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북마크] ‘라이프’ 조승우의 칼질이 드러낸 의료계 민낯

입력 2018-08-01 07:4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라이프’가 묵직한 화두를 던지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31일 방송된 JTBC 월화특별기획드라마 ‘라이프(Life)’(연출 홍종찬 임현욱, 극본 이수연, 제작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 AM 스튜디오) 4회에서 구승효(조승우 분)가 상국대학병원의 감춰진 진실을 드러냈다.

구조조정실이 압수수색에 가까운 경영구조진단을 시작하자 상국대학병원 전 의국이 발칵 뒤집혔다. 의료법을 내세워 절차를 지적한 오세화(문소리 분)의 신경외과를 제외한 모든 과들이 속수무책으로 자료를 넘겼다.

“꼬투리 잡힐 것 투성이”라는 의료진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암센터가 의도적으로 삭제한 데이터를 파헤치던 구승효는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투약 사고를 밝혀냈다.

사건의 은폐에 분노하는 구승효에게 암센터장 이상엽(엄효섭 분)은 과도한 업무량을 지적하며 “의사를 죽인 건 병원입니다. 인건비 줄이겠다고 우리를 끝없이 돌리는 댁 같은 사람들”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구승효는 “어떤 변명을 끌어다 붙여도 이 안에 살인범이 있고, 어떤 인간은 그걸 은폐하고 공조한 겁니다”라며 날을 세웠다.

암센터의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며 파업 결정도 가속했다. 상국대학병원 의료진은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3개 과의 퇴출 명령 철회를 위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선언했다. 의료진과 구승효의 대립각은 긴장감을 팽팽히 당겼다.

'라이프'는 병원의 숨겨진 이면을 날카롭고 심도 있게 파고들었다. 주당 120시간씩 일을 해야만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발생한 투약 오류, 의학 정보의 폐쇄성이라는 이름 아래 사고를 은폐하는 병원의 현실을 드러냈다.

보험부터 약품까지 기업 계열사 간의 공생 관계와 “의료를 서비스업으로 인식시키려고 우리 기업들이 수십 년 공들였어. 이제 시장 만들어졌어. 키워서 먹어야 돼”라는 조남형(정문성 분) 회장의 인식은 의료산업을 둘러싼 현실도 보여줬다.

베일에 싸여있던 미스터리도 서서히 진실을 드러냈다. 예진우(이동욱 분) 앞에 불쑥 나타나 궁금증을 자아냈던 예선우(이규형 분)의 정체는 교통사고로 걷지 못하게 된 동생에 대한 죄책감이 만들어 낸 환영이었다.

구승효에게 병원 내부 정보를 제공하던 ‘먹깨비’는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선우창(태인호 분)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 병원 영리화를 막으려 했던 신념 투철한 의사 이보훈이 투약 사고 은폐를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의 숨겨진 이면에 궁금증을 더욱 증폭했다.

의료진과 구승효의 갈등을 신념의 충돌로 풀어나가고 있는 ‘라이프’는 첨예한 대립을 통해 다층적인 긴장감을 쌓고 있다. 감추기에만 급급한 병원의 현주소를 되새기는 예진우와 곪아 있는 문제점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구승효의 모습은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사진제공=JTBC ‘라이프’ 4회 방송 캡처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