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AG 남북단일팀의 의미와 과제

입력 2018-04-3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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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에서 명시된 남북체육교류의 첫 무대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우리 의지와는 별개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원국들의 찬성을 받지 못하면 현실화가 어렵다.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 여자단체전에서 우승한 남북단일팀(왼쪽부터 홍차옥 유순복 현장화 리분희).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한과 북한은 국제 종합대회에 역사상 처음으로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단일팀으로 참가했다. 결정부터 대회까지 매우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이 이루어져 여러 논란도 뒤따랐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적극적인 지원, 단일팀을 통해 ‘평화 올림픽’을 강조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구성됐고 남북협력에 큰 물꼬를 텄다.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서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단일팀으로 참가하는데 합의했다.

이날 양 정상은 함께 발표한 ‘판문점선언’에서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해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자’고 뜻을 함께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8월 18일 개막해 9월 2일까지 열린다. 평창겨울올림픽과 비교해 물리적 준비 시간은 더 여유가 있지만 그래도 대회 개막까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염원을 상징하는 단일팀이라는 상징성이 크지만 여러 난제도 존재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평창겨울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 지적됐던 여러 논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각 체육단체를 대상으로 단일팀에 대한 견해를 조사했다. 총 40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중 탁구, 농구, 유도, 정구, 하키, 카누, 조정 등 7개 종목단체로부터 긍정적인 의향을 확인했다.

가장 큰 관건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결정이다. OCA는 미국과 유럽 서방국가들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는 색깔이 다르다.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중동 국가들과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경제 강국들의 영향력이 높다. 특히 중동 국가들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 위치한 국가지만 중동 국가들의 실력행사로 1962자카르타 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하지 못했고 이후 복귀했지만 1974년 테헤란 대회를 끝으로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지 못했다. OCA는 한 발 더 나아가 1981년 이스라엘을 제명했다. OCA는 그동안 남북 단일팀에도 IOC만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1990베이징대회도 남북 단일팀이 추진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OCA의 엔트리 확대 승인, 일본 등 아시아스포츠 강국의 동의가 있어야 남북단일팀 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체육 외교력’이 관건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단일팀 구성으로 인한 엔트리 확대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일부 국가대표선수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도 최소화해야 한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정상회담 직후 “남북 단일팀은 사회통합, 남북 동질성 회복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환영하며 “우리 선수들에게 피해가 없어야 한다. 문체부와 협의해 가장 효율적인 종목에서 단일팀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북한의 전력이 강한 여자축구는 단일팀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이다. 단 그만큼 OCA회원국들의 동의가 가장 중요한 종목이다. 단일팀 구성으로 전력이 더 강해지는 종목이기 때문에 주요 참가국들의 반대가 있을 수 있다. 남자축구는 상징성이 매우 크지만 선수선발, 조직력 등에서 난제가 많다. 남자종목의 경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병역특례해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각 체육단체와 선수 입장에서는 더더욱 민감하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함께 출전한 원조 단일팀 탁구도 유력 종목이다. 북한에서 최고 인기 종목 중 하나인 농구도 가능성이 있다. 단 엔트리 확대 혜택이 없다면 대표팀 선발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메달집계도 어떤 국가로 해야 할 것인지 등 앞으로 OCA와 긴밀히 협조해야 할 숙제들이 많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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