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KBO 총재의 이례적 공개감사, 순수와 저의 사이

입력 2018-04-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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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2009년 이후 9년 만에 외부 감사를 실시한다. KBO는 이번 감사에 대해 “올해 취임한 정운찬 총재의 목표인 ‘클린 베이스볼’ 실천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회계, 계약부터 중계권, 라이센싱 등 지원 업무와 특혜 시비까지 전방위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그러나 전임 집행부에 대한 ‘목적있는 감사’가 아니냐는 내·외부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BO가 23일 전격적으로 ‘사무국 출범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외부감사’를 선언했다. 2009년 유영구 총재 시절 이후 9년만이다. KBO는 “정운찬 총재의 목표인 ‘클린베이스볼’의 실천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KBO의 회계, 계약, 사업에 국한하지 않고 중계권, 라이센싱 등 지원 업무의 공정성 여부와 특혜 시비 가능성까지 전방위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곧 회계법인을 선정해 늦어도 5월 중순부터는 감사에 돌입한다. ‘클린 KBO’를 만들겠다는데 반대할 명분은 없다. 그러나 이토록 옳은 일을 하겠다는데 KBO 안팎에서 말이 무성한 것은 왜일까?


● 클린베이스볼과 표적감사 사이

복수의 KBO 인사는 “두 분이 하신 것으로 알아 달라”고 말했다. 여기서 두 분은 KBO 정운찬 총재와 장윤호 사무총장을 지칭한다. “총재께서 하겠다는데 이견을 달기 어려웠다”라고 KBO 내부정서를 전했다.

야구계에서는 정 총재가 왜 이 타이밍에 공식 보도자료까지 내며 감사를 강행하는 것인지,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KBO리그에서만이 아니라 KBO와 KBOP 사무국 운영에서 클린베이스볼을 실천하고, 조직의 역량 진단을 통한 사무국 체제 정비로 KBO리그 산업화를 위한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다”는 게 KBO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KBO 안팎에서는 ‘저의’에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존재한다. KBO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잠재적 적폐가 된) KBO 직원들이 위축되어 있다. KBO에 감사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조용히 했다. 이번처럼 보도자료에 감사 항목까지 조목조목 적시한 적은 없었다. 왜 그럴까? (정 총재 코드에 맞지 않아) 솎아내고 싶은 사람이 KBO 안에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바라봤다.

스포츠동아DB



● 감사 후폭풍은 어떻게 감당할까?

복수의 야구 관계자는 “아마 구본능 전 총재가 꽤 불쾌하게 여길 것”이라고 봤다. 감사 추진은 현 정운찬 체제가 전임 KBO 집행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표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인사는 “구 총재 때 내부 감사를 철저히 했다. 그런데 왜 또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 KBO 수뇌부에서 전임 집행부가 감추고 싶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포착한 가능성에 관한 추측도 나온다.

KBO의 감사는 구단 승인 사항은 아니다. A구단 단장은 “KBO가 감사를 하겠다는 말은 들은 기억이 난다. 그러나 승인이 아니라 통보에 가까웠다”고 전했다. 구단들도 KBO가 이렇게 보도자료까지 내며 공개적으로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곤 예견치 못했다.

B구단 단장은 “이렇게 된 이상, 구단도 감사 결과를 들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 결과가 신통찮으면 KBO는 책임론에 몰릴 수 있다. 큰 과오가 발견되고, 정보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 시즌 중 진행될 감사 기간 KBO가 히어로즈 사태 등 거대 화두를 주도적으로 다룰지도 의문이다. “감사를 둘러싸고 KBO 내부의 파워게임이 격화될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온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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