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구운 책] 정진영의 침묵주의보

입력 2018-03-27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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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한국의 한 인턴기자가 한밤중에 5층 편집국에서 아래로 몸을 던졌습니다.

서울 소재 명문대 출신의 동료 인턴기자들과 달리 그는 지방 사립대 출신이었습니다. 나이는 스물아홉이었고, 여성이었습니다. 그의 유서는 온라인기사로 유포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매일한국의 기자 박대혁입니다. 문화부의 대중문화 취재팀에서 디지털뉴스부로 발령이 났습니다. 회사 홈페이지 트래픽 증가를 위해 온갖 낚시기사를 쏟아내며 자괴감에 빠져 있던 차에, 인턴기자 교육을 맡으라는 지시가 국장으로부터 떨어집니다.
인턴기자 김수연과 박대혁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김수연의 자살 이후 침묵을 강요하는 자와 침묵에서 벗어나려는 자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시작됩니다.

박대혁은 점점 깨닫게 됩니다. 자신을 무엇보다 독하게 괴롭히는 것은 타인의 이중적 행동이 아니라 위선적인 자신의 태도라는 불편한 진실입니다.

작가는 돋보기를 들이대듯 박대혁의 심리와 변모해가는 모습을 치열하게 잡아냅니다. 마치 “당신도 박대혁이 아닌가”라고 묻는 것 같습니다.

언론사의 속을 무서울 정도로 정확하고 농밀하게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작가 정진영 역시 기자였기 때문입니다. 전업작가로 나선 정진영 작가는 경남 하동군의 절에 칩거해 이 소설을 완성했습니다.

기자의 집요한 시선이 소설의 곳곳에서 번뜩입니다. 우리들이 조금만 더 착하고, 조금만 더 정의로워지면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질문합니다.

‘침묵주의보(문학수첩)’는 작가이자 기자였던 진짜 ‘박대혁’의 고백처럼 읽힙니다.

차가운 절방에 스스로를 가두고 작가는 이 이야기를 썼습니다.

우리들은 과연 이 차가운 침묵의 시대를 끝낼 수 있을까요.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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