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민, 日음악계 새바람 “나만의 음악세계 만들고파” (인터뷰)

입력 2018-04-23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조정민은 2014년 데뷔해 자신만의 음악과 퍼포먼스로 국내 트로트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최근 일본 엔카시장에 진출한 조정민은 기존 엔카 가수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매력으로 현지 음악계와 미디어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루체엔터테인먼트

■ 日 엔카음악 시장 뒤흔든 ‘트로트 여신’ 조정민

엔카 대부 나카무라와 작업한 ‘아빠’ 日 인기
직접 피아노 편곡·반주…엔카 장르 새 지평
“목표는 신인상…한일 문화교류 가교 되겠다”


2014년 12월 ‘곰탱이’로 데뷔한 조정민은 여느 트로트 가수와는 좀 달랐다. 그의 외모만 놓고 보면, 음색이나 감성보다는 콘셉트와 이미지로 차별화하려는 여느 ‘아이돌형 트로트 가수’와 다를 바 없어보였지만, 그의 행보는 남달랐다. 송창식·윤형주·김세환의 쎄시봉 투어에 객원 멤버로 참여하고, KBS 2TV ‘불후의 명곡’,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뛰어난 음악성을 뽐냈다. 피아노를 전공한 절대음감의 소유자인 조정민이 발표한 노래 역시 네 박자, 뽕짝 리듬의 정형화된 트로트가 아닌, 팝 스타일에 가까웠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묵묵히 입지를 다져온 조정민은 올해 초 김연자 이후 약 40년 만에 일본 엔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1월 오사카에서 쇼케이스를 벌였고, 이달 18일 데뷔 싱글 ‘아빠’를 발표했다. 조정민은 한국 트로트시장에서 그랬듯, 일본에서도 기존 엔카 가수와 다른 행보로 현지 음악계와 매체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정민 일본 데뷔곡 ‘아빠’는 현지에서 ‘엔카계 대부’로 불리는 나카무라 타이지의 작품이지만, 사실상 팝 장르다. 피아노 치며 노래하는 일도 엔카 시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170cm의 큰 키와 볼륨감 넘치는 몸매도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다. 국내 트로트처럼 일본 엔카시장도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조정민의 등장은 엔카의 새로운 매력을 찾으려는 중·장년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가수 조정민이 지난 1월 오사카 AM홀에서 현지 관계자들을 초대해 일본에서의 첫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루체엔터테인먼트


실제로 이달 15일 나고야에서 열린 ‘한국 페스티벌 2018’의 조정민 공연에는 약 3000명이 몰렸다. 1월 오사카 쇼케이스에 300명이 찾아온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특히 고무적인 현상은, 관객 대부분이 현지인들이라는 점, 음반을 사지 않는 40∼50대 남자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는 점이다.

“저의 일본팬 연령층은 30∼50대인데, 이 연령대분들이 들을 노래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나고야 공연 후에 열린 사인회에 오신 분들이 40∼50대 남자 팬들이었다. 이분들이 평소엔 음반을 안 사는 분들이라던데 제 음반을 사셨다는 말에 보람과 희망을 느꼈다. 블루오션으로 가는 느낌이라 할까.”

엔카에 식상해하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일깨워주고, 음반을 사지 않던 중장년 남성들의 음반구매 욕구를 자극시켰다는 점은 분명 평가받을 일이다.

“제 음악이 팝 요소가 많다. ‘아빠’도 기존 엔카와 다른 스타일이다. 나카무라 타이지도 기존과 다른(현대적이고 세련된) 스타일로 음악을 만들어주셨다.”

조정민은 ‘아빠’의 피아노 편곡을 직접 했고, 녹음실에서 반주까지 했다. 일본 노래방 기기에 등록된 노래만 500곡이 넘고, 일본 엔카 역사상 가장 많은 곡을 발표한 작곡가로 꼽히는 ‘절대권력자’ 나카무라 타이지가 다른 이에게 편곡을 맡기는 일은 사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엔카계 대부 나카무라 타이지와 조정민(오른쪽). 사진제공|루체엔터테인먼트


조정민의 일본 진출은 나카무라 타이지의 관심에서 시작됐다. 소속사 대표가 일본 출장을 갔다가 우연히 타이지를 만나 조정민 이야기를 꺼냈는데, 타이지가 “동영상으로 조정민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해 일본 진출이 빠르게 진행됐다.

작년 7월 첫 만남에서 피아노를 치며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를 부르고, 미야코 하루미의 ‘기타노 야도카라’, 자신의 노래 ‘하루가’를 잇달아 불렀다. “오랜만에 작품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노래하는 친구를 만났다”고 찬사를 보낸 타이지는 조정민에게 “당신에게 주고 싶은 노래가 떠올랐다”며 두 곡을 만들었다. ‘아빠’와 ‘레이디스 하우스’는 조정민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곡으로, 그의 데뷔음반에 수록됐다.

1월 쇼케이스로 일본 활동을 시작한 조정민은 남다른 음악과 매력으로 빠르게 현지 팬들을 모았고, 현지 소속사 요시모토흥업은 현재 조정민의 팬클럽 창단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조정민은 4월 데뷔음반 발표를 기점으로 한달에 한 번, 일주일가량 현지에서 홍보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그의 일본어 선생님은 현지에서 방영된 인기드라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개인교습도 하고 있지만, IPTV로 드라마를 반복 시청하며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 조정민의 일본 활동은 아이돌 가수가 주축인 일본 케이팝 시장에 다양성을 부여한다. 그가 일본 엔카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일 양국 문화교류의 가교가 되고 싶다. 또 엔카나 트로트 시장에서는 아티스트 이미지를 주기가 어려운 것 같은데, 기존과 좀 다른 느낌의 트로트, 엔카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저의 장점, 매력을 잘 다듬고 저만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잘 부각시켜서 조정민의 음악시장을 만들고 싶다.”

가수 조정민. 사진제공|루체엔터테인먼트


조정민의 올해 희망은 “일본 레코드대상 신인상”이다. 가수로서 단 한 번밖에 기회가 없는 상이기 때문이다. 또 현재 추진중인 팬클럽 결성이 잘 마무리되면 “일본 전국투어 겸 팬미팅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일본 광고에도 출연하고 싶다. 광고모델은 이미지가 좋다는 의미이고, 또 대중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