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혐오…‘인랑’ 평점 테러 씁쓸

입력 2018-08-02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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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열린 영화 ‘인랑’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출연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정우성, 한예리, 김무열, 김지운 감독, 배우 한효주, 샤이니 민호(최민호), 강동원. 스포츠동아DB

‘친일파·난민’ 거론 배우 인신공격
“영화에 대한 토론의 장 무너졌다”


“이성적 비판과 토론의 장이 봉쇄됐다.”

영화 ‘인랑’에 대한 온라인 평점과 평가의 흐름을 바라본 조재휘 영화평론가의 언급이다. 그는 ‘인랑’을 “비판적으로” 봤지만, 이와는 별개로 “배우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끌어가며 영화를 죽여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부정적 발화”에 대해 SNS를 통해 우려를 표했다. 그 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는 영화에 대한 비난이 ‘혐오’와 ‘무차별적 공격’으로까지 이어져 결국 영화 자체에 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평가를 막고 있는 건 아니냐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인랑’의 경우 실제로 “악질 친일파 자손과 기싸움갑 고라니맘의 조합”이라거나 “정우성이 나오기에 1점을 드립니다. 난민은 네가 다 키우고 돈 대줘라” 등 영화의 완성도와는 전혀 관련 없는 출연 배우들의 신상과 관련한 인신공격성 비난까지 온라인상에 난무한다. 이 가운데에는 영화 개봉일인 7월25일 이전의 것도 상당수다. 일각에서는 이를 ‘혐오’의 한 가지로까지 여기는 분위기다.

문제의 핵심은 이 같은 비난이 이어지면서 일반 관객에게 영화 자체에 대한 일정한 편견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는 데 있다고 충무로 관계자들은 말한다. 개봉 이전이나 초기 이런 움직임과 편견이 온라인상에서 ‘대세’처럼 자리 잡을 경우 해당 작품을 온전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인랑’의 한 제작관계자가 SNS를 통해 “영화와 관계없는 특정 사건을 빌미로 소위 좌표 찍고 공격을 하거나 선을 넘는 비난은 불편하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지난해 엉뚱하게 제기된 제작진과 관련한 ‘논란’ 등 ‘군함도’의 예를 들면서 “영화 자체의 작품성과 완성도에 대한 평가와 영화 외적인 상황을 둘러싼 논란은 별개의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적지 않은 관객이 온라인을 통해 영화 정보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관람을 하는 상황에서 이런 비난과 그로 인한 선입견은 관객의 선택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랑’은 7월31일 현재까지 86만여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기대 밖의 저조한 흥행 성적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대한 관객의 반응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다만 이성적 판단과 평가의 기회가 특정한 흐름 탓에 설 자리를 찾지 못한 영향은 없었는지 돌아봐야 이런 문제에 대해 건강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윤여수 전문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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