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곤지암’ 박지현 “차기작은 코미디? 웃음 본능 꺼내고 싶어요”

입력 2018-04-1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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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은 영화 ‘곤지암’으로 데뷔 2년 만에 주연 연기자가 됐고, 그 작품이 흥행에도 성공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기쁨을 만끽하기보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그는 “새 작품을 위해 다시 오디션을 봐야 하는 입장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영화 ‘곤지암’으로 스타덤 박지현

고교 땐 안경 낀 조용한 애
대학교 휴학 후 연기 공부
오디션만 200번쯤…
곤지암을 만난 건 큰 행운
이제 시작일 뿐…또 오디션


연기를 시작한지 채 3년이 되지 않은 신예, 드라마나 영화 출연 경험도 거의 없는 신인이 영화 주인공을 맡을 수 있는 기회는 아주 드물다. 처음부터 신인 연기자를 영화 주인공으로 내세우려고 기획한 작품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다고 이런 기획이 자주 시도되지도 않는다. 이래저래 ‘바늘구멍’ 같은 기회가 연기자 박지현(24)에게 돌아갔다.

공포영화 흥행 기록을 새로 쓰는 ‘곤지암’(감독 정범식·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과감하게’ 주인공 7명을 전부 신인 연기자로 캐스팅했다. 공포영화가 신예기용에 비교적 너그러웠지만, 이번처럼 출연진을 전부 새로운 얼굴로만 채우기는 이례적이다.

박지현의 말을 빌리자면 “비슷한 시기에 영화 오디션에 응시하고 있던, 거의 모든 신인 연기자가 ‘곤지암’에 도전”했다. 물론 박지현도 마찬가지. 개인별, 팀별로 나눠 3차까지 진행된 까다로운 오디션을 통과한 그는 여주인공 지현 역을 차지했다. 행운은 뒤따랐다. 처음 주연한 영화로 흥행을 맛보는 상황. 처음엔 “100만 관객만 모으면 좋겠다”고 내심 바랐지만 벌써 영화는 250만 기록을 향해가고 있다.

영화 ‘곤지암’에서의 박지현. 사진제공|쇼박스


박지현은 ‘공포 성지’로 알려진, 그래서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모두가 신신당부하는 곤지암 정신병원에 굳이 들어가 그 모습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영화의 주인공 일곱 명 중 리더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가 무언가에 ‘빙의’되는 순간, 영화의 공포가 본격 시작된다.

영화에선 강한 인상일 수밖에 없지만 실제 모습은 전혀 다르다. 타고난 흰 피부의 영향인지, 단아한 이미지가 그의 첫 인상을 지배한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내면의 ‘뚝심’도 느껴진다.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그는 연기자가 되길 바랐지만 대도시와 떨어진 곳에 살다보니 딱히 방법을 몰랐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언니, 남동생과 역할놀이를 하면서 자신의 ‘연기 재능’을 스스로 발견, 부모를 설득해봤지만 ‘대학 들어간 뒤 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만 돌아왔을 뿐이다.

“그땐 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 없었고, 공부가 당연하게 느껴졌다. 하다보니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고등학교 땐 ‘안경 낀 조용한 애’였다. 그러다 대학(한국외대 스페인어과)에 입학해서 살 빼고, 1학기 마치자마자 휴학을 해버렸다. 바로 연기학원에 입학하려고.”

연기학원을 오가면서 영화와 드라마 오디션에 수없이 나섰다. 물론 지금도 오디션 도전은 그의 ‘일과’ 중 하나. 전부 셀 수 없지만 어림짐작해 “200번쯤 오디션을 본 것 같다”고 했다.

연기자 박지현.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비슷한 처지의 신인 연기자들과 비교해 그는 일이 수월하게 풀린 편이다. 다니던 연기학원에서 진행하는 워크숍 형식의 자체 오디션에 나서 1등을 차지했고, 마침 그 자리에 와 있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의 눈에 들었다. 문근영, 신세경 등이 속한 나무엑터스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지난해 방송한 SBS ‘사임당’, MBC ‘왕은 사랑한다’에 얼굴을 비췄고, 영화 ‘반드시 잡는다’ 등으로 경험을 쌓았다.

“대학을 휴학하고 나서 왠지 창피한 마음에 연기자를 준비한다는 말은 친구들에게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다보니 연기가 너무 재미있고, ‘다들 이렇게 재밌는 연기를 왜 하지 않지?’ 그런 마음까지 들었다. 하하! 혹시 친구들도 나한테 말하지 않고 연기를 배우고 있는 거 아닐까. 그런 상상도 해보고 말이다.”

그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 친한 이들이게 ‘연기를 해보라’고 권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박지현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1에 출연해 화제가 된 뒤 현재 KBS 2TV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에 출연하는 배윤경이다. 박지현의 적극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가진 그의 성향을 짐작할 만한 상황은 또 있다. ‘곤지암’은 출연진이 고프로 등 기능이 제각각인 여러 대 카메라를 들거나 부착한 채 촬영한 영상으로 작품을 완성됐다. 연기 경험이 가뜩이나 적은 박지현으로서는 이런 ‘페이크다큐멘터리 촬영기법’이 낯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달랐다.

“평소 카메라와 친한 편이다.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것도 즐긴다. 촬영용 카메라도 있고, 편집은 프리미어프로로 한다. 프로그램을 쓰려고 매달 정기결제도 하고 있다. 하하! 가끔 필름카메라도 쓴다. 여행 갈 때도 찍고 내 프로필 영상이나 촬영장에도 늘 카메라를 갖고 다닌다.”

연기자 박지현.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아직 보여줄 게 더 많은 박지현은 ‘곤지암’ 인기를 만끽할 마음은 없다고 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면서도 “곤지암’ 촬영장이나 함께한 동료들을 떠올리면 마치 군대에 다녀온 것 같은 전우애가 느껴진다”고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다시 오디션을 봐야 하는 입장으로 돌아간다. 관객이 나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늘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당장 하고 싶은 건 코미디! 내 웃음 본능을 표현하고 싶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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