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The 깊은 인터뷰] 김장훈 “욕 끊고 ‘고운말 콘서트’로 돌아옵니다”

입력 2018-08-0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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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장훈이 돌아왔다. 너무 솔직하다 못해 때로는 의도치 않게 구설에도 오르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오늘도 달린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1년 3개월 만에 돌아온 가수 김장훈

작년 경찰에 욕설파문 후 자숙생활
15년간 먹던 수면제도 이제 끊어
기부도 끊었냐고요? 그건 내 운명!

이젠 음악으로 말할래요
내년 5월까지 소극장 100회 공연
올가을엔 울림 있는 신곡도 준비


“절망인 듯했지만, 이상하게도 좋은 기회가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사실 난 진작 활동을 중단했어야 했다.”

1년여 만에 ‘바깥세상’으로 나온 가수 김장훈의 표정은 밝았다. 다소 살이 붙은 듯했지만 건강해보였다. 실제 그는 “공황장애는 이미 완치됐고, 15년쯤 먹던 수면제도 끊었다”고 했다. 또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욕설을 끊었다”고 강조했다. 위트는 변함없었다.

김장훈은 작년 5월2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시민문화제 무대에 올라 경찰과 주차 문제로 마찰이 있었던 일을 소개하며 비속어와 욕설을 뱉었다. 일부 시민은 불쾌감을 표했고, 김장훈은 이튿날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언행이 부적절했다고 사과했다. 다시 며칠 뒤 “내 잘못에 깊이 반성하며 당분간 자숙하고 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리고 침잠의 시간을 가졌다.

1년2개월이 지난 7월30일. 김장훈은 “소극장 100회 콘서트를 벌인다”고 복귀를 ‘신고’했다. 그를 1일 서울 이태원에서 만났다. 김장훈은 “뻔한 단어이지만, 터닝 포인트라는 말을 체감했다”며, ‘김장훈2.0’을 향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음을 알렸다.

가수 김장훈.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나를 돌아본 시간들

-지난 1년간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소일하듯 여기저기 몸으로 하는 봉사활동을 다녔다. 소록도에 혼자 찾아가 노래하고 어르신들 안아드리고, 한 환경단체 지인을 통해 서울 대학로 배수로 청소도 했다.”


-그렇게 자숙의 시간을 가진 것인가.

“자숙보다 자성을 많이 했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생각 많이 했다. 겸손하게 살아온 줄 알았더니 교만했다. 나를 인정하지 않고 내려놓지 못했다. 1년간 노래 연습을 했다. 중음과 고음이 다시 좋아졌다. 이야기하듯 노래하는 법도 익혔다.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설렌다. 운동도 처음으로 꾸준히 하고 있다.”

김장훈은 100회 공연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4개월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평소 80kg대 초반을 유지하던 체중은 쉬는 동안 96kg까지 나갔다. 식단관리와 운동을 병행하는 그는 공연까지 원상태로 되돌려놓겠다는 계획이다.


-기부하느라 모아둔 돈도 없는 걸로 아는데 생활은 어떻게 했나.

“진짜 고마운 건, 주위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복귀해서 돈 벌면 그 분들을 기뻐하게 해주리라 생각하고 있다.”


-‘진작 활동을 중단했어야 했다’는 무슨 말인가.

“음악이 안식처인데, (각종 봉사활동으로)음악에 집중 못하다보니 어느 날부터인가 음악이 설레지 않고, 공연장 가는 발걸음이 무겁고, 관객에 미안하고, 안식처가 없어졌다는 기분이었다. ‘완전히 다른 나’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활동에 너무 집착한 건 아니었나.

“상대방한테 나는 늘 강한 사람이어야 하고 에너지를 줘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약한 모습을 숨기고 사니까 이런저런 탈이 나고 공황장애도 왔다. 그런 상황에서 작년 그런 일이 생겼다. 겨우 버티고 있던 상황에서 쓰러지고 보니 다시 일어설 생각이 나더라.”


