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연예계 삼킨 ‘미투 쓰나미’

입력 2018-02-2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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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연예계로 확대되고 있다. 배우 조민기에 이어 조재현, 영화 ‘흥부’의 조근현 감독(왼쪽부터)까지 잇따라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동아닷컴DB

조재현·조민기 성추행 의혹으로 확산
진위 미확인 오달수·곽도원도 휘말려
루머·여론몰이 인한 마녀사냥 우려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연예계를 삼켰다. 피해 고발과 폭로가 잇따르고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와 감독이 끊임없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권력과 지위를 악용한 일부 연예계 종사자들의 수준 낮은 성의식의 민낯에 대중도 충격에 빠졌다.

서지현 검사의 고백으로 촉발된 검찰 내 성폭력 고발을 시작으로 이윤택 연극연출가에 이어 배우 조민기를 통해 연예계 전반에도 ‘미투’ 움직임이 본격 확산됐다. 청주대 연극영화과 교수 시절 제자들을 상대로 벌인 성추행과 성희롱 행태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구체적인 증언으로 폭로돼 조민기는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다.

배우 조재현도 22일 의혹에 휘말렸다. 조재현은 처음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연기자 최율 등이 실명을 내걸고 피해 폭로를 이어가자 억울함을 호소한지 이틀 만에 사과문을 내고 “나는 죄인이다.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비단 배우만의 문제도 아니다. 영화 ‘흥부’의 조근현 감독은 연기자 지망생들을 상대로 자신의 원룸 작업실에서 일대일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여배우에게 연기력은 중요치 않다’는 발언 등으로 성희롱을 한 혐의가 22일 드러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지위를 악용한 이들의 성폭력은 피해 당사자는 물론 제2의 피해까지 만든다. 한창 극장서 상영 중인 ‘흥부’는 24일 박스오피스 10위로 추락, 사실상 45만 관객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조재현은 출연 중인 tvN 드라마 ‘크로스’ 하차를 결정했지만 주연으로 비중이 상당한 데다, 이미 촬영을 마친 내용도 있어 제작진은 당황함 속에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아울러 5월 방송 예정인 tvN 토일드라마 ‘무법 변호사’의 캐스팅도 취소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중견 영화음악감독 A씨도 ‘미투’ 폭로에서 가해자로 지목됐다. 과거 함께 작업한 조감독이 피해를 폭로했다. 배우와 감독, 음악감독에 이르는 전방위 성폭력 피해 폭로가 연예계 이슈를 집어삼키는 분위기다.

배우 오달수(왼쪽)-곽도원. 동아닷컴DB



● 확인되지 않은 ‘여론몰이’도 위험수위

진위 확인보다 의혹에 먼저 휘말려 ‘가해자’로 지목되는 배우들도 있다. 배우 오달수는 21일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행 기사에 달린 익명의 댓글을 통해 과거 성추행 의혹에 휘말렸다. 현재 해당 댓글은 삭제됐고, 구체적 폭로가 없는데다 오달수 본인도 이렇다할 입장을 내지 않아 진위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윤택 연출가와 활동했던 배우 곽도원도 25일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통해 논란에 휘말렸다. 하지만 곽도원 측은 “허위”라고 선을 긋고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연예계를 넘어 문화예술계와 종교계까지 ‘미투’ 폭로가 잇따르면서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 되고 있다. 피해를 당당히 밝힌 용감한 고백에 대중의 따뜻한 위로와 응원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한다. ‘미투’ 열기에 편승해 확인되지 않은 인신공격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미투 명단’이라는 미확인 리스트가 퍼져 루머를 확산시키고 있다. 여론몰이 역시 위험수위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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