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아날로그 스포츠] 가장 완벽했던 타자, 타이 콥과 습관

입력 2018-05-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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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볼 시대 기장 완벽했던 야구선수 타이 콥은 발로 점수를 만드는 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났다. 타고난 스피드도 있었지만 상대 선수들의 습관과 허점을 연구하고 그 빈틈을 파고드는 야구 IQ가 누구보다 뛰어났다. 이런 타이 콥도 자신의 습관 때문에 가끔은 고생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데드볼 시대 발야구의 모든 것을 보여준 콥의 무기는 빼어난 분석능력
상대의 습관 허점을 놓치지 않았지만 자신도 숨기고 싶은 습관이 있어
빅 트레인 월터 존슨과의 맞대결에서 보여준 타이 콥의 인간성
팀의 사인 훔치기에 동참하지 않아 동료의 미움 받고 왕따 신세


데드볼과 인사이드 베이스볼, 사인야구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는 타이 콥이다.

190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통산 4191안타를 때린 타이 콥은 통산 892개의 도루도 기록했다. 1920년 베이브 루스로 상징되는 홈런 중심의 라이브볼 시대 이전의 야구는 장타보다는 단타로 살아나간 뒤 베이스러닝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승패의 중요한 변수였다. 사인을 잘 훔치고 상대 수비의 빈틈을 파고드는 능력을 가진 타이 콥은 당시 야구인들에게는 가장 완벽했던 선수다.


● 발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야구를 다 보여줬던 타이 콥

타이 콥은 혼자서 자신의 야구역량을 다 보여줄 수 있는 홈스틸을 좋아했다. 1909년 7월 22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보스턴 레드삭스 경기에서는 7회에 2루와 3루, 홈을 차례로 훔쳤다. 콥은 이런 신기의 기술을 무려 4번이나 관중에게 보여줬다.

1911년 5월 12일 콥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뉴욕 하이랜더스(양키스의 전신) 경기에서 6-5로 승리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1루주자로 나간 뒤 후속타자의 우전안타 때 홈까지 파고들었고, 2루주자로 나가서는 상대 투수의 폭투 때 홈으로 들어왔다. 이어 2타점 동점타를 때렸고 마지막에는 홈스틸을 성공시켜 경기를 끝냈다. 야구의 신(神)도 감히 생각하지 못할 묘기였다.

콥이 이처럼 주자로서 빼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역시 타고난 스피드였다. 100야드(91.44미터)를 10초대에 주파하는 발이 큰 무기였다. 또 하나는 누상에서 상대팀 투수가 타자에게 피칭을 할지 아니면 주자에 견제구를 던질지 알아내는 기막힌 판단력과 야구센스가 있었다.

타이 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상대의 빈틈과 버릇을 잘 찾아냈던 콥의 머리와 야구 IQ

콥은 경기장에 가면 마치 책을 읽듯 상대팀 선수들의 모든 습관과 사소한 버릇을 머릿속에 기억했다. 이를 통해 언제 도루하는 것이 가장 확률이 높은지 알고 움직였다.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승(511승)에 빛나는 사이 영도 콥의 이런 영리한 플레이에 자주 당했다. 사이 영은 주자를 견제할 때 마운드에서 두 팔을 몸에서 약간 떼고, 피칭을 할 때는 팔꿈치를 조금 구부리는 습관이 있었다. 콥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콥은 성격적으로 결함이 있었다. 신경질적이고 주위와 잘 어울리지 못했다. 가짜 과학에 몰입하는 등 평범한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 그는 골상학으로 선수들의 성격을 파악했고 이 것을 야구에도 철저히 이용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는 월터 존슨이었다. KIA의 임창용처럼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공이 워낙 빨라 “타석에서는 공이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린다” “공이 공기를 가르고 날아오는 소리가 기차소리 같다”(그래서 별명이 빅 트레인으로 붙여짐)는 얘기가 나오는 투수였다. 콥도 “타석에서 보면 수박씨처럼 작게 보일 정도로 빠르다”고 했는데, 이런 존슨에게도 약점이 있었다. 성격이 너무 착해 혹시 타자들이 맞을까봐 몸쪽 공을 던지지 못했다.

콥은 이 약점을 최대한 이용했다. 월터 존슨과의 대결 때는 최대한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서 바깥쪽으로 공을 던지게 했고 이를 안타로 만들어냈다. 그 덕분에 통산 맞대결 성적은 0.366(328타수 120안타 1홈런)으로 다른 타자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콥의 입장에서 보자면 월터 존슨은 너무나 예측하기 편한 투수였다. 공이 워낙 빠르다보니 포수의 사인 대부분은 빠른 직구였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처음 10년 동안은 오직 직구만을 던졌고, 그 다음에서야 커브를 배웠다는 얘기도 있다. 콥은 현역시절을 마친 뒤 “만일 존슨이 마운드에서 고개를 흔들면 다음 공은 무조건 커브였다”고 털어놓았다.

타이 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타이 콥에게도 숨기고 싶은 버릇이

이처럼 야구 IQ가 높은 콥이었지만 그에게도 천적이 있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포수 벅 크로우즈(1920~1930년 현역으로 활약)는 유난히 콥의 도루를 잘 잡아냈다. 그는 은퇴 후 숨겨왔던 영업비밀을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콥이 리드를 많이 하면 도루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리드 폭이 짧으면 뛴다는 암시라고 했다.

콥의 숨겨진 약점은 또 있었다. 유난히 콥의 번트시도를 잘 알아내던 포수가 있었다. 궁금했던 콥은 그에게 “도대체 비밀이 뭐냐”고 물었다. 그 포수의 대답은 이랬다. “조금 있으면 현역생활이 끝날 것 같으니까 이제는 말해줘도 되겠군. 당신은 번트를 하기 전에 항상 혀로 아랫입술을 핥아대는 버릇이 있어. 그것이 내가 번트 시도를 알아채는 노하우였어.”

이처럼 세상의 어느 야구선수도 습관이 있다. 그것을 알고 모르고는 각자의 능력이다. 정글 같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똑똑해야 한다.


● 타이 콥이 팀에서 왕따 당한 이유도 사인 훔치기 때문?

콥이 디트로이트에 입단했을 당시 메이저리그는 사인 훔치기가 유행이었다. 많은 팀들이 외야에서 망원경을 이용해 상대 포수의 사인을 알아낸 뒤 자기팀 타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일상인 때였다. 디트로이트 감독 빌 아무어는 콥이 입단하자 이런 정보를 알려줬다.

하지만 당시 18살의 당돌한 콥은 “내 방식대로 야구하면 안 되나요?”라고 대꾸했다. 예상 못한 대답에 머쓱해진 감독은 “그럼 네 마음대로 해”라며 물러섰다. 이런 행동과 성격 탓에 콥은 차츰 동료들과 멀어졌다. 그러다보니 동료끼리도 전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디트로이트는 도니 부시가 2번 타자, 타이 콥이 3번타자, 샘 크로포드가 4번타자였는데 콥은 타순의 앞뒤 선수와 서로 말도 섞지 않는 관계였다. 이들은 경기 도중 사인이 달라져도 콥에게는 알려주지 않았다. 콥은 “크로포드가 외야에서 수비할 때 전혀 도와주지 않았고 자신이 도루를 하려고 하면 일부러 파울을 내는 등 훼방을 놓았다”고 ‘스포팅뉴스’지에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나마 팀에서 유일하게 콥과 대화하는 다른 선수가 전령사 역할을 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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