-누구보다 강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사실 그 일이 있기 5년 전부터 너무 많이 지쳐있었다. 내가 투사 같지만 여리다. 가만있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뛰어들었지만 여리다보니 상처를 많이 받았다.”


-정치권의 영입제안도 있었을 것 같다.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잠깐 했었다.”

가수 김장훈.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끊은 것과 계속되는 것


-공황장애는 어떻게 완치됐나.

“몇 년 전부터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완치 판정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 덕분에 15년 먹던 수면제도 끊었다.”


-욕설도 끊고 술도 끊었다고.

“과거엔 ‘답답한 세상, 욕이라도 해야지’ 했다. 이젠 내 주변 사람들이 욕하는 게 귀에 거슬릴 정도다.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다. 많아야 한달에 한 번. 이제 온전한 정신으로 살고 싶다. 하하. 아픔도 굴절되지 않고 느끼고, 행복도 그대로 느끼고 싶다. 원래 내 스타일 아니지만 그렇게 살아보겠다.”


-기부도 당분간 끊어야 하는 건 아닌가.

“아니다. 다만 방식을 바꾼다. 혼자 하는 건 역부족이라는 걸 실감했다. 여러 사람이 역할을 나눠서 효율적으로 하려 한다. 자성하는 동안 ‘말의 무게’를 생각했다. 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


-지난 일들에 대한 후회는 없나.

“성격은 안 변한다. 진정한 용기란 ‘겁이 나지만 실행하는 것’이다. 난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내가 무언가를 했을 때, 일어날 반향을 많이 따져보곤 했지만,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부끄러운 사람이 되느냐, 불편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후회하지 않느냐, 이게 중요하다. 마지막 날에 후회 없어야 한다. 내 꿈은 잘 죽는 것이다.”


-잘 죽는다는 건 뭔가.

“죽을 때 후회 없는 것이다. 오늘만 산다는 말처럼, 오늘 이 행동으로 내일 올 후폭풍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 미혼이다.

“이번 세상에서 결혼은 힘들 듯하다. 주위에서 소개팅을 시켜준다는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도 모르겠고, 누굴 만나는 일이 성가시기도 하고, 만나면 얼마나 갈지도 모르겠고.”

내년 5월까지 소극장 100회 공연을 열고 관객과 만나는 가수 김장훈.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비속어 쓰지 않는 ‘고운말 콘서트’

김장훈은 31일부터 내년 5월까지 33주간 금∼일요일 공연한다. 앞서 2일부터 30일까지 한 달을 리허설 기간으로 잡았다.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극장 공연이라 굳이 연출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리허설만 한 달이라니.

“사람 심리를 다루는 기획이라 오랫동안 준비해야 한다.”


-공연소개를 해준다면.

“공연제목은 ‘고운말 콘서트’다. 욕설은 당연히 안하고, 비속어나 은어도 쓰지 않는다. 쉬면서 우리말퀴즈책 보면서 바른말을 익혔다. 레퍼토리는 100곡을 준비해서, 매번 다른 주제로 다양한 레퍼토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100회 콘서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안식처가 없어졌었는데, 중심을 잡고 싶었다. 1년 내내 공연을 하면서 ‘음악하는 사람’이란 인식을 주면서 기부도 체계 있게 하겠다.”


-가수는 음악으로 말해야 한다. 울림이 있는 신곡이 필요한 시기다.

“가을에 신곡을 내는데, ‘나와 같다면’ 같은 노래가 나와야 한다.”

김장훈은 누적 기부금액이 200억원에 이르고, 후한이 두려울 법한 정치적 발언도 거침없이 한다. 투사 같지만 여리기만 해 각종 ‘마음의 병’을 앓았다. 과연 김장훈은 어떤 사람일까.

“내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물으면 난 항상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모범적이거나 반듯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쁜 짓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좋은 사람이면서 또 반듯하게 살려고 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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