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무장 병력 없는데 美보다 안전” 해외언론들 엄지척

입력 2018-02-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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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드론·무인비행기 등 첨단 감시시스템
경기장 곳곳 사복 입은 안전요원 순찰
외국인 위화감 주지 않고 24시간 감시
외신기자들 韓 치안 비결 질문 쏟아져

요즘 해외언론의 눈에 비친 평창동계올림픽의 경이로움 가운데 하나가 안전이다. 휴전선을 경계로 남북한이 오랫동안 대치하고 최근 핵무기와 미사일 등 조만간 큰 전쟁이 날 것 같은 위험한 뉴스만 나오던 나라에서 벌어지는 올림픽이 이처럼 평화롭고 안전하게 치러지는 것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 밤거리 어디를 돌아다녀도 위험하지 않은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몇 안 되는 안전이 보장된 나리다. 게다가 이전 올림픽과 달리 평창은 경기장 주변에 엄청난 경찰인력이나 군인들이 보이지 않는데도 치안상태가 좋고 안전이 잘 유지된다.


●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평창과 대한민국의 안전함

미국의 USA투데이는 20일(한국시간) “한국은 총기규제법 때문에 대량 살상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창올림픽의 안전을 설명했다. 현지파견된 기자는 “지난 올림픽과는 달리 중무장한 병력을 볼 수 없다”고 했다. USA투데이는 “이런 행사라면 중무장한 병력이 있을 줄 알았다. 보안요원이 없는 것 같아서 매우 낯설다”는 미국시민의 반응도 실었다.

예상 못한 안전에 외신기자들은 숨은 비결을 궁금해 했다. 최근 대회조직위원회의 일간 브리핑에서 “군인이나 경찰을 많이 배치하지 않고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이유”를 묻는 외신기자도 있었다.

USA투데이는 평창올림픽이 안전한 이유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한국의 낮은 범죄율과 강력한 총기규제 덕이다. 한국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적은 총기를 소유한다. 미국에는 3억 정의 총기가 있지만 한국에는 51만 정의 총기가 등록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대비 총기보유 비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USA투데이는 “고향 친구들이 내게 북한이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말하지만 여기가 미국보다 더 안전하다”는 어느 주한 미군의 이야기도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평창올림픽의 치안과 보안 대비상황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안전한 나라라고 해서 경계를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다. 감시카메라와 무인정찰기 등 첨단감시 장비를 사용해 위화감을 주지 않고 사각지대 없이 감시하고 있다”면서 스마트한 보안시스템을 자랑했다.

현재 평창에는 지능형 CCTV(810대), 드론, 무인비행기, 전술비행선, 차량형 X-ray 검색기(3 대), 차량 하부검색장비, 얼굴인식시스템 등의 첨단기술을 이용한 감시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 당연히 보안관제센터는 24시간 운영이다.

조직위원회는 “하루 최대 경찰관 1만3000명, 군인 5000명, 소방대원 700명, 민간인 2400여명이 투입된다. 외곽경계를 위해 산에 매복한 인력들을 뺀 숫자다. 보안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훨씬 많은 인력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총을 들고 2중 3중의 경계근무와 매복순찰도 한다. 올림픽선수촌 안에는 사복을 입은 안전요원들이 소프트 테러에 대비해 관광객으로 가장해 움직이는 등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근무한다”고 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벌어진 검은9월단 사건을 취재중인 취재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역대 동계올림픽의 보안대책은 어땠나?

사실 초창기 올림픽 때는 보안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올림픽은 평화를 위한 젊은이들의 축제였다. 경기장의 질서유지와 많은 관중들이 모이면 발생할 수 있는 사건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치안에만 신경을 썼다. 그러나 대회규모가 커지고 2차례 세계대전 이후 기존의 세계질서에 반기를 드는 세력들과 테러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보안과 선수단 및 관중의 안전은 올림픽의 중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됐다.

역대 동계올림픽 가운데 보안으로 화제가 된 대회의 시작은 1976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 대회다. 1972년 뮌헨올림픽의 선수촌 테러공격 바로 뒤에 벌어진 대회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였다.

뮌헨대회 때 선수촌의 담장을 넘어와 이스라엘 선수단을 습격했던 검은9월단의 테러에 독일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 지금과 같은 테러전담 조직이 없었기에 더 우왕좌왕했다. 사복으로 변장한 경찰이 현장을 제압하려고 이스라엘 숙소를 침투하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중계할 정도로 대응방법은 엉터리였다.

당시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인스부르크대회 조직위원회는 “싸움 없는 올림픽”을 선언하고 엄청난 인원의 무장군인과 특수경찰을 동원했다. 수 천명이 넘은 이들은 전투복 차림으로 군견과 함께 주경기장, 올림픽 선수촌과 각 경기장 주변을 순찰했다. 이들은 모든 출입을 엄격하게 감시하고 통제했다.

2002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도 경비가 삼엄했다. 2001년 발생했던 뉴욕 9.11테러 이후 벌어진 대회여서 치안을 강화하는 특별조치가 내려졌다. FBI와 군인 경찰 정보국에서 나온 1만2000명의 요원이 치안을 담당했다.

2010 러시아 소치 대회는 역대 동계올림픽 가운데 안전을 위해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 러시아 정부는 소치로 통하는 단 하나의 길목만을 개방하고 연방보안국 요원들을 배치해 등록된 차량만 출입할 수 있도록 통제했다. 러시아는 이슬람 세력 등의 테러위협에서 선수단과 방문객을 보호한다며 소치를 중심으로 가로 70km, 세로 100km의 특별 경계구역을 설정했다. 러시아 정부는 무려 10만명이 넘는 경찰과 치안요원 군인을 소치에 투입했다. 조직위원회는 보안과 안전을 위한 비용으로만 무려 1조8550억원을 썼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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