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의 한국기록’ 서울국제마라톤 여제 김도연, “세계 최고를 향해”

입력 2018-03-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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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황영조’ 김도연이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한국여자마라톤의 별로 우뚝 섰다. 김도연은 18일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으로 이어지는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에서 21년 만에 한국여자마라톤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 마라톤의 새 역사를 썼다. 잠실 |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 이상 ‘기대주’도, ‘유망주’도 아니다. 한국 여자마라톤의 새 별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미녀 마라토너’ 김도연(25·K-water)이 서울특별시·대한육상연맹·스포츠동아·동아일보·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이 주최하고 서울특별시체육회가 후원하는 2018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에서 21년 만에 한국여자마라톤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김도연은 18일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으로 골인하는 42.195㎞ 레이스에서 2시간25분41초에 결승테이프를 끊었다. 이로써 김도연은 권은주가 1997년 10월 세운 2시간26분12초의 종전 한국기록을 가뿐히 넘어섰다. 한국선수 가운데 가장 빨랐고, 국제부문 여자부에서도 5위권에 진입해 의미를 더했다.

우승은 놓쳤지만 김도연은 각종 상금도 휩쓸었다. 마라토너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대회조직위원회가 주는 한국기록 경신 상금 5000만원 이외에 2시간28분 이내 진입 시 주어지는 기록상금 2000만원, 대한육상연맹 차원의 한국기록 상금 1000만원도 손에 넣었다.

김도연의 종전 풀코스 최고기록은 지난해 말 세운 2시간31분24초였으나 무려 6분 이상 기록을 단축시켜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개최될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희망을 크게 부풀렸다.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이 열린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국내 여자부문 1위 k-water소속 김도연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scoopjyh@donga.com


164㎝·46㎏의 다소 가녀린 체격이지만 레이스 내내 선두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효율적인 경기운영을 했다. 사실 김도연이 마라톤에 입문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본래 5000m 종목과 하프마라톤 등 중장거리 위주로 경험을 쌓았다.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 일본 도쿠시마에서 약 40일 가량 전지훈련을 진행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레이스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달 나선 제72회 가가와 마루가메 국제하프마라톤에서 1시간11분00초로 결승선을 통과해 2009년 임경희가 세웠던 여자하프마라톤 한국기록(1시간11분14초)을 9년 만에 깨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5000m 한국기록(15분34초17)을 세워 이날 서울국제마라톤까지 더하면 김도연은 무려 3개 종목에서 한국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김도연의 스승인 서거현 K-water 총감독은 “몸이 유연해 피치를 점차 높일 수 있다. 구간별 체력배분 능력도 좋다. 후반부에 특히 강한 면모를 갖고 있다. 악바리 근성을 지녔고, 스피드가 우수하다”며 제자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육상계에서는 김도연을 ‘여자 황영조’로 높이 평가한다. 첫 풀코스에 도전한 1991년 동아마라톤에서 3위를 기록한 뒤 19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월계관을 쓴 한국마라톤 영웅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처럼 성장곡선이 굉장히 가파르다.


동료들 사이에 ‘커피 마니아’로 통하는 김도연은 기록에 대한 욕심이 강했다. “안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게 그의 말이다. 마라톤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도 우승권에 도전하고픈 강한 열망에서 비롯됐다.

훈련 페이스가 5000m 종목에 비해 수월한 만큼 국제무대 우승 가능성이 높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김도연은 “동아마라톤을 앞두고 머리 속에 오직 ‘기록 단축’ ‘기록 경신’만을 생각했다. 제 능력만 발휘하면 가능하다고 봤다. 마라톤 훈련을 시작한지 많은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효율적인 훈련으로 실력이 점차 향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다음 스텝은 아시안게임이다. 남은 5개월여 시간 동안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반복하면 아시아 마라톤 여제 등극도 충분히 노릴 수 있다. 김도연은 “결승테이프를 끊으며 내 자신이 정말 대견했다. 에티오피아와 케냐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면서 ‘한 번 해볼만 하다’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국내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마라토너를 꿈꾸는 김도연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잠실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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