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래 “아찔한 랩 가사 우리 부부 이야기? 하하, 비밀이죠”

입력 2018-07-0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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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윤미래가 16년 만에 새 앨범 ‘제미나이2’를 들고 돌아왔다. 남편 타이거 JK에 대한 이야기, 아들 조단에 대한 사랑, 워킹맘의 현실 등을 윤미래답게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사진제공|필굿뮤직

■ 16년 만에 정규앨범 ‘제미나이2’로 돌아온 힙합여제 윤미래

메인곡 ‘개같애’ 현실부부 랩 공감
남편 타이거 JK 프로듀싱·피처링
‘쿠키’에선 아들에 대한 사랑 담아


‘힙합 여제’ 윤미래(37)가 돌아왔다. 그동안 드라마 OST와 프로젝트 음반, 그리고 소속된 그룹 MFBTY 활동에 집중해왔던 그가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와 음악으로 목소리를 냈다. 그의 솔로 정규앨범은 무려 16년 만이다. 남편 타이거 JK와 아들 조단과 함께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던 그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이해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보여주자”고 마음먹었다.

5일 새 정규앨범 ‘제미나이2’를 발표하며 이날 오후 서울 광장동 예스24홀에서 음감회를 연 그는 “수백 번, 수천 번 무대에 섰지만 이렇게 손에 땀이 날 만큼 떨리는 무대는 처음이다. 이런 자리가 어색하고 부끄럽지만 앨범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무대에는 남편인 타이거 JK가 함께 올랐다. 그는 윤미래의 앨범 프로듀싱을 맡았다.

새 앨범은 ‘윤미래’라는 부제를 붙여도 무방할 정도다. 그만큼 윤미래의 모든 것이 담겼다. 그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평상시에는 사랑스러운 미소와 나긋한 말투로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는가 하면 ‘일’할 때는 어느 누구보다 강하다. 이렇듯 새 앨범에서 내조, 육아, 워킹맘 등 자신의 ‘현실’을 직설적으로 노래했다.

가수 윤미래. 사진제공|필굿뮤직


첫 곡 ‘랩 퀸’부터 강렬하다. ‘새로운 시작, 워킹맘의 객기 / 오뉴월의 서리 내린 / 한 맺힌 워킹맘의 객기’라는 랩 가사로 펀치를 날린다.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인 ‘개같애’는 더 세다. ‘오빤 개 같애 / 돈도 많이 벌어준다 했지만 / 맨날 술 먹고 X랄’이라는 랩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결혼한 부부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사가 웃기면서도 아찔하다. 타이거 JK가 피처링을 맡아 현실성을 더했다.

“주위에서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 하는 의견도 있었다. 엄마도 섹시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노래의 주인공이 오빠(타이거 JK)인지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하하! 그동안 ‘부부싸움을 할 때 ‘랩 배틀’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거기서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내 이야기를 노래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숨기고 다듬어진 모습만 보여주는 게 오히려 더 유치한 것 같았다.”

‘쿠키’라는 곡에서는 아들 조단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고, 또 다른 타이틀곡 ‘유 앤 미’로는 남녀 간의 우정이 아슬아슬한 감정으로 변하는 미묘함을 노래했다. 동료가수 더블케이, 주노플로 등이 앨범에 참여해 다양성과 완성도를 높였다.

타이거 JK는 “(윤)미래가 그동안 ‘검은 행복’이나 ‘메모리즈’처럼 인생의 아픔과 고독을 얘기한 노래를 많이 선보였다. 이번에는 재밌으면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음악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이자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미래는 아까운 인재”라며 “한국에도 이런 아티스트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며 찬사를 대신했다. 이어 “미래가 엄마가 되고 나서 육아를 열심히 했다. 우리가 ‘올드 스쿨’이어서 요즘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스튜디오 섭외 등 돈이 너무 많이 들어 물리적, 경제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가수 윤미래. 사진제공|필굿뮤직


이처럼 남편의 든든한 외조와 사랑스러운 아들이 곁에 있어도 윤미래에게 무대는 절대 떼려야 뗄 수 없는,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윤미래는 이를 “영원한 고향이자 천국”이라고 표현했다.

“무대에서 랩을 할 때 가장 행복하고 편하다. 천국에 있는 기분이다. 공연할 때 서로 랩을 주고받는 에너지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좋다. 그 때문에 음악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무리 현실이 어렵고 힘들다고 해도 무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타이거 JK와 윤미래. 이들은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라고 외치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여전히 비주류 음악이었던 힙합을 주류의 마당으로 이끌어냈다. 지금처럼 힙합이 젊은 층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두 사람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신기하고 기분 좋다. 예전에 힙합이라고 하면 안 좋게 보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행사장에 가면 힙합 가수가 꼭 있다. 인기가 없을 때는 래퍼들이 ‘랩 구다리’라고 무시당해 가장 힘들었다. 무대 시간도 적고, 대기실도 없었던 때를 지나 이제는 많은 관심을 받아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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