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식부터 MVP 수상 거부까지…이슬람교도의 월드컵 풍경

입력 2018-06-17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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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와 우르과이의 경기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누군가에게 종교적 신념은 ‘공놀이’보다 위다.


이집트는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후반 44분 호세 히메네즈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패배에도 빛나는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 무함마드 시나위(29·알 아흘리)가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하지만 그는 수상을 거부했다. 수상 주체가 주류 회사인 버드와이저였기 때문이다. 술을 멀리해야 하는 이슬람교도의 종교적 신념이 만든 결과였다. 러시아월드컵에는 이집트를 비롯해 이슬람이 국교인 7개국이 참여했다. 해당 국가 선수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들은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으로도 홍역을 앓았다. 라마단은 이슬람교도의 5대 종교적 의무 중 하나로, 이 기간에는 일출부터 일몰까지 밥이나 음료의 섭취가 불가능하다. 축구선수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올해 라마단 기간은 5월 17일부터 지난 15일까지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라마단을 대회 뒤로 미뤘고, 세네갈도 금식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로코, 튀니지는 금식한 채로 대회를 준비했고 경기력이 크게 떨어졌다.


나이지리아는 일부 선수의 라마단 참여로 골머리를 앓았다. 나이지리아 게르노트 뢰르 감독은 17일 크로아티아와의 D조 조별리그 1차전 직전까지도 공격수 아흐메드 무사, 수비수 셰후 압둘라히를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금식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수 핵심전력의 배제는 힘들었다. 결국 압둘라히는 선발출장 후 90분 풀타임을 소화했으며, 무사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들은 뢰르 감독의 염려대로 힘을 쓰지 못했고 팀의 0-2 완패를 지켜봤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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