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ing Biz & Star①] 김동환 대표 “아날로그의 가치 통했죠”

입력 2018-05-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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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백패커 대표는 “디지털이 발전해도 아날로그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아날로그의 가치를 더욱 높여 초등학생도 핸드메이드 작가를 꿈꾸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사진제공|백패커

■ 핸드메이드 플랫폼 ‘아이디어스’ 개발한 김동환 백패커 대표

‘수공예 전문 마켓플레이스’ 필요성
진입장벽 낮춘 모바일 앱 인기폭발
입점 후 매출 늘었다고 감사메일도
핸드메이드, 취미를 넘어 직업으로


“아날로그(수공예)와 스타트업” 언뜻 매치가 잘 안되는 두 단어를 연결해 사업화한 곳이 있다. 최근 주목받는 스타트업 백패커가 지향하는 방향성이 바로 ‘아날로그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이 회사의 서비스 ‘아이디어스’는 수공예 작품을 파는 플랫폼이다. 요즘 입소문을 타면서 누적 다운로드 370만, 누적거래액 620억원이라는 성과를 냈다.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하고 작가들에게 원자재·부자재를 공급하는 기업 간 거래(B2B)사업도 준비하며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아날로그의 가치를 더 높여 초등학교 학생도 핸드메이드 작가를 꿈꾸는 그런 문화를 만들어 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김동환 백패커 대표를 만났다.


-아이디어스 서비스를 소개해 달라.

“대량 생산하는 공산품을 주로 파는 e커머스와 달리 사람들이 손으로 직접 만든 작품을 취급하는 마켓플레이스다. 시작한 지는 만으로 4년 됐다.”


-그동안 성과는 어떤가.

“누적다운로드 370만, 누적거래액 620억원이다. 4월 거래액은 47억원이다. 올해 1월엔 처음으로 월매출 1억원 이상의 작가를 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것은 4000명이 넘는 작가가 등록돼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성장의 원동력(차별점)은.

“기존에 있던 웹사이트 서비스와 달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내놨다. 이는 소비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작가들도 주문받고 소비자들의 문의에 답장을 하는 것이 편리해졌다. 발로 직접 뛰며 좋은 작가를 많이 영입한 것도 주효했다.”

아이디어스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각종 수공예품들. 사진출처|아이디어스 웹사이트 캡처


-작가들 영입 기준은.

“자체 기준 심사가 있다. 심사팀도 따로 꾸렸다. 높은 기준 탓에 입점 비율은 10∼20%로 낮다. 그 밖에 이미 입점한 작가의 추천을 받고, 명성 있는 작가들의 경우 직접 찾아가 영업도 한다.”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있나.

“작가의 편의를 위해 수입 원자재·부자재 공급 사업을 지난해 말 시작했다. 교육문화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단기적으론 신진작가 배출을 위한 클래스를 운영하고, 먼 미래 얘기지만 궁극적으로 대학을 설립하는 것도 꿈꾸고 있다. 오프라인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해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 1호점을 냈고, 올해 가을 가로수길에 2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해외 진출도 구상하고 있다.”

-다음에서 근무했다고 들었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다음에서 2년 정도 일하고 난 뒤 스타트업에서 3년 정도 있었다. 짧은 시간 압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업무 분야가 매우 넓었고, 그만큼 성과를 인정받았다. 너무 재미있게 일했던 것 같다. 이 경험이 백패커를 설립한 계기가 됐다.”


-아이템은 왜 수공예품인가.


“동생이 도자기를 전공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다. 옆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것도 봤고, 함께 팔아보기도 했다. 동생 작품이 팔리는 것을 보고 ‘수요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회사를 나와 여러 아이템을 놓고 고민하다가 수공예품을 떠올렸다. 공급자와 수요자는 있는데 판매와 구입을 위한 공간은 많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사업하면서 힘든 점은.

“매 순간 재미있지만 그만큼 힘든 것도 많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음 문제가 나타난다. 그걸 풀어내면서 창업자로 성장하는 것 같다. 처음엔 작가를 영입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서비스 오픈 전에 메일을 4000통 보냈고, 답장을 주는 분들을 전국 어디라도 가서 직접 만났다. 핸드메이드 페어에 가서 영업하기도 했는데 내리 거절을 당할 때면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그때 사업하면서 처음 울어봤던 것 같다. 그 후에도 투자와 채용 등 어려운 과제들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보람도 있을 것 같은데.

“판매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접으려 했다가 마지막으로 아이디어스에 입점해 성공했다고 하는 분을 만나거나, 그동안 매출이 크지 않아 간이사업자로 있었는데 아이디어스 입점 후 매출이 늘어 일반과세로 전환했다면서 고맙다는 메일을 받기도 했다. 이럴 때 보람이 있다.”

김동환 백패커 대표. 사진제공|백패커


-아이디어스의 미래와 목표는.

“어떻게 보면 아날로그의 극단에 서있는 산업이다.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디지털이 발전한다 해도 아날로그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밀레니얼 세대들은 오히려 아날로그 문화를 즐기고 소비한다. 장기적으로 이런 가치들이 더 많이 인정받아 핸드메이드가 취미를 넘어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게 꿈이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모든 사람이 창업을 할 필요는 없다. 적성에 맞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적성을 알아보고 싶다면 스타트업에서 한 번쯤 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김동환 대표

▲ 한양대학교 문학사 00학번
▲ 2007.07∼2009.08 다음커뮤니케이션(기획/마케팅)
▲ 2009.08∼2012.07 인사이트미디어(사업제휴/일본지사장)
▲ 2012.11∼현재 백패커 CEO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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