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ing Biz & Star] 세계 3만5000개 상품 ‘번개 예약’…스마트 여행객 홀렸다

입력 2018-04-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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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룩(KLOOK) 앱으로 홍콩관광의 대표적인 명소인 빅토리아 피크의 피크트램을 검색해 예약하는 모습. 창업 4년 만에 아시아 최대 액티비티 플랫폼으로 성장한 클룩은 한국에서도 론칭 1년 만에 30배가 넘는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제공|클룩

<1> 아시아 최대 액티비티 플랫폼 서비스 ‘클룩’

스마트폰 능숙 ‘플래시패커’ 타깃
세계 150개 도시 4000여 제휴사
누적투자유치액 1억달러에 달해
“현지 당일 예약이 전체 50% 이상”


현재 전 세계 유통을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공룡 기업 아마존닷컴. 하지만 24년 전인 1994년 제프 베조스가 불과 자본금 300달러로 인터넷 서점을 시작했을 때, 이 회사가 자본금 1360억 달러(약 144조원)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스포츠동아 창간 10주년 연간기획 ‘Rising Biz & Star’는 산업계의 새로운 변화와 트렌드를 이끌며 지금보다 10년 후가 더 기대되는 기업과 인물을 조명하는 코너입니다. 비록 지금은 작은 출발일지 몰라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남다른 통찰력으로 ‘미래의 아마존닷컴, 제프 베조스’를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 올해로 직장생활 4년 차 회사원 K씨. 금요일 연차휴가를 내고 훌쩍 2박 3일의 일본 도쿄 여행길에 올랐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싼 가격의 에어텔(항공+호텔) 상품을 발견하고 충동적으로 결정한 여행이다. 급히 여행을 결정하면서 별다른 사전준비가 없었던 K씨는 출국전 공항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도쿄에서 체험하고 싶은 액티비티를 검색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K씨의 눈에 인기 캐릭터 의상을 입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고카트 체험’과 ‘로봇 레스토랑’이 확 들어왔다. 그는 검색 10분 만에 상품 예약부터 결제까지 일사천리로 끝낸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도쿄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홍콩 사이잉푼 거리를 지나가는 이층 버스에 클룩 광고가 붙어 있다.


● 3만5000개 상품 아시아 최대 현지 액티비티 플랫폼

스마트 기기 활용이 능숙한 여행 얼리 어댑터, 일명 플래시패커(Flashpacker)들은 해외에 나갈 때 가이드북이나 지도 대신 필요한 앱을 스마트폰에 챙긴다. 요즘 해외여행은 기회 생길 때 ‘짧게, 자주’ 떠나는 것이 대세. 여행 전에 가이드북을 열공하며 고시공부하듯 준비하는 것은 번거롭기만 하다. 현지서 그날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즐기는 자유로운 즉흥성을 여행의 매력으로 느낀다.

‘클룩’(KLOOK)의 등장은 이런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클룩은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지 액티비티 플랫폼(예약) 서비스다. 회사원 K씨가 도쿄 여행을 앞두고 액티비티를 검색해 결제까지 간편하게 마칠 수 있던 것은 클룩 같은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클룩은 세계 150개 도시의 현지 관광상품 정보와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4000여 제휴사를 기반으로 테마파크부터 현지투어, 아웃도어 액티비티, 레스토랑 등 3만5000개의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4000여 제휴사 중에는 한국의 롯데면세점, 롯데월드타워, 에버랜드, KT, 하나카드도 있다.

주타깃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플래시패커다.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에릭 녹 파는 클룩의 핵심고객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들은 여행정보 검색에 오랜 시간을 쏟지 않는다. 실시간 검색으로 목적지 등을 정하면 필요한 ‘맞춤형’ 정보만 찾는 데 능숙하다. 이들은 여행 패턴까지 바꾸었다. 현장에 도착해 액티비티를 찾아 모바일로 결제하고 그날 완료하는 사람들이 우리 전체 예약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회의를 하고 있는 클룩 홍콩 본사의 풍경. 모바일 콘텐츠 기업답게 딱딱한 오피스 분위기완 다른 자유분방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 창업 4년 月 예약 100만건, 투자유치 1억 달러

이썬 린(CEO), 에릭 녹 파(COO). 버니 시옹(CTO) 등 세 젊은이가 클룩을 창업한 것은 2014년. 클룩 앱이 정식 론칭한 것은 2016년이다. 창업 4년여가 지난 지금, 홍콩 본사 외에 서울, 싱가포르 등 15개 도시 현지 사무실에 20 개 국적의 500명이 근무하고 있다. 한국어를 비롯해 8개 국어로 서비스하고, 결제 때 사용 가능한 화폐는 30개에 달한다. 한달 예약 건수는 대략 100만 건이 넘고, 이들이 올린 후기는 지금까지 200만 개에 달한다.

클룩이 비슷한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기업에 비해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이용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준비하는 남다른 통찰력이 있다. 단순히 예약만 진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약자가 현장서 클룩 전용 패스트 트랙이나 익스프레스 라인으로 남보다 빠르게 입장하도록 배려한다. 또한 회사원 K씨가 이용한 일본의 고카트 체험을 비롯해 아이슬란드 웨딩 투어, 방콕 무에타이 체험, 뉴질랜드 호빗 투어, 런던 범죄자 투어, 인도 뭄바이 가정집 음식 체험 등 색다른 경험을 바라는 밀레니얼 세대 니즈에 충실히 맞추고 있다.

여행의 새 시장을 열어가는 클룩의 가치는 그들이 유치한 투자금액이 말해준다. 구글 애플 페이팔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IT기업과 관련 스타트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세쿼이어 캐피탈을 비롯해, 골드만삭스, 매트릭스 파트너스 등에서 현재까지 유치한 누적투자액이 1억 달러(1130억원)에 달한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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