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7년의 밤’ 장동건 “완벽주의자? 그런 척 했을 뿐…내려놓으니 연기 제맛”

입력 2018-04-0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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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동건은 자신의 단점이 드러날 작품은 기피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연기가 스스로 식상해지기도 했고, 영화 ‘7년의 밤’을 촬영하면서 “한계를 극복한 기분”을 느끼게 됐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영화 ‘7년의 밤’ 악역 도전 장동건

“그동안 단점 드러나는 작품 피해
내 연기가 재미없어져 생각 바꿔
덕분에 ‘7년의 밤’ 오영제 만났죠”


배우 장동건이 달라지고 있다. 외모의 변화가 아니다. 어떤 ‘결심’에서인지 최근 들어 다양한 도전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꼼꼼하게 엔진을 점검해 동력을 높이려는 듯한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 장동건(46)에게 영화 ‘7년의 밤’(감독 추창민·제작 폴룩스바른손)은 확실한 전환점이라 할 만하다. 3월28일 개봉한 영화는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주인공 장동건을 향한 반응에선 이견이 거의 없다. 도전을 멈추지 않으려는 그에 대한 호감이 상당하다.

“‘7년의 밤’ 전까지 스스로에게 많이 식상해진 상태였다”고 장동건은 털어놨다. 꾸준히 작품을 해왔지만, 성과를 떠나 내면의 갈증을 푸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1992년 데뷔한 그 순간부터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었고 이후로도 흔들림 없이 톱스타의 위치에 있었지만 삶의 고민은 그를 피해가지 않았다.

“내가 새로운 작품,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뭐 그런 고민이었다. 자신에게 재미가 없어졌다고 할까. 그럴 때 ‘7년의 밤’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만났다. 한계를 극복한 기분이다.”

영화 ‘7년의 밤’에서의 장동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내 단점이 드러날 작품, 하지 않았다”

반듯한 젠틀맨. 중년이 돼서도 여전히 조각 같은 미남. 장동건에 대한 이미지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기를 해왔다. ‘친구’ ‘해안선’ ‘태풍’ 등으로 끝없이 도전해왔다. 하지만 장동건은 “나의 단점이 보일 것 같은 작품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고 싶어서였을까.

“완벽주의자? 그런 척 해봤자 잘 되지도 않더라. 하하! 이젠 달라지는 기분이다. 장점이 확실하다면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다. 그게 나를 더 편안하게 해준다.”

장동건은 책을 많이 읽기로도 유명하다. 영화의 동명 원작 소설 역시 처음 출간된 무렵 읽었다. 읽기 시작하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와 캐릭터의 힘에 그도 매료됐다. 막연하나마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내가 만약 오영제를 연기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했다.

장동건이 연기한 오영제는 단순히 악역 혹은 악인이라 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인물이다. 한 지역도시의 세력가이자, 아내와 어린 딸을 학대하는 남자. 우발적인 사고로 자신의 딸을 죽인 남자(류승룡)와 그 아들을 향해 7년에 걸친 처절한 복수를 감행한다.

“류승룡 씨와 촬영장에서 이런 대화를 많이 나눴다. ‘이렇게 팽팽한 긴장이 있는 현장을 우리가 또 만날 수 있을까’라고. 이번 촬영 때 영화 ‘친구’를 찍던 기억도 많이 났다. 되짚어보면 ‘친구’ 때도 비슷했다. 장동건이 깡패를 연기하고 부산 사투리를 구사한다고 사람들이 놀랐으니까.”

배우 장동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친구 같은 아빠? 아빠는 그냥 아빠!”

데뷔 26년을 맞은 장동건은 배우로서 늘 대중에 평가 받는,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살았다. 그 자신은 나이 들어도 트렌드에 예민한 10∼20대와는 언제나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입장이다. 장동건은 “그게 고민이자, 어려운 문제”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작품이냐 아니냐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모든 일이 계산한 대로, 의도한 대로 되진 않는다는 걸 오랜 시간 겪어왔다.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장동건은 초등학생인 첫째 아들의 친구들까지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인지하고 있더라”고 했다. “그 아이들이 내 작품을 보지 않았을 텐데. 한마디로, 내가 유명한 거다. 우디 앨런의 영화 ‘로마 위드 러브’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저 사람은 유명한 걸로 유명하다’(웃음). 나도 그럴 가능성이 좀 있다. 그래서 폭을 더 넓히고 싶은 거다.”

때문인지 장동건은 25일부터 KBS 2TV 드라마 ‘슈츠’로 시청자를 찾는다. 촬영을 마친 영화 ‘창궐’도 내놓는다. 얼마 전에는 자신만의 회사를 세웠다. 올해는 활동에 나서 발걸음이 빠르다.

“소속사에선 보살핌 받는 기분이 컸다. 물론 좋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고, 책임까지 내가 지려면 혼자 하는 게 맞다.”

‘독립선언’까지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은 과연 뭘까. “생각보다 자잘한 것들인데…. 사적인 것도 있다. 가령 해외 영화제 다니면서 영화를 많이 찾아보는 일. 그러다 정말 재밌는 영화를 발견하면 그걸 한국 관객에도 소개해주는 일. 의미와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을 것 같다.”

두 자녀를 키우는 일도 결코 소홀하지 않는다. 아내인 고소영보다 육아 관련 책은 자신이 더 많이 봤을 거라고도 했다. “얼마 전 EBS 다큐 ‘파더 쇼크’를 보고 느낀 게 많다. 친구 같은 아빠가 웬 말이냐, 아빠는 아빠여야 한다는 말이 와닿았다. 그중 하나가 훈육이었다. 예전엔 ‘애들인데 어때’ 싶어서 막연히 예뻐했다면 이젠 엄마, 아빠 역할을 나눴다. 물론 내가 훈육 담당인 게 싫지만.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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