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①] 장광 “절 보면 사람들이 무서워해, 가끔은 속상해요”

입력 2018-05-16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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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개봉 이후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절 보면 표정이 변해요. 하하. 아직도 그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연기를 잘 했다는 뜻이기도 한데 너무 무섭게만 보셔서 가끔은 속상할 때도 있죠. 저도 사람인지라(웃음).”

최근 종영한 OCN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왕 목사’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장광은 웃으며 말했다. 그는 “‘도가니’는 벌써 7년이나 됐는데 다들 절 보면 그 모습이 기억나는 것 같다”라며 “어떤 면에서는 내가 ‘악인 이미지’로 낙인이 찍힐까 걱정이 될 때도 있다. 늘 그런 역할만 들어올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장광이 악인 역할만 맡은 것은 아니다. 최근 ‘화유기’에서는 손오공(이승기 분)을 위해 청소, 빨래, 다림질, 요리, 설거지를 하면서 마음의 행복을 느끼는 요괴 ‘사오정’ 역을 맡으며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가 악인 연기를 펼칠 때 화제가 되는 이유가 뭘까. 그는 “내가 하면 반전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생각지 못한 반전을 줘 보는 사람들에게 깜짝 놀라게 해주려는 게 아닐까요? 사실 제가 못되게 생기지는 않았잖아요. 그렇죠? 하하. 착하게 굴다가 갑자기 악하게 굴면 드라마 자체에도 희열이 생기니 그런 것 같아요.”

이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도 장광은 소름 돋게 하는 연기를 펼쳤다. 그는 사이비 종파의 교주인 ‘왕 목사’를 맡았다. 신도들에게는 마치 긍휼한 마음을 지닌 사람처럼 보이지만 뒤로는 살인도 불사하지 않는 잔인함을 갖춘 인물이다. 또한 정치인들을 쥐락펴락하는 힘을 갖고 있기도 했다.

종영시청률 3.9%를 찍고 마친 ‘작은 신의 아이들’은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고 마무리했다. 마니아층도 생겨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장광은 “OCN에서는 꽤 높은 시청률이었다고 하더라”며 “사이비 목사 역할이어서 심적인 부담은 컸지만 또 드라마가 끝나니 아쉽기도 하다. 정말 시원섭섭하다”라고 말했다.

‘왕 목사’를 연기하기 위해 장광은 관련된 자료 등을 참고했다고. 그는 “각각 어떤 틀을 갖고 있고 목회자의 제스처 등을 살피며 연구를 했다”라며 “예전에 방송됐던 ‘구해줘’도 보긴 했지만 조성하가 연기한 교주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긴 해서 대본에 충실하며 연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작가였던 한우리 작가의 입봉작이잖아요. 그런 주제를 많이 다뤄본 작가이기 때문에 특정 종교에 대한 정보 등은 객관적으로 잘 다뤘을 거라 생각했어요. 저는 단지 제가 맡은 ‘사이비 목사’ 캐릭터를 잘 접근하고자 노력했어요.”

마지막 회에서 왕 목사의 최후는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빙의가 된 김단(김옥빈 분)의 총을 맞아 건물 옥상에 떨어지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 당시 촬영장은 무척 추워서 그 촬영을 하고 나서 스태프의 삼분의 일이 감기에 걸렸을 정도라고. 장광은 “나 역시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고 목감기가 왔었다”라고 말했다.

“총에 맞는 장면은 21층, 22층 높이의 건물에서 찍었거든요. 일교차가 너무 커서 온 스태프가 패딩을 입고 촬영할 정도였어요. 왕 목사가 떨어지는 장면은 3층에서 찍었어요. 아래 두꺼운 매트를 깔고 한 촬영이었죠. 3층 정도 높이에서 찍는 거라 제가 해볼까도 했는데 부상위험이 있을 수 있어 대역 배우가 연기 하셨죠.”

함께 연기한 강지환과 김옥빈과의 호흡을 물어보니 “다 내게는 연기 선배들”이라고 말했다. 장광은 “나이는 내가 많을지 모르지만 대중매체 필모그래피로만 따지면 그들은 내 선배나 다름없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사실 두 사람이 주인공이기도 했고 이 드라마는 대사가 정말 많았어요. 1~4회 대본리딩할 때 걱정이 될 정도로 대사가 많았죠.(웃음) 그런데 두 사람이 정말 잘해줬고 열심히 한 것이 돋보인 연기를 보여줬어요. 특히 김옥빈 빙의 연기는 대단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강지환에게 일본 팬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촬영장에 가면 늘 있더라고요. 내심 좀 부럽던데? 하하.”

유독 ‘사회 이슈’에 관련된 작품을 많이 했던 장광은 시트콤,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곧 방영될 tvN 드라마 ‘어바웃 타임’에서는 김해숙과 잠시 ‘썸’을 타며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는 “노년에 외로움 사람끼리 만나는 모습이 참 좋더라”며 “김해숙과는 야외에서 왈츠를 추는데 기본 스텝을 배워서 갔다. 오랜만에 상대 배우와 좋아하는 연기를 펼치는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배우라면 누구나 여러 도전을 해보고 싶죠. 특히 전 ‘화유기’나 ‘광해’가 생각이 많이 나요. 제가 평소에 잘 해보지 않은 역할이라서 그런가 봐요. 게다가 전 대중매체 온 지 7년 밖에 되지 않은 신인 연기자랍니다. 하하. 그래서 더 도전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시트콤처럼 밝은 성격의 작품도 해보고 싶고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멜로물도 찍고 싶어요. 저 같은 신인 연기자 좀 많이 써주세요.”

→베테랑 토크②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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