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은 ‘흑금성 영화’라는 사실 감추기 위해 지은 제목

입력 2018-05-1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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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3가지 키워드로 본 ‘공작’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공작’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맞물려 현지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12일(한국시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첫 상영된 ‘공작’과 칸 국제영화제의 만남을 3가지 키워드로 풀었다.


● 판문점선언

‘공작’의 영화제 초청은 최근 한반도 정세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칸이 여러 편의 한국영화 가운데 콕 짚어 ‘공작’을 택한 배경이다.

실제 해외 관객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영화가 상영된 2시간20분 내내 객석에는 묵직한 침묵이 흘렀다. 북핵문제는 물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뤄지는 이른바 ‘북풍 사건’과 같은 분단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낮을 수밖에 없는 해외 관객이 과연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영화 세일즈를 담당하는 한국영화 관계자는 13일 “남북한에서 실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놀랍다, 새롭다는 반응이 많다”고 밝혔다.

영화 ‘공작’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타이밍

‘공작’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시절인 2014년 기획을 시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 대선 직전, 남한의 여당 정치인과 안기부 그리고 북한 핵심세력간의 모종의 거래를 담은 실화가 바탕이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은 “처음부터 흑금성 영화를 만든다는 사실을 최대한 숨겨야 했다”며 “‘공작’이란 제목 역시 흑금성을 감추기 위해 지은 이름”이라고 털어놨다. 당시 블랙리스트로 상징되는 정권의 ‘탄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남북한 상황은 급변했다. 종전을 앞둔 현 상황이 ‘공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 흑금성

‘공작’은 흑금성으로 활동한 전직 안기부 소속 첩보원 박채서 씨의 이야기다. “중앙정보부 소재 영화를 준비하다 북한으로 침투한 스파이의 존재에 매료돼 시작했다”고 밝힌 윤종빈 감독은 스파이가 주인공인 첩보물이지만 화려하지 않은, 덤덤한 시선으로 극을 완성했다.

화려한 스파이액션에 익숙한 관객들에겐 낯선 시도가 오히려 칸에선 주목받았다. 프랑스 배급사 메트로폴리탄 관계자는 “현 시대 상황과 놀랍도록 밀접한 스파이영화”라 했고, 대만 영화배급사 캐치플레이 관계자는 “지적인 매력이 있다”고 평했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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