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만 131.5억원’ 이장석에 놀아난 KBO리그 최악 스캔들

입력 2018-05-31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 때 프로야구 산업화의 선두주자로 ‘빌리 장석’으로까지 불렸지만 희대의 사기꾼인 것으로 드러났다. 넥센 히어로즈는 구속 수감 중인 이장석(사진) 전 대표 주도로 트레이드를 통해 무려 131억5000만원의 막대한 현금을 편법으로 취득했다. ‘성적 제일주의’에 함몰돼 전력보강을 위해 동조한 타 구단도 도덕적 상처를 피할 수 없게 됐고, KBO리그는 1982년 출범 후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 스포츠동아 DB

이만하면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악의 스캔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센 히어로즈 구단이 선수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KBO에 신고하지 않고 받은 뒷돈만 무려 131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장석 전 히어로즈 구단 대표이사의 선수 장사에 KBO리그 전체가 놀아난 것이다. SK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구단이 연루됐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KBO는 30일 KBO리그 8개 구단으로부터 받은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 히어로즈 구단과 현금을 포함한 트레이드 계약 중 신고하지 않았거나 발표 내용과 다른 계약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KBO는 해당 구단측에 신속히 관련 자료를 송부할 것을 요구했고, 이를 분석해 SK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 모두 신고되지 않은 현금 트레이드가 있었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히어로즈의 이면계약에 따른 현금 트레이드 사실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시기는 지난 28일 오후다. 2017시즌 단행한 네 건의 트레이드 가운데 두 건에 현금이 포함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고, 해당 구단도 이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2010년 황재균(현 KT)의 롯데행에 현금 15억원, 2011년 송신영과 김성현의 LG 트레이드에 20억원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사실도 8개 구단의 신고를 통해 확인됐다.


넥센은 2009년 12월 30일자로 세 건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택근을 LG(25억원), 장원삼을 삼성(20억원), 이현승을 두산(10억원)으로 보낸 거래가 그것이다. 2010년 3월에는 마일영을 내주고 한화 마정길과 현금 3억원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KBO가 “2010시즌 종료시까지 히어로즈 구단의 현금트레이드를 금지한다”고 명시한 시기다. 그러나 이때 신고한 금액도 거짓으로 밝혀졌다. 당시 히어로즈는 LG로부터 38억원을 받았고, 삼성(35억원)과 두산(30억원), 한화(12억5000만원)에게도 신고액을 훨씬 웃도는 현금을 받았다.


특히 황재균의 롯데행은 KBO의 현금트레이드 금지 조치를 위반한 것이라 향후 징계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2010년 12월에는 고원준을 롯데로 보내며 19억원을 받았고, 2012년 11월 임창민과 차화준의 NC 트레이드 때도 7억원이 포함됐다. 이후에도 2014년 4월 10일 김병현의 KIA행(5억원), 올 1월 12일 채태인(롯데)의 사인 앤 트레이드에 현금 2억원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민스포츠’, ‘1등 프로종목’이라고 자신하던 KBO리그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히어로즈 구단이 현금트레이드로 받은 금액만 총 189억5000만원에 달한다. 신고되지 않은 현금 트레이드 금액은 KBO가 29일 일찌감치 환수 조치를 내린 6억원을 포함한 131억5000만원이다. KBO 정금조 사무차장보 겸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미진한 부분에 대해 더욱 면밀히 조사를 실시한 뒤 상벌위원회를 열어 사건 관련자에 대한 징계와 환수조치 여부 등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