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체육복지 전도사 된 몬트리올 영웅

입력 2018-05-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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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인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60대 노신사임에도 거구에서 뿜어 나오는 열정적인 에너지로 “온 국민이 함께 스포츠를 즐기며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거구의 사내는 카메라 앞에서 “으라차차!”라고 외치며 솥뚜껑 같은 큰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파이팅은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응원구호입니다. ‘화이또’라고 외쳤었죠. 스포츠는 싸움이 아닙니다. 일본도 이제는 파이팅을 쓰지 않아요. ‘간밧떼(힘내라는 뜻)’라고 하잖아요. 우리에게는 ‘으라차차’라는 훌륭한 고유의 응원구호가 있습니다. 한번 외쳐보세요. 얼마나 힘이 나는지!”


조재기(68)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에너지가 넘쳤다. 60대 후반의 노신사지만 190㎝의 큰 키와 탄탄한 몸은 유도선수로 올림픽 무대를 주름잡았던 40여 년 전과 크게 다름이 없었다.


조 이사장은 지난 1월 국민체육진흥공단 제12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올림픽메달리스트(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유도 무제한급 동메달)이자 대학교수, 체육행정가로 쌓은 모든 경험을 체육발전에 쏟아 붓겠다는 열정으로 애주가가 금주까지 하며 업무에 열중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대한민국 체육의 젖줄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한 뒤 잉여금 3521억원으로 출발해 지난해까지 총 10조443억원을 생활체육, 장애인체육, 전문체육, 청소년육성 등에 지원했다. 조 이사장은 “서울올림픽이 선물한 기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메달리스트로 많은 혜택을 받으며 살아왔다. 공부도 할 수 있었고 체육행정도 경험했다. 처음 이사장직을 제안 받았을 때, 시인 출신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께서 ‘문화계나 체육계 사람들은 숫자에 약하지 않습니까?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기금을 슬기롭게 잘 써야 하는 곳입니다. 각별히 유념해 주십시오’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장관님, 부산 앞바다에 개인적인 모든 사심은 다 버리고 상경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할 일이 많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내년에 서울올림픽 개최 30주년이 된다. 공단은 ‘스포츠와 즐거움을 국민과 함께’라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30년간 대한민국은 크게 발전했고 체육은 이제 매우 중요한 삶의 일부가 됐다.


“과거에는 일이 바빠 스포츠는 파이팅을 외치며 보는 즐거움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국민이 스포츠가 일상이 되고, 그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추진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모든 국민이 불편 없이 운동할 수 있는 체육복지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 체육시설 확충, 국민체력100사업 활성화, 스포츠강사 배치 확대, 체육시설 안전관리 등의 사업을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다. 국민체력100은 개인 맞춤형 체력측정부터 운동처방까지 제공되는 과학적 체력관리 서비스다. 의료부분과 연계하는 등 점차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13세 이상 국민이라면 전국 37개 체력인증센터에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집 가까이에 있는 국민체육센터와 마을 단위 동네 체육관 개방형 다목적 학교체육관 등 시설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누구나 쉽게 가까운 장소에서 전문적인 강사와 프로그램을 통해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공단의 기금 지원 사업을 ‘서울올림픽이 선물한 기적’이라고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사실 평창동계올림픽에도 공단 기금 1조3200억원이 지원됐다. 서울올림픽이 평창올림픽의 젖줄이 된 셈이다. 1980년대만 해도 ‘올림픽 개최하면 망한다’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3500억원의 흑자를 봤다. 이 돈으로 공단이 탄생했고 그동안 체육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이사장을 맡고 보니 전문가들이 다 모여 있는 조직이다. 새로운 사회에서 우리 역할이 더 크다.”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누구나 쉽게 가까운 장소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체육복지에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은 100세 시대다. 체육활동을 원하는 국민이라면 사회 경제적 여건에 상관없이 스포 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건강은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주기적인 체육활동은 이러한 건강수명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공단은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사업 등을 통해 지난해에만 1조5750억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전액 사회 환원을 해왔다. 그동안 국민체육센터 229곳, 개방형다목적학교체육관 217곳을 지었다. 올해는 2738억원을 이 분야에 지원할 계획이다.”


-스포츠의 산업화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분야 일자리 창출에도 공단의 역할이 기대된다.


“먼저 공단 내부적으로 총 958명의 비정규직 근로자 전원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 관심분야는 체육지도자 양성이다. 스포츠강사, 스포츠산업 청년 창업 지원 등을 통해 2022년까지 9만 여 개의 일자리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예산이 부족해 올림픽에 참가할 국가대표 선수를 줄여야만 했던 시절에 운동을 했다. 메달리스트이기 때문에 엘리트체육 지원에 더 관심이 높을 것으로 생각됐지만 더 큰 관심은 스포츠를 통한 복지, 그리고 삶의 질 향상에 있었다. 선수에서 은퇴한 후 스포츠경영학으로 공부를 계속해 대학교수로 재직했고,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경험한 많은 것들이 녹아있는 신념이었다.


조 이사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재미있는, 그리고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1976년 올림픽을 앞두고 혹독하게 훈련했는데 중량급은 메달 가능성이 낮다고 올림픽에 안 보내줬다. 그런 시절이었다. 일본에서 유도를 배우기 위해 어렵게 출국했는데 외환 송금이 제한돼 밥을 굶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에 참가했고 메달을 땄다. 그리고 많은 혜택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해외에도 서울올림픽의 유산을 전하고 있다. 얼마 전 부탄에 체육관을 완성했다. 우리 시각에서는 아주 작은 시설이지만 부탄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현대식 체육관이라며 굉장히 기뻐했고 고마워했다. 우리의 국격이 이렇게 높아졌다.”

●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생년월일=1950년 3월 17일
▲출신교=대동고~경기대~동아대 체육학 석사~한양대 스포츠경영학 박사
▲주요 경력=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유도 무제한급 동메달~1979년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헤비급 동메달~동아대 스포츠과학대학 교수~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조직위 담당관~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사무차장~대한체육회 이사~2008·2009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주요 수상 경력=체육훈장 거상장, 체육훈장 맹호장, 녹조근정훈장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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