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육의 길을 묻다<11>] WKBL 이병완 신임 총재

입력 2018-07-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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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이병완 신임 총재가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농구 저변확대, 더 나아가 한국체육 전반에 걸친 발전을 위해 교육 시스템과의 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여자프로농구를 이끄는 WKBL 이병완(64) 신임 총재는 스포츠 관련 분야에서 한 번도 일을 해본 경험이 없다. 스스로도 ‘농구는 잘 모른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 총재는 여자농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꿰뚫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한국스포츠 전체에 걸쳐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무엇인지를 금방 찾아냈다. 그는 말로만이 아닌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바로 농구 저변확대, 더 나아가 한국체육 전반에 걸친 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해 교육 시스템과의 연계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WKBL 사무실에서 만난 이 총재는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돌아보면 대부분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것들이었다. 특정 어젠다(의제)를 설정한 뒤 솔루션(해결책)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일을 해왔다. 여자프로농구 발전 방향을 찾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총재 제의를 받은 뒤 주변사람들에게 많은 얘기를 들었고, 기사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여자프로농구의 저변이 열악한 현실이 단순하게 한 종목에 국한된 일이 아닌 한국스포츠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걸 알게 됐다”는 배경 설명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어젠다는 어느 정도 정해졌다. 그러나 아직 확실한 솔루션을 확정하진 않았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이 총재는 “여자프로농구 저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여자프로농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의 발전과정을 보자. 박세리의 성공에 이어 이른바 ‘박세리 키즈’의 등장으로 최근까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1~2명의 스타 배출로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여자프로골프를 통해 증명됐다. 결국, 밑바탕이 잘 갖춰져 있어야 그 스포츠와 리그가 발전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고민을 하다보니 국가 교육 정책과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WKBL 사옥에서 농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병완 신임 총재.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러면서 이 총재는 몇 가지 예를 들었다. 미국과 일본이었다. 이른바 미국의 상위권 대학으로 꼽히는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하려면 수험생들은 다양한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갈 수 있는 대학이 아니다. 해당 학생의 리더십, 공동체 정신 등에 대한 평가도 진행한다. 그런 측면에서 체육의 역할이 크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1인1기’로 한 가지 종목을 정해 체육활동에 적극 참가한다. 생활체육 수준을 넘어 각종 대회에 출전해 기량을 겨룬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체육을 접할 기회도 늘어나지만 팀워크, 협동심 등 여러 덕목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입시 위주다. 교육 정책을 선진화해야 한다고 많이들 말하고 지적하는데 선진국 중 체육을 등한시하는 정책을 펴는 나라는 거의 없다. 체육은 중요한 교육과정 중 하나다. 최근 들어 ‘워너 비 삶’, ‘저녁이 있는 삶’이 중시된다. 스포츠와 체육은 삶의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그런 측면에서라도 우리도 교육행정과 정책을 다시 한 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꼭 중앙정부에서 시작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초중고교는 지방교육청이 담당한다. 특정 지역에서부터 학생들에게 다양성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시작해도 된다. 필요하다면 우리 연맹이 나서서 적극 지원을 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물론, 입시정책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도 있어 쉽지 않은 과정이고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정책에 반영하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움직여야 할 시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길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안다”고 인정한 이 총재는 “지금부터라도 체육 분야에 씨를 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각 종목 단체와도 협조체제를 구축해볼 것이다. 일본은 체육관련 교육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스포츠에 많은 투자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국가를 위해 중요 포스트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과의 개인적인 인연이 좀 있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관계는 맺어놓고 있다.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 꾸준히 얘기하고 설득해보려 한다, 언론에서도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WKBL 사옥에서 농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병완 신임 총재.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이러한 장기 프로젝트 뿐 아니라 구단운영을 포기한 KDB생명을 인수할 기업을 찾아야 하는 시급한 문제 해결도 이 총재의 몫이다. 지난 2일 공식 업무를 시작한 이 총재는 취임 이후 여자프로농구 현황을 파악하는데 주력하면서도 인수기업 물색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금융권 기업이 추가로 WKBL 리그에 뛰어든다는 것은 여건상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는 실제로 여자프로농구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후원을 해줄 든든한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재정적인 든든함이 아니다. 관심 자체를 갖고, 꾸준하게 지원을 해줄 회사가 적임자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KDB생명의 모기업 측과 한 번 만날 생각도 갖고 있다. 구단운영을 포기하게 된 사연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재차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득해보는 방향까지도 검토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아이디어 속에서 확실한 해결방안을 찾겠다는 심산이다.

이 총재는 “총재직을 수락하고 나서 현황을 살펴보면서 ‘참 어려운 일을 맡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나는 행운아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총재 취임식은 못했지만 남북통일농구가 열려 작지만 여자농구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여자농구가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한다. 10월에는 남쪽에서 다시 통일농구가 열리고, 얼마 뒤 WKBL리그가 개막한다. 여자프로농구에는 큰 호재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상황에서 총재를 맡았으니 상황 자체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결국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모을 수 있어야 한다. 임기 이내에 1980~9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여자농구의 위상을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 있도록 하나씩 솔루션을 마련해 가겠다”라고 다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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