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세월호 유가족 “‘전참시’ 고의성 無 수용”…시청자 설득할까 (종합)

입력 2018-05-16 18: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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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세월호 유가족 “‘전참시’ 고의성 無 수용”…시청자 설득할까 (종합)

MBC가 세월호 참사 보도 영상을 희화화해 사용한 ‘전지적 참견시점’과 관련, 조사위원회를 통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건이 일어난 경위부터 문제 인지 과정까지 낱낱이 밝혔다. 더불어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요청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앞서 5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이영자의 ‘어묵 먹방(먹는 방송)’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보도 관련 화면을 인용 편집해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그간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희화화해온 표현을 고의적으로 인용한 것이 아니냐며 비판은 더욱 거세게 일었다.

이에 MBC는 ‘전참시’ 제작진과 최승호 사장의 공식 사과를 전했고 긴급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조사는 1차와 2차에 걸쳐 진행됐으며 세월호 유가족 및 노조가 참여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발표를 위해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조사위원장 조능희 기획편성국 본부장을 비롯해 조사위원 고정주 경영지원국 부국장, 전진수 예능본부 부국장, 이종혁 편성국 부장, 오동운 홍보심의국 부장 그리고 또 다른 조사위원이자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특위 위원 오세범 변호사가 참석했다.


조사위는 5월 9일 조사위를 구성하고 예비조사를 진행했으며 10일 조사위를 확대하고 현장조사를 거쳤다고 밝혔다. 13일에는 중간 점검 및 간담회를 진행했고 14일 조사를 마무리했다고 활동을 보고했다.

조사위는 “해당 방송 부분의 편집을 담당한 조연출로부터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1일 조연출이 FD에게 필요한 뉴스 멘트를 제시하고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2일 FD가 전달한 자료 10건 중에 2건이 세월호 뉴스 관련 영상이었으며 조연출이 세월호 관련 자료가 포함된 뉴스 화면 3컷을 사용했다. 조연출이 3일 미술부에 흐림 처리 등 CG 작업을 의뢰했으며 완료 후 편집됐다. 5일 최종 완제 편집이 진행됐고 방송됐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해당 장면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뉴스 속보’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조연출과 FD 그리고 미술부 CG 담당자는 문제가 된 영상이 세월호 사고 관련 뉴스 영상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FD는 ‘뉴스 속보’의 앵커 멘트를 요청받았으며 편집에 일체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조연출의 지시를 그대로 수행했다. CG 담당자 역시 어떤 부분에 어떻게 사용되는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의뢰받은 대로 작업을 진행했다.

조사위는 “조연출은 첫 번째 영상은 세월호 관련 뉴스임을 몰랐고 세 번째 뉴스는 뒷부분의 화면이 세월호 사고 화면임을 알았다. 하지만 뉴스 멘트 자체에는 ‘세월호’ 관련 언급이 없기 때문에 뒷배경을 보이지 않게 흐림 처리를 하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CG 처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후 모든 제작 관련자들은 흐림 처리된 1.6초 길이의 뉴스 영상만을 보게 됐다. 조사위는 “실무책임과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연출과 담당부장은 수차례의 시사 과정에서도 해당 뉴스 화면이 세월호 관련 영상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자료 길이도 짧았고 흐림 처리된 영상에 이영자의 CG 및 자막 등이 입혀져 있어 확인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방송 이전까지도 영상의 원본이 세월호 참사 보도 영상이라는 사실이 상급자에게 전혀 보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담당 PD와 CP 모두 방송 이후 논란이 될 때까지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조연출은 당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해 만든 것일뿐 다른 의도는 없었으며 특정 사이트에서 해당 단어가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하고 조롱하는데 사용되고 있음을 몰랐다”면서 “조연출이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려는 고의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위는 해당 조연출과 제작 책임자(담당 연출, 부장, 본부장)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조연출의 단순한 과실로 볼 수 없으며 방송 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했으므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해 자료 사용에 대한 게이트 키핑을 강화하고 방송윤리의식 점검 및 재교육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단체 대화방에서 세월호가 언급됐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언급한 내용이 없다.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제작진 일베설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발표했지만 의문을 해결하지는 못 했다. 오동운 부장은 취재진의 추가 질문에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이상 일베가 아니라는 확증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사실적으로 확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베라고 할 만 한 의혹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고 정정했다.
이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조사위원회의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전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본 사건은 세월호참사 당시 비상식적, 비윤리적 취재와 오보로 인해 희생자와 유가족을 두 번 죽였던 것과 같은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사건 인지 후 즉시 사건의 전말을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신 MBC의 진심어린 노력에는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당연히 제기할 수밖에 없었던 ‘제작진 일베설’ 등 고의성 여부에 대한 조사결과를 수용한다. 그러나 고의성이 없었다고 책임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관련자들에 대해 적절한 책임을 묻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 실행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이 MBC는 물론 모든 방송언론인들이 매우 구체적인 자각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방송사 차원의 반성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구성원 개개인의 반성과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이를 위해, 어제(15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연 ‘언론에 의한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티브로드방송 이제문 기자님이 용기를 내 고백했던 것처럼, 세월호 참사 당시 및 이후 본인들의 행동, 활동을 있는 그대로 고백해주시기를 바란다. 회사와 경영진의 잘못 뒤에 숨어 구성원 개개인의 잘못이 가려지는 일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승호 사장님께서는 취임 이후, 그동안 MBC가 잘못한 것을 철저히 조사하고 조치를 취하시겠다고 약속했다. 조속히 조사결과와 조치결과를 공개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를 넘어 MBC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도까지 추락시킨 ‘전참시’ 논란. 이번 사태로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럼에도 MBC의 조사 결과를 수용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사과와 수용’으로 사건이 일단락되는 모양새인 가운데 MBC가 시청자와의 관계까지 회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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