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빅톤 “우리 색깔에 꼭맞는 노래는 처음…1위 하는 상상 몰래했죠”

입력 2018-05-3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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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터널”을 지난 빅톤은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올해 데뷔 3년 차가 된 빅톤은 “음악프로그램 1위보다는 음원차트 진입이 먼저”라는 소박한 꿈을 안고 출발한다. 사진제공|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 신곡 ‘오월애’ 발표, 새 도약 꿈꾸는 빅톤

에이핑크와 한 소속사서 3년 차
무대 없을 땐 강남·신촌 버스킹
신곡 ‘오월애’ 받자마자 “이거다”
BTS 아이 니드 유 안무가 총연출
차트 인 목표…너무 소박했나요?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다는데 7인조 아이돌 그룹 빅톤(한승우·강승식·허찬·임세준·도한세·최병찬·정수빈)에게 현재 가장 큰 꿈은 ‘1위’가 아니다. 그저 ‘차트 인’이다. 소박해도 너무 소박한 꿈이다. 이들은 “신곡이 음원차트에 진입만 해도 좋겠다”고 했다. 멤버들 얼굴과 말 속에 뭔가 풀지 못한 아쉬움의 갈증이 느껴졌다.

빅톤은 에이핑크, 허각 등이 소속된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에서 2016년 11월 탄생한 보이그룹이다. 올해 3년 차를 맞은 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의 최고 성적은 직전 앨범 ‘나를 기억해’로 기록한 댄스차트 81위다. 장르를 망라한 실시간 종합차트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그나마 “차트 인은 그게 처음”이었다.

데뷔 동기인 펜타곤이 ‘차트 인’뿐만 아니라 역주행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한 적도 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더 많은 무대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기도 하고. 좋지 않은 쪽으로만 생각하면 슬펐다. 그럴수록 멤버들끼리 ‘영차영차’하면서 다독이며 단단해지자고 마음먹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인이 나오는, 이름과 노래를 알리기 위한 ‘무한 경쟁시대’에서 이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어도 크게 조바심 내지 않고 한 단계씩 밟아나가는 것도 이들만의 성과다.

“눈에 띄는 성적이나 결과물이 없어도 1%p씩만 성장해 언젠가 그 이상을 얻지 않을까 한다. 처음부터 잘되는 그룹이 어디 있겠나.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가면 분명 그 길 끝에 뭔가 보일 것 같다.”

그룹 빅톤. 사진제공|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이들의 고민의 흔적은 6개월이라는 공백이 말해준다. 그동안 3개월 주기로 신곡을 발표하며 활동해왔던 이들이기에 6개월의 공백은 ‘긴 터널’과도 같았다.

하지만 빅톤은 공백기 동안 자신들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없다고 자리에 주저앉지 않았다. 올해 초 서울 강남, 신촌, 동대문, 경기 일산 등지에서 버스킹을 하며 팬들과 만났다. 데뷔 3년 차로서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이들이 말 그대로 맨바닥에 서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재충전의 시간이라고 해도 마냥 쉴 수는 없었다.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우리의 에너지를 내뿜고 싶었다. 버스킹을 하자는 멤버들의 의견이 나왔다. 전원 동의했다. 저희를 보러 온 팬들이 많아 용기가 더 생기더라. 일반 시민들도 많이 응원해주셔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빅톤은 동시에 자신들의 색깔에 맞는 곡을 찾는 일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처음 작업해보는 작곡팀 ‘히든사운드’로부터 곡을 받고 “이거다!”고 느꼈다. 이들의 신곡은 ‘오월애’(俉月哀). ‘슬픔의 시간을 마주하다’라는 뜻을 담았다. 그동안 빅톤이 유지해왔던 ‘청량감’을 벗고 처연함을 담았다. 빅톤의 감미로운 보컬도 인상적이다.

“청춘들의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고 싶었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 저희가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곡들과 다른 분위기다. 서정적인 분위기로 준비했다. 전 앨범에서는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이번엔 슬프고 애잔함이 잘 표현됐다.”

춤에서도 이런 장점을 그대로 살렸다. 너무 슬프지 않은 그리움을 담기 위해 멤버들의 춤 동작 하나하나에 현대무용을 가미했다. 방탄소년단 히트곡 ‘아이 니드 유’의 안무를 맡았던 허란경이 총연출을 맡았다.

“막내까지 올해 스무 살이 되면서 멤버 모두 성년이 됐다. 소년의 청량감보다는 남자의 성숙함을 잘 표현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명 ‘꽃 따는 춤’이라고, 우리만의 시그니처 춤이 되리라 믿는다. 노래와 춤, 모두 만족도가 100%다. 결과를 보고 더 올라갈 목표가 생길 것 같다.”

그룹 빅톤. 사진제공|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이들은 “탈출구를 벗어”나 다시 출발선에 섰다. 그리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비록 현재 꿈은 작고 소박해도 “새로운 세상을 향하는 목소리”라는 뜻을 가진 그룹 이름처럼 되고 싶어 했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은 다르다. 솔직히 지난 앨범까지는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이번엔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선보이게 됐으니 자신 있다. 시작이 좋으니 결과도 좋을 것 같다. 음악프로그램에서 1위하는 모습을 몰래 상상하지만, 현실로 이루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나. 모두 우느라 수상소감을 제대로 말 못 할 것 같지만, 그 상상만으로도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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