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지섭 “연기하면서 내 첫사랑의 기억도 떠올라”

입력 2018-03-14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우 소지섭은 스스로를 “사랑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했다. 멜로영화, 로맨스 드라마에 유독 잘 어울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소지섭이 추구하는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영화다. 사진제공|피프티원케이

■ 오늘 개봉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지섭

주인공이 겪는 아픈 순간 나도 함께 느껴
이 영화 본다면 누구나 첫사랑 떠올릴 것
어수룩한 패션 센스? 입금 전후로 달라
내 얘기 할 수 있는 랩, 더 잘하고 싶어요


배우 소지섭(41)은 누구보다 멜로에 어울리는 배우다.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영화에서도 그가 유독 빛을 발하는 순간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일 때다. 스스로도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랑에 충실하다”고 규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랑’과 뗄 수 없는 사람, 바로 소지섭이다.

14일 개봉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제작 무비락)는 그런 소지섭의 매력이 한껏 발휘되는 작품이다. 로맨스와 멜로 장르를 숱하게 소화하면서 쌓은 그의 경력을 통틀어 봐도 단연 주목할 만한 영화다. 소지섭은 “힐링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우진과 수아. 소지섭이 그린 우진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만난 첫사랑(손예진)을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한결같이 애틋한 사랑을 쏟는다. 결혼해 아이도 갖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내를 하늘로 먼저 보낸 그는, 한 사람이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겪어야 할 사랑의 환희와 이별의 상처를 표현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처음엔 머릿속으로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죽은 아내가 1년 만에 돌아오고, 그와 별개로 아들을 둔 아빠라는 설정은 내 입장에서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주변에 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도 없다. 희한하게 아이를 키우는 남자들이 없다. 다들 싱글 뿐이다.”

그렇다고 놓칠 수도 없는 기회. 무엇보다 “멜로영화”인 사실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소지섭(오른쪽)과 손예진이 함께한 멜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웃음과 눈물,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는 사랑 이야기다. 사진제공|영화사 무비락


로맨스 드라마와 멜로영화를 꾸준히 해온 소지섭이지만 “이번엔 달랐다”고 했다. 멜로에 있어서 ‘퀸’으로 인정받는 손예진과의 만남부터 그의 각오를 남다르게 했다.

“연기이지만 진짜 설레기도 했고, 주인공이 겪는 가슴 아픈 순간을 나도 함께 느꼈다. 아주 어린 친구들이 아니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누구나 자기의 첫사랑을 떠올릴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첫사랑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손 한 번 잡기 위해 뜸 들이던 그 순간, 설렘을 나눈 시간이 기억에 남아 있다.”

영화에서 소지섭과 손예진은 93학번. 공중전화와 단관극장, 작은 표지판만 놓인 어두운 버스 정류장에서 막차를 기다리는 모습까지, ‘그 시절’ 향수가 두 사람의 사랑에 녹아 있다. 1977년생인 소지섭도 비슷한 정서를 나눈 세대다.

“그런 감성을 이해하느냐고? 그럼! 나도 예전에 공중전화로 호출기 음성사서함에 메시지를 엄청 남겼다. 하하! 다들 그랬다. 사랑을 할 때 나는 노력을 하는 편이다. 물론 상대방이 그걸 전부 느끼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벤트를 거창하게 하기보다는, 무언가 상대가 흘리듯 이야기해도 그걸 거의 기억해 들어주는 편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소지섭은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하는 계기를 맞았다. 깊이 사랑한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겪는 상실과 상처를 연기로 표현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그에게도 영향을 미친 듯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사랑은 굉장히 아름답지만 한편으론 희생과 고통이 따르는 일이라는 것도 느껴진다. 예전엔 결혼을 딱히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비혼주의자’까지는 아니어도, 지금 내 나이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나중에 아이와 마음껏 놀아줄 수나 있을지…. 그런 현실적 고민을 많이 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소지섭. 사진제공|피프티원케이



● “비포·애프터 비교 사진? 즐겨요!”

소지섭은 모든 일에 자기표현이 확실할 것 같은 이미지다. 반면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그가 소화한 우진은 전혀 다른 모습. 소극적이고 소심한 면모도 있다. 첫 데이트에 뭘 입을지 몰라 나비넥타이에 핑크빛 재킷을 입는 어수룩한 모습도 보인다. 실제론 우진과 전혀 다를 것 같지만, 소지섭 스스로 비교한 결과는 그 예상을 빗나갔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와 내 자신이 보는 나는 다르다. 나는 보기보다 엉성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다. 패션센스도 우진이랑 비슷하지 뭐. 나는 입금 전후가 확실히 다르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지 않나. 하하!”

출연작이 결정되면 소지섭은 ‘극한’의 몸만들기에 몰입하기로 유명하다. 2년 전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 촬영 땐 한 달간 탄수화물을 끊고 7kg을 감량한 일화도 익히 알려져 있다. SNS 등 온라인에 종종 등장하는 소지섭의 평소 모습이 찍힌 사진은 작품에서 보이는 말끔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날것’ 그대로다.

“작품에 출연할 때와 하지 않을 때를 비교하는 사진을 나도 보는 편인데, 정말 웃긴다. 그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때로는 나의 리즈 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는 사진도 있다. 괜찮다.(웃음) 리즈 시절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나.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수구 선수로 활동하다 모델로 데뷔한 소지섭은 연기를 시작하던 무렵 몇몇 감독으로부터 ‘넌 배우는 못 될 거다’라는 소리도 들었다고 했다. 소위 ‘미남’에 속하지 않는, 개성 강한 외모를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행은 빨랐다. 소지섭은 멜로의 주인공으로 여성 팬의 사랑을 10년 넘도록 유지하고 있다.

“연기 재미를 처음 일깨운 작품은 ‘발리에서 생긴 일’이다. 나와 비슷한 세대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나를 기억하고, 조금 어린 친구들은 ‘주군의 태양’을 기억한다. 아주 어린 친구들에겐 ‘무한도전’에 나온 아저씨? 하하!”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소지섭. 사진제공|피프티원케이


‘재미있게 일하자’는 마음은 소지섭이 가진 소박한 신념. 나영석 PD와 손잡고 새 예능 ‘숲속의 작은 집’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그에 따른 것이다. 배우로는 드물게 랩도 하고 힙합 사랑도 유난하다. 작은 예술영화를 수입하는 일도 한다.

“여유가 많아서 취미삼아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랩은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 그걸로 평가받고 싶은 마음은 없다. 지금 하는 일들을 모두 잘하고 싶다. 그건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