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선형·석해지 커플의 ‘프로농구 2017~2018 시즌’

입력 2018-04-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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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꼭 잡고 있는 김선형(왼쪽)-석해지 부부. SK 김선형은 올 시즌 초반 큰 부상을 당해 오랜 시간을 재활로 보내야 했다. 아내인 석해지 씨의 존재는 김선형을 지탱하는 힘이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이 막을 내린 직후인 19일, 서울 SK 주장 김선형(30)과 아내 석해지(28) 씨를 신사동 KBL센터에서 만났다. 우승 뒤풀이를 새벽까지 했지만 우승 반지라는 값진 결과물을 얻었고, 모처럼 집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낸 덕분인지 표정이 유독 밝았다. 김선형은 “힘들었던 시즌이었다. 큰 부상을 입고 복귀해서 뛰는 것만으로도 값진 시간이었다. 정규리그 2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고, 챔프전 2연패 후 4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까지 만들었다. 너무나 다이내믹 했다”고 한 시즌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부상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정규리그 개막 후 두 번째 경기에서 발목이 복합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김선형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도중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아파트가 떠나갈 정도로 울더라. 나보다 아내가 더 걱정됐다”고 말했다. 석 씨는 “내가 하도 울었더니 오빠가 ‘내가 죽은 줄 알았어’라고 농담을 섞어 말하기도 했다”고 보탰다. 김선형은 “다친 직후 발을 움직여 보려고 하는데 감각이 없었다. 큰 부상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런데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난 뒤 의사 선생님이 ‘다시 속공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 조금은 안심이 됐다”고 지난해 9월의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 현대모비스전에서 부상당한 김선형. 사진제공|KBL


부상을 입었지만 부부는 병원에서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당시는 힘들었지만 돌아보니 추억이 됐다. 석 씨는 “한 3주간 병원에서 함께 살았다. 하루도 집에 가지 않았다. 병원에 오래 있으니 입을 옷이 없어 환자복을 빌려 입기도 했다. 둘이 환자복을 입고 데이트도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석 씨는 “결혼하기 전에는 오빠 경기를 보면 즐겁고 재미있는 게 99~100%였다. 그런데 다치고 나니 이제는 걱정이 앞선다. 프로선수 와이프가 힘들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제대로 실감했다”고 했다. 그러자 김선형은 “그래서 요즘은 경기 도중 와이프가 걱정할만한 상황이 연출되면 ‘괜찮다’는 사인을 준다”고 얘기했다.

남편 김선형의 점수는 얼마일까. 석 씨는 만점을 줬다. “흠잡을 데가 없다. 착하고, 자상하고, 잘생기고, 키 크고…. 집에 자주 못 오는 게 유일한 단점이다.” 하지만 TV를 통해 남편의 빈 자리를 조금이나 위로받는다고 했다. 석 씨는 “남편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나는 프로농구 중계방송을 통해 코트에서 활약하는 남편을 보면 조금이나마 에너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김선형은 “아내가 한 번은 ‘오빠보다 택배가 집에 더 자주 온다’는 농담까지 했다. 그래서 내가 많이 안 가긴 하나보다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SK 김선형과 아내 석해지.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자주는 아니지만 집에 가면 김선형은 집안일도 돕는다. 그는 “빨래, 설거지 등 다 하려는 편인데 시즌 도중에는 아내가 말려서 못한다. 이제 비시즌이 됐으니 다시 집안일을 해야 한다. 집안일을 해보면 끝이 없는 것 같더라. 그만큼 아내가 고생하고 있다”며 미안한 듯 석 씨의 손을 잡았다.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을 치르면서 석 씨는 유명세를 탔다. 프로농구 중계방송 카메라에 자주 잡혔다. 김선형은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좀 있었다. 중계화면에 자주 나오니 이런저런 좋지 않은 글이 달렸다. 그런데 이제는 적응이 된 듯 하다”고 말했다. SK 우승의 순간을 현장에서 본 석 씨는 “오빠가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는데 그 순간 눈물이 제일 많이 났다. 감동적인 영화를 한 편 보는 듯했다. 다쳐서 병원에 있을 때부터의 기억이 다 스쳐가더라. 다른 팀들이 우승하는 걸 TV로만 봐왔는데 오빠가 우승 모자 쓰고, 트로피를 받을 때 감동적이었다”고 하루 전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자 김선형은 “우승컵이 생각보다 무거워 제대로 들어올리기 위해 온 힘을 집중했다. 난 소름이 돋았다. 주장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웃었다. 이어 “우승축하연에서 최태원 회장님께서 ‘우승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얘기를 들으며 현대모비스 형들이 생각났다. 양동근, 함지훈 등 현대모비스 선수들이 왜 플레이오프에서 잘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우승을 해봤다가 아니라 이제부터 또 다른 시작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회장님 말씀이 많이 와 닿았다”고 하루 만에 새로운 지향점이 생겼음을 공개했다.

SK 선수들에게는 두둑한 우승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다. 보너스 얘기를 하자 김선형과 석 씨 모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김선형은 “여행을 가고 싶다. 우승 보너스로 팀에서 단체 여행을 보내주기로 했는데 그뿐 아니라 부인과 함께 따로 휴양지도 가보고 싶다”고 바랐다. 석 씨도 “신혼여행을 다녀오긴 했는데 연애할 때부터 여행을 가기 힘들었다. 비시즌에도 워낙 바쁘신 분이라 시간이 잘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꼭 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석 씨는 여행보다 남편 건강을 챙기는 게 먼저였다. 석 씨는 “보너스를 받는다면 가장 먼저 보약을 지어야 한다. 홍삼 다리고, 장어도 좀 먹이고, 고생했으니까 체력 보충이 필요하다. 잘은 모르겠지만 먹는데 제일 많이 쓸 것 같다”고 내조의 여왕 면모를 드러냈다.

서울SK 김선형과 아내 석해지.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유명인 아내의 삶은 그리 편하지 않는다. 어딜 가도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인과 사진촬영 요청이 쇄도한다.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 김선형은 남자프로농구 최고의 스타다. 하지만 석 씨의 생각은 달랐다. “그런 일들이 있으면 오빠는 나를 배려한다며 정중히 거절하는데 나는 더 해줘야 한다고 등을 떠민다. 그래야 사람들이 ‘김선형이 팬 서비스 좋다’라는 얘기를 한 번이라도 더 해주고, 오빠 편이 된다고 생각한다. 팬 서비스를 잘해서 우리 편이 많아지면 그만큼 좋은 거다”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김선형은 “내가 좀 무심한 성격이다. 반대로 와이프는 세심하다. 아내를 만나고 사소한 부분을 챙겨야 한다는 걸 배웠다. 아내가 팀원들에게 ‘이렇게 얘기를 해라’라고 구체적으로 말해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도 팀원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주장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의 가교 역할도 한층 더 잘 할 수 있었다. 주장을 처음 맡은 2016~2017시즌은 그런 부분에서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내가 결혼은 진짜 잘한 게 맞다”며 아내를 꼭 안았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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