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가지 변화 키워드로 본 한용덕호 성공 비결

입력 2018-05-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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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요즘 KBO리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팀은 한용덕 감독이 이끄는 한화다. 김성근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5~2017시즌(5월 23일 퇴진)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어서다. 올 5월 월간 승률 1위의 성적표가 이를 증명한다. 이에 따라 홈구장인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도 연일 구름관중이 몰린다. 김 전 감독 시절 존재했지만, 지금은 사라진 7가지 키워드를 통해 한화의 순항 비결을 풀어봤다. 과거와 현재의 비교를 통해 한화의 오늘을 엿볼 수 있다.


① 혹사


김 전 감독이 퇴진한 2017년 5월 23일부터 한화에는 ‘건강야구’ 바람이 불었다. 이는 상황에 관계없이 주축 투수들을 당겨쓰는 혹사를 차단하겠다는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과거에는 4~5점차로 뒤진 상황에도 필승계투조를 투입해 추가실점을 막은 뒤 역전을 노리는 도박에 가까운 투수 기용을 했다면, 지금은 원칙에 입각한 효율적인 운용이 돋보인다. 비일비재했던 3일 연투도 2018시즌에는 딱 두 차례가 전부다.


② 강제 특타


강제성 짙은 특별타격훈련(특타)은 아예 사라졌다. 과거에는 홈경기 시 특타조에 편성된 선수들이 오전부터 출근해 배트를 잡아야 했고, 경기 후에도 자정까지 훈련이 이어졌다. 한 선수가 특타조 편성 사실을 모른 채 귀가하던 중 2군행을 통보받은 것도 유명한 일화다. 이제 그런 걱정은 없다. “훈련은 경기 준비과정”이라고 강조하는 한 감독은 선수의 리듬에 맞게 훈련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이는 지금의 성적으로 이어졌다.

스포츠동아DB


③ 퀵후크


퀵후크는 3실점 이하의 선발투수를 6이닝 이전에 교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전 감독 체제에선 선발의 역량과 관계없이 퀵후크가 이뤄졌다. 2015시즌 58회, 2016시즌 64회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퀵후크를 기록했는데, 이때 4.2이닝이었던 선발 평균 소화이닝이 올해는 5이닝을 넘긴 것이 큰 차이다. 선발에게 5이닝은 승리투수가 되기 위한 최소 필요조건이다. 어떻게든 5이닝은 버틴다는 선발의 책임감이 2018년 한화 마운드가 안정을 찾은 가장 큰 비결이다. 한 투수는 “이제는 초반에 흔들려도 눈치를 보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한화 샘슨-휠러(오른쪽).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④ 이유 없는 투자


무분별한 투자는 사라졌다. 지금 한화는 젊은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해 꾸준히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팀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합리적인 투자를 통해 전력을 유지하고, 우승권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이 만들어지면 과감한 투자로 퍼즐을 채우겠다는 것이 구단 고위층의 의중이다. ‘김 전 감독 시절과 정반대의 행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성적을 통해 합리적인 투자임을 입증했다. 외국인선수 몸값 총액을 지난해 480만 달러에서 올해 197만5000달러로 크게 줄인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⑤ 선수들의 서산↔대전 왕복


김 전 감독은 2군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테스트하는 것을 즐겼다. 문제는 본인이 서산 2군구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을 대전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1군 등록을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에 왕복 3~4시간을 의미 없이 소비해야 했다. 지금은 선수들이 테스트를 위해 서산과 대전을 오가는 일은 없다. 대신 박종훈 단장과 한 감독이 직접 서산을 찾아 선수들을 지켜본다. 최근에는 송진우 투수코치가 직접 서산을 방문해 투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기도 했다. 2군에도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코칭스태프가 몸소 보여주는 것이다. 선수들이 훈련 시간을 낭비할 이유도 사라졌다.

한화 장종훈 코치-한용덕 감독-송진우 코치(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⑥ 스태프 간 잡음


한용덕 체제의 코칭스태프는 각자 임무를 존중하고, 프런트와 현장의 소통이 원활하다. 특히 김 전 감독이 모든 파트를 관장하던 시절과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 눈에 띈다. 한 감독은 “내가 욕심을 부리려고 해도 송진우 코치가 막아선다”고 웃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며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선수들도 특정 코칭스태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효율적인 훈련이 이뤄지는 이유는 단 하나, 원활한 소통이다. 감독이 코치들의 지도방식에 일일이 간섭하는 일도 사라졌다.

한화 서균과 송진우 투수코치(왼쪽부터)가 23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전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⑦ 성공체험


과거 한화에서 ‘성공체험’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페이스가 올라올 만하면 교체되거나 2군에 내려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성적 외적인 요인도 선수들을 옥죄었다. 마운드에서, 타석에서 조금만 흔들려도 덕아웃 눈치를 봐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한 감독은 “공격적으로 승부하면 된다”고 주문하며 선수들의 의식을 바꿨다. 이는 ‘조금만 흔들리면 교체된다’는 선수들의 불안감도 지웠다. 송 코치는 “전체 미팅 때는 잘한 부분만 칭찬한다”고 강조했다.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어도 수비와 베이스커버 등 잘된 부분을 칭찬하는 식이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올라간 것은 당연지사다. 22일 대전 두산전에서 15.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마감한 서균이 전체 미팅에서 오히려 큰 박수를 받은 것이 좋은 예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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