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퍼스트 히스토리②] “경찰 보호없이 심판 안해!”…살벌했던 초대 월드컵 결승전

입력 2018-06-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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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월드컵 우승팀 우르과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930년 제1회 월드컵에는 개최국 우루과이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브라질, 볼리비아, 칠레, 파라과이, 페루, 벨기에, 프랑스, 루마니아, 유고슬라비아, 멕시코, 미국이 출전했다. 남미 7개국, 유럽 4개국, 북중미 2개국이었다. 루마니아는 스포츠팬이었던 카롤 2세 국왕의 열성적 후원 덕분에 참가했고, 유고슬라비아는 FIFA로부터 출전비용과 숙박비 지원을 약속받았다. 13개국이 4개조로 나눠 자웅을 겨룬 뒤 각조 1위가 준결승에 진출하는 방식이었다.


역사적인 첫 월드컵 경기는 7월 13일 벌어졌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포시토스 경기장에서 벌어진 프랑스-멕시코전(4-1)이 개막전이다. 같은 날 몬테비데오 파키 센트랄 경기장에서도 미국-벨기에전(3-0)이 열렸다.


우루과이는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새로운 경기장(센테나리오)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관중 10만명이 들어설 경기장은 개막 때까지 완공되지 않았다. 개최국의 첫 경기는 우루과이 독립기념일인 7월 18일 센테나리오에서 열렸다. 다른 팀들보다 5일이나 늦게 경기를 했던 이유다.


그 바람에 프랑스-멕시코의 개막전에서 많은 월드컵 최초 기록이 나왔다. 월드컵 1호골(전반 19분)의 영광은 프랑스의 루시앙 로랑이 차지했다. 월드컵 본선 최초로 부상교체 선수도 나왔다. 프랑스 골키퍼 알렉스 테폿이었다. 멕시코 선수의 발에 턱을 차이는 부상을 당해 미드필더 어거스틴 샨트렐이 대신 GK가 됐다.


첫 월드컵 경기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월드컵 최초의 퇴장은 7월 14일 페루-루마니아전에서 페루 수비수 플라시도 갈린도가 기록했다. 7월 15일 아르헨티나-프랑스전에서는 첫 불상사가 나왔다. 아르헨티나가 1-0으로 앞선 가운데 프랑스의 마르셀 랑지에르가 동점골을 넣으려던 순간, 브라질 주심 알메이다 레고가 경기 종료 휘슬을 3번이나 불었다. 문제는 경기 종료까지 6분이나 남아있었다는 것.


프랑스 선수들이 격렬하게 항의했다. 아르헨티나와 사이가 나쁜 우루과이 관중들도 경기장에 뛰어들어 난동을 부렸다. 경찰이 출동해 관중들을 모두 그라운드에서 몰아낸 뒤에야 경기가 재개됐다.


월드컵 최초로 페널티킥 성공은 멕시코 마누엘 로하스의 차지였다. 7월 19일 아르헨티나전에서 기록했다. 그는 월드컵 최초의 자책골 주인공이기도 하다. 7월 16일 칠레전에서 기록했다.
월드컵 최초의 해트트릭은 미국의 버트 페이트노드가 7월 17일 파라과이전에서 달성했다. 한동안은 아르헨티나의 기예르모 스타빌레가 7월 19일 멕시코전(6-3 승)에서 달성했다고 알려졌다. 페이트노드의 첫 해트트릭 기록은 2006년부터 FIFA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우르과이와 아르헨티나의 경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조별리그를 마친 결과 1조 아르헨티나, 2조 유고슬라비아, 3조 우루과이, 4조 미국이 각각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 두 경기의 스코어는 모두 6-1로, 남미의 숙적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예상대로 결승에 진출했다.


두 팀은 2년 전 올림픽 결승전에서도 만났다. 1년 전 남미선수권대회(일명 코파아메리카) 결승에서도 격돌했다. 두 대회의 결과는 1승1패. 첫 월드컵 우승을 앞두고 두 팀의 신경전은 대단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사용해온 공으로 경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팀의 주장이 맞서자 FIFA는 전·후반 각각 공을 바꿔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유일한 사례다. 전반은 아르헨티나의 공으로, 후반은 우루과이의 공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더 중요한 문제는 주심이었다. 워낙 치열한 라이벌끼리의 경기라 누구도 주심을 맡지 않으려고 했다. 아르헨티나 선수를 향한 살해위협도 있었다. 경기 개시 3시간을 앞두고서야 간신히 주심을 결정했다. 벨기에 주심 장 랑게뉘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상황을 고려해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경찰의 삼엄한 에스코트로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우루과이 밖으로 탈출시켜줄 배를 준비해달라는 요구였다. 국경을 마주한 두 나라 열성 팬들의 엄청난 응원열기 속에 경기는 우루과이의 4-2 승리로 끝났다. 우루과이는 1924년 파리올림픽에서 남미국가 최초로 유럽원정 우승을 차지했고, 1928년 암스테르담올림픽에 이어 첫 월드컵까지 제패하는 영광을 누렸다. 우루과이 정부는 우승 다음날 임시공휴일을 선포했다.<계속>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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