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날갯짓 꿈꾸는 쌍용, 세 번째 월드컵은 어떻게 열릴까?

입력 2018-05-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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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오른쪽)과 이청용. ‘쌍용’은 각각 A매치 99경기, 78경기에서 한국축구를 대표했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위업을 함께 이룬 쌍용은 러시아에서 또 한번 큰 꿈을 그린다. 스포츠동아DB

2018러시아월드컵에 도전할 태극전사 28명이 공개됐다. 여기서 대회 최종엔트리(23명)가 가려진다. 국가대표팀은 21일부터 6월 1일까지 경쟁을 거쳐 탈락자 5명을 추린다.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를 거쳐 대구~전주를 이동하며 진행될 1차 테스트를 앞둔 선수들 가운데 가장 경험이 풍부한 콤비가 있다. ‘쌍용’ 기성용(29·스완지시티)과 이청용(30·크리스털 팰리스)이다.

대표팀 주축으로 성장하면서 둘은 수많은 A매치를 누볐다. 기성용은 통산 99경기로,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이상 출전) 가입을 목전에 뒀고 이청용은 78경기를 소화했다.

또한 둘은 현 대표팀에서 ‘유이하게’ 두 차례 월드컵에서 활약했다.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위업에 힘을 보탰고, 4년 전 브라질월드컵을 1무2패로 마쳤다. 극과 극의 경험. 세 번째 맞을 월드컵에서 같은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축구대표팀 기성용. 스포츠동아DB


다만 전제가 있다. 최종엔트리 동반승선이다. 사실 서로가 밟아온 시간은 상당히 달랐다. 기성용이 승승장구한 반면, 이청용은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AC밀란(이탈리아)을 비롯한 수많은 유럽 명문클럽들의 직·간접적인 러브 콜이 기성용에게 쇄도했지만 이청용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특히 올 1월에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 머물고 있는 친정팀 볼턴으로의 단기임대조차 허용되지 않아 마음고생이 대단했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억지로 잔류시키고도 정작 출전기회를 주지 않아 한국축구의 원성을 샀다.

꾸준히 실전을 소화하며 기량을 과시한 기성용의 승선은 당연했다. 부상만 없다면 최종엔트리는 무혈입성이다. 그러나 이청용을 향한 시선은 마냥 곱진 않다. 대표팀 신태용 감독도 소집훈련명단을 발표하며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인정할 정도다. 바르고 고운 심성이 아닌, 실력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할 입장이다.

다만 이들을 향한 대표팀의 믿음과 신뢰는 확실하다. 신 감독은 이청용에 대해 “구상하는 전략에서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했다. 손흥민(26·토트넘)은 “(기)성용이 형과 잘 맞는다. 좋은 볼을 연결해준다. 많은 대화로 호흡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축구대표팀 이청용. 스포츠동아DB


공교롭게도 기성용과 이청용은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둥지를 찾아야 한다. 최근 종료된 2017~2018시즌을 끝으로 소속 팀과 계약기간이 만료됐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풀려 이적료도 없다. 선택의 폭이 비교적 넓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태가 계속된다면 이청용은 진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 역시 있다.

세 번째 월드컵을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노리는 기성용과 강렬한 재기 의지를 불태우는 이청용의 여름은 과연 어떻게 다가올까. 길고도 짧을 전쟁의 총성은 이미 울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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