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신과 함께’ 이창용 “가장 많이 든 생각? 부모님께 효도하자”

입력 2018-03-12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만약 죽어서 재판을 받는다면 가장 무서운 지옥이요? 당연히 ‘한빙 지옥’이죠. ‘신과 함께’를 연습하면서 ‘착하게 살자’보다는 ‘부모님께 잘하자’라는 생각을 더 자주하게 돼요. 그런데 왜 부모님을 보면 마음처럼 안 되는지.(웃음) 계속 투정만 부리게 되더라고요.”

배우 이창용은 인터뷰에서 유독 ‘사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자취를 시작했던 이야기부터 함께 직장인이 된 친구들의 이야기까지. 아마도 한창 연습 중인 ‘신과 함께’가 우리네 삶을 보여주기에 자신의 가족, 지인들이 더 생각나는 것 같아보였다.

이창용은 3월 27일부터 4월 1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신과 함께’에서 과로사로 저승에 가 변호사 ‘진기한’을 만나 7번의 재판을 받는 인간 ‘김자홍’ 역을 맡았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2015년 초연부터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서울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가 됐다. 올해가 세 번째 공연이기도 하다.

연습 초반에 만난 이창용은 공연 개막 전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임하고 있었다. 그는 “공연 관람한 적은 없지만 계속 재공연 소식이 들려오니 궁금해졌다. 원작 웹툰이 좋다는 걸 알고 있었고 지난해 영화도 봤다”라며 “하지만 관객들이 워낙 좋아하는 극이기도 하고 기존 배우들이 잘하고 있어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라고 말했다.


“벌써 세 번째 공연이니까요. 기존 배우들은 다들 잘 하시니 상대적으로 저는 뒤처지는 기분?(웃음) 그래도 이번에 넘버가 바뀐 것도 있어서 ‘나도 다시 해야 돼’라는 분들도 있어요. 다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서울예술단’ 객원 배우로도 처음 서는 거라 혹시 텃세가 있을까 걱정도 했거든요. 그런데 다들 먼저 다가오셔서 잘 적응할 수 있었죠. 게다가 객원이지만 단원이라도 해도 무방한 정원영도 있으니까요.”

일명 ‘사람 만들어주는’ 가무극 ‘신과 함께’를 연습하면서 이창용 역시도 느끼는 바가 크다. 특히 어머니에게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그는 “김자홍이 어머니에게 짜증내며 말하는 대사가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저렇게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연습이 마치면 김용한(진기한 역)과 같이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요. 가끔은 제 집에 가서 따로 연습을 할 때도 있어요. 어느 날은 제가 용한이한테 김자홍 대사를 해보라고 했는데 깜짝 놀랐어요. 듣는 저도 섭섭할 만큼 너무 진짜 같아서.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어머니에게 똑같이 하는 제 모습도 생각이 나고요. 어머니가 정말 상처 받으셨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 결혼하기 전까지 잠시 자취한 시절을 떠올린 그는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알지 못했던 집안일들을 하면서 감사함을 느낀다고. 그는 “부모님과 살 때는 일하고 들어오면 방이 깨끗하게 정리돼있고 밥도 차려져 있고 내 옷이 세탁되어 있지 않나”라며 “혼자 살면서 모든 걸 스스로 해야 되니 어머니가 얼마나 집안을 보살피며 사셨는지 알겠더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자홍 역을 준비하며 이창용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대에 ‘김자홍’ 같은 직장인들이 참 많더라. 원치 않은 술자리를 가야하고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 안타까울 때도 많다”라고 말했다.

“친구들이 직장 이야기를 하다가 ‘난 네가 참 부럽다’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저보다 능력도 더 좋고 대기업에 간 친구들이 참 부러웠거든요. 하지만 살기 위해서 꿈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참 많잖아요. 직장일 자체가 힘들기도 하고요. 이 역할을 맡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직장인들이 얼마나 힘들지 공감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신과 함께’에서 함께 김자홍 역을 맡은 정원영은 이창용과 절친이기도 하다. 배우의 꿈을 키울 때부터 친하게 지냈고 군대에 있을 때도 서로에게 편지를 주고받기까지 했다. 그런데 하지만 정작 같은 작품을 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그는 “같이 할 뻔 했던 작품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죠. 그런데 이번에 만나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드디어 만났어요. 학교 다닐 때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 중 하나가 원영이었어요. 걔는 그 때부터 재미있었어요. 하하. 원영이와의 우정은 끈끈하죠. 힘들면 격려해주고 늘 응원하는 친구사이예요. 그래서 이번에 만나서 정말 좋아요. 또 같은 역할이어서 의지도 많이 하고요. 원영이는 워낙 서울예술단에 익숙한 친구라서 도움이 많이 돼요.”


이창용은 지난해를 계기로 마음가짐이 달라지기도 했다. 결혼이라는 큰 개인사가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배우로서 자세를 더욱 새롭게 다진 해였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게는 행복한 일이라는 걸 깨달은 게 불과 1년이 되지 않은 것 같다”라며 “언제나 감사하고 있지만 이토록 피부에 와 닿은 경험을 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라고 말했다.

“10주년 ‘쓰릴 미’때나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하면서 다시금 ‘나, 뮤지컬 배우였지?’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퇴근길에 만나는 팬들도 너무 반갑고 감사하고 제가 있을 곳은 무대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어요.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스스로 채찍질을 하며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 공연에 임하고 있어요. 이 곳이 소중하고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건 정말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더라고요.”

마음가짐이 변한 만큼 후배들에게도 격려를 아끼지 싶지 않다고. 그는 “나도 1년 넘게 작품이 없어서 쉬어도 봤지만 돌아보면 정말 세월의 한 조각 정도더라. 여기에 10년 정도 있어보니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후배들이 많아서 늘 조언을 해주고 있다. 후배들이 보기엔 꼰대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후배들도 공감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동안 당연시 생각했던 것들이 제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정말 불안했거든요. 지금은 작품이 오면 오는 대로, 안 오면 또 안 오는 대로 감사함을 갖기 시작 한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든 제가 노력하고 열심히 한다면 길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불안해하기만 하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요. 우리 모두 행복합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서울예술단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