 훈련에 나선 참가자 중 한국선수를 제외한 28명은 모두 윤성빈의 주행을 집중 관찰했다. 각국 코칭스태프는 각 코스마다 배치돼 카메라로 윤성빈이 어떤 길로 주행하는지 분석했다.

윤성빈은 그동안 탄탄한 하체 근육을 바탕으로 한 발군의 스타트 능력으로 세계 정상에 도전해왔다. 두쿠르스는 스타트에서 윤성빈에 뒤져도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행능력으로 대등한 경기를 해왔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의 주행 경험은 윤성빈이 마르틴스를 앞선다. 올림픽슬라이딩센터는 전 세계에서 19번째, 그리고 가장 최근에 지어진 공식 스켈레톤 경기장이다. 이 곳을 제외한 18개 경기장은 두쿠르스가 윤성빈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많은 주행 경험을 갖고 있다. 단 한 곳,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가장 안전하고 빠르게 미끄러져 내려갈 수 있는 길은 윤성빈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안다.

남자 스켈레톤대표 윤성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전력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12일 1~2차 공식 주행 연습에 불참한 윤성빈은 이날 3차 훈련에서 스타트가 5초01로 두쿠르스의 4초98초보다 오히려 느렸다. 일부러 전력을 다하지 않은 듯 했다. 그러나 주행에서 앞서며 최종 50초81로 두쿠르스의 51초14를 앞섰다. 둘의 차이는 0.33초. 두 번째 주행도 스타트는 5초06으로 두쿠르스보다 또 뒤졌지만 최종 기록은 50초99로 두쿠르스(51초22)보다 오히려 0.23초 빨랐다. 훈련이 끝난 뒤 두쿠르스는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 같다”고 인정했다. 윤성빈은 두 번의 공식 연습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고도 두 번 모두 2위를 마크했다. 두쿠르스는 각각 6위와 7위에 머물렀다.

윤성빈은 루지 선수들이 곤혹을 치러 악명이 높아진 슬라이딩센터 ‘9번 커브’에 대해 “1월 훈련 때 보다 얼음 상태가 더 좋아져서 오히려 쉬워진 느낌이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1월 훈련을 마치고 진천선수촌에서 근력 운동을 하며 계속 감각을 지키려 노력했는데 대단히 만족스럽다. 스타트에 비중은 전혀 두지 않았다. 오늘 훈련은 얼음 상태 확인 및 경기감각 유지가 목적이었다. 이제 올림픽에서 얼마나 스타트를 더 줄일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 훈련해 보면 ‘각’이 나온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얼음이 참 좋다. 날씨가 춥기 때문에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좋은 경기 하겠다”고 다짐했다.

평창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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