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 덕후 덕에 역주행

입력 2018-04-1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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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개봉 3주 지났지만 흥행작 1위에
건담·스트리트 파이터 등장에 열광


‘덕후’의 집결이 역주행을 이뤄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개봉 3주째를 앞둔 8일 처음 흥행 1위에 올랐다. 3월28일 개봉해 꾸준히 관객을 모으면서도 ‘곤지암’과 ‘바람 바람 바람’에 밀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확산되는 입소문과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진 관객의 유입으로 새로운 기록을 써가고 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현실에서 겪는 주인공들의 모험을 그린다. 황폐화된 모습으로 묘사되는 2045년이 극의 배경. 피폐한 현실을 잊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아시스’라는 가상현실에 접속해 직접 설계한 아바타로 살아가는 내용이 주요 설정이다.

설명하기도 복잡하고, 장르를 구분 짓기도 난해한 영화는 뜻밖에도 1980∼90년대 대중문화 코드와 유명 게임 및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적극 활용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이런 코드에 열광해온 ‘덕후’(마니아)를 사로잡으면서 역주행까지 성공했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는 공포영화 ‘샤이닝’을 향한 오마주부터 ‘사탄의 인형’과 ‘터미네이터2’, ‘펄프픽션’ 등 당대 히트 영화는 물론 일본의 유명 로봇 애니메이션 ‘건담’, 게임의 르네상스를 연 ‘스트리트 파이터’의 대사와 설정이 연이어 등장한다. ‘고수’가 아니라면 찾기 어려운 각종 설정은 이 분야에서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과 팬심을 자랑하는 ‘덕후’의 마음을 자극하고 있다.

영화의 대부분 이야기는 게임 속 가상현실에서 벌어진다. 현실보다 게임에 빠진 게이머의 취향을 ‘저격’하는 소재이지만, 한편으로 현실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철학도 느껴진다. 한동안 흥행작이 없었던 72세의 노장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거장의 면모를 새삼 과시하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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