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안녕’ 예비 이등병 김건희가 수원에 안긴 특별한 선물

입력 2018-05-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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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이 2018 ACL 8강 무대에 올랐다. 16일 홈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16강 2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두고 1차전 0-1 패배를 만회하며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달 말 국군체육부대 입대를 앞둔 김건희의 2골 활약이 빛났다. 득점 직후 포효하고 있는 김건희.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원정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무승부도 좋고, 득점을 전제로 1골차 패배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반면 홈 팀은 쫓겼다. 상대가 원하는 시나리오를 무조건 달리 써야 했다.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이 그랬다. 90분이 흐르고 운명이 결정됐다. 수원은 3-0 쾌승으로 1·2차전 합계 3-1로 8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ACL에서 2011년(4강)에 오른 이후 7년만에 8강 진출이란 값진 열매를 따냈다.

1차전(9일)에서 울산에 0-1로 패한 수원은 절박했다. 베테랑 날개 염기훈까지 잃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다. 2018러시아월드컵 출격을 꿈꾸던 염기훈은 울산 리차드의 발에 가슴을 채여 갈비뼈가 골절됐다.

울산도 방심할 수 없었다. 무실점은 고무적이었지만 한 골차 승리는 2% 부족했다. 수원 서정원 감독과 울산 김도훈 감독은 전날(15일) 공식기자회견에서 “모든 걸 쏟아내겠다. 단단히 준비했다”고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초반 팽팽한 흐름을 수원이 깼다. 예상치 못한 에이스가 등장했다. 염기훈을 대신한 김건희가 전반 26분 이기제가 띄운 프리킥을 헤딩으로 연결해 골네트를 갈랐다. 5분 뒤에는 문전 한복판에서 바그닝요가 머리로 떨군 볼을 터닝슛으로 꽂아 넣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감정이 복받친 김건희의 눈가는 촉촉이 젖었다. 사연이 있다. 아마추어 시절, 각급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며 기량을 인정받은 그에게 프로의 벽은 높았다. 해외 진출을 미루고 2016년 수원 유니폼을 입었지만 설 자리는 좁았다. 올 시즌도 1골에 그치고 있었다.

결국 조기 입대를 택했다. 이달 말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가 확정됐다. 매년 후반기마다 발생하는 대규모 전역자들로 힘겨운 싸움을 반복한 상주 상무는 시즌 중에도 입대자를 받기로 했다. 당분간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떠날 김건희는 크고 값진 선물을 친정 팀에 안겼다. 후반 추가시간 바그닝요의 쐐기 골로 3-0으로 앞선 시점에 교체될 때까지 사력을 다했다.

울산은 당황했다. 운도 없었다. 후반 15분 리차드가 수원 곽광선의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PK)을 오르샤가 실축했다. 수원 골키퍼 신화용이 선방했다. 1-2로 패해도 8강에 오를 수 있었기에 더욱 뼈아팠다.

ACL 8강 대진추첨은 23일 진행된다. 수원은 부리람(태국)을 누르고 8강에 선착한 전북 현대와 4강에서 또 한 번의 국제판 K리그 더비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 8강 1차전은 8월 28~29일, 2차전은 9월 18~19일 진행된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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