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음담잡담] 숀의 1위, 과연 일어나선 안 될 현상일까

입력 2018-07-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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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숀. 사진제공|DCTOM엔터테인먼트

숀 논란이 보여주는 것

가수 숀의 음원차트 1위가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가수가 ‘천하무적’ 아이돌 그룹 몇 팀을 밀어내고 1위에 오르자 ‘사재기’를 의심하는 시선이 나왔고, 숀 측은 억울하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숀의 사재기 여부를 떠나서 그가 만들어낸 이슈는 아이돌에 치우친 가요계 현실을 곱씹어보게 한다. 사실 신곡만 냈다하면 곧바로 1위에 오르고, 몇 달씩 상위권에 머무는 인기 아이돌 가수들도 ‘인위적 순위 올리기’란 관점에서 보면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해당 팬들이 자기 가수를 1위로 만들기 위해 조직적으로 음원을 ‘스밍’(스트리밍)하고, 특정시간대를 정해 집중적으로 ‘스밍’하는 ‘총공’을 펼친다.

이렇게 해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일반 대중이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는 과정에서 1위에 오르는 것과 결이 다르다. 대중은 큰 관심이 없는데 팬들이 열심히 스밍을 해서 1위를 하면 과연 그것이 진짜 인기곡일까. 차트 순위에 있다고 좋은 곡이고, 순위에 없다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곡은 아닐 것이다.

아이돌이 넘쳐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리 가요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이 왜곡돼 있다. 팬들의 열정적인 ‘스밍’으로 아이돌만 차트 상위권에 있으니, 우리 음악시장에선 아이돌 음악만 통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착시현상을 만들어낸다. 현재 차트도 음악소비자 전체의 취향을 보여주는 지표라기보다 일부 열성 아이돌 팬의 ‘활동’이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음악소비자의 선호도가 오롯이 반영됐다고 할 수 없다.

차트에 없는 노래도 잘 들어보면 좋은 노래가 참 많다. 다만 그 노래들은 대중에게 들려질 ‘계기’나 ‘기회’가 없어서 선택 받지 못할 뿐이다. 그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마케팅이다.

숀은 페이스북을 통해 ‘마케팅’을 했다고 했다. 그 마케팅이 불법인지 아닌지를 밝힌다면 논란도 끝날 것이다. 만약 숀의 마케팅에 불법이 없었다면, 숀과 같은 1위는 자주 나와야 한다. 그래야 음악소비도 다양성이 확보될 것이다. 숀의 논란이 건강한 논란이 되고, 가요계가 건강하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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