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부터 성장까지, KLPGA가 걸어온 40년 발자취

입력 2018-05-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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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프로골프(KLPGA)가 감격의 40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1978년 5월 26일 첫 프로 테스트를 통해 탄생한 KLPGA는 이후 성장과 부침을 반복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40년 전 당시 최초의 여성 프로골퍼 자격을 얻었던 안종현과 고(故) 한명현, 강춘자, 고(故) 구옥희(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가 서로를 꼭 껴안은 채 활짝 웃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말 그대로 숨 가쁘게 달려온 40년이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마침내 불혹(不惑)의 나이를 맞이했다. 1978년 작은 몸집을 이끌고 세상 밖으로 나온 KLPGA는 창립기념일인 26일 감격의 40번째 생일잔치를 자축하고 새로운 비상을 준비한다.


태동부터 성장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쉬운 여정은 없었다. 선입견과 편견 속에서 어렵사리 출발했던 KLPGA는 이제 세계무대에서 그 위용을 뽐내는 투어로 성장했다. 숱한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하고 굵직한 국·내외 무대를 유치하면서 세계여자골프의 중심으로 당당히 도약했다. 영광과 좌절을 반복하며 지금의 성장을 이뤄낸 KLPGA의 40년 역사를 되돌아본다.

KLPGA 출범 40주년. 4명의 1호 프로들. 사진제공|KLPGA

● 태동


1978년 5월. 한국골프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한국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여성 프로골퍼가 바로 그때 탄생했다. 로얄 컨트리클럽(현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제1회 프로 테스트를 통해 강춘자와 한명현, 구옥희, 안종현이 1~4번 순서로 프로 자격을 획득했다. 이어 8월 김성희와 이귀남, 배성순, 고용학이 추가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총 8인의 여성프로 1세대가 탄생하게 됐다.


진용을 구축한 KLPGA는 9월 20일 한양 컨트리클럽에서 첫 대회인 KLPGA 선수권을 개최한다. 한국프로골프선수권 여자부로 펼쳐진 이 대회에서 한명현이 구옥희와 강춘자를 제치고 초대 챔피언이자 KLPGA 최초의 여왕으로 등극한다.


그러나 이처럼 힘찬 출발은 KLPGA의 성장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못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프로스포츠에서 여성의 비중은 미약했던 탓에 KLPGA는 1호 프로 테스트와 초대 대회를 모두 남자골프 대회장 구석에서 진행해야 했다. 이러한 한계는 1980년 들어서도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투어 규모가 작아 마음껏 기량을 펼치지 못했던 구옥희와 강춘자, 한명현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해외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들의 해외 진출은 한국여자골프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가 됐고, 1988년 KLPGA의 독립 출범을 이끄는 초석이 됐다.

● 성장


홀로서기를 택한 KLPGA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는다. 회원수가 증가하고 투어 규모가 늘어나면서 전체 분위기가 활기를 띠게 된다. 1990년대 초반 고우순이 4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하면서 새로운 여왕으로 떠올랐고, 뒤이어 이오순이 3년 연속 상금왕과 최우수선수상을 차지하면서 새 시대를 열었다. 1995년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삼성월드챔피언십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렸고, 1999년에는 한일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이 신설되면서 KLPGA는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된다.


성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998년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증폭제가 KLPGA의 성장을 도왔다. 바로 박세리의 LPGA US오픈 제패였다. 당시 21살 신성이던 박세리는 LPGA 최고의 메이저대회에서 맨발의 투혼을 펼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는 그해 IMF 사태로 신음하던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됐고, KLPGA가 한국스포츠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이후 박세리를 필두로 한 태극낭자들의 국·내외 활약은 KLPGA를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미디어는 새로운 스타 탄생을 기다렸고, 굵직한 기업들의 투자는 규모 확대를 이끌었다. 힘을 얻은 KLPGA는 기존 1부투어에 안주하지 않고 몸집을 더욱 키워나갔다. 2000년 드림투어(2부투어), 2004년 시니어투어, 2006년 점프투어(3부투어)를 신설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 미래


지난 14일 KLPGA는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비전 2028’을 선포했다. KLPGA가 던진 4가지 화두는 조직체계 지속혁신, 대회 경쟁력 강화,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사회적 책임 실현이었다. 이어 2021년에는 아시아 골프허브로, 2025년에는 세계 2대 투어로, 2028년에는 글로벌 넘버원 투어로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KLPGA는 글로벌 넘버원 투어로 나아가기 위해 2015년부터 인터내셔널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시행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에게 기회의 장을 더욱 폭넓게 제공하기 위함이다. 또한 최근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개최하는 대회 숫자를 늘리면서 아시아 골프허브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40년 전 미약하게 출발했던 KLPGA는 이제 한 시즌 30개 대회, 216억원 총상금을 자랑하는 대형 투어로 발전했다. KLPGA를 발판삼아 일본과 미국, 유럽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역시 그 수를 쉽게 헤아릴 수 없다. 영욕의 40년 여정을 마친 KLPGA가 꿈꾸는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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