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2018년…‘골프 여제’ 박인비가 답하다

입력 2018-08-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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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박인비(30·KB금융그룹)는 올해 ‘골프 여제’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자신을 지독히도 괴롭히던 허리 부상에서 완쾌하면서 마침내 전성기 기량을 되찾았다. 이는 화려한 성적으로 증명됐다. 3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뱅크오브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정상에 오른 뒤 이어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과 롯데 챔피언십, 휴젤-JTBC LA 오픈에서 계속해 우승 경쟁을 펼쳤다. 동시에 여자골프 세계랭킹 탈환이라는 알찬 결실도 품었다.

그러나 골프 여제에게 웃는 날만 있지는 않았다. 어렵사리 되찾은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난달 내준 데 이어 최근 연달아 출전한 LPGA 투어 두 차례 메이저대회에서 컷 탈락하고 말았다.

동시에 10월 국내에서 열리는 국가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불참 선언 이후 예기치 못한 잡음이 생기면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출전을 하루 앞둔 9일 오라 컨트리클럽에서 만난 박인비는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하게 펼쳐지고 있는 시즌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박인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세계랭킹은 영원히 내 자리일 수 없더라”

올해 박인비의 가장 큰 수확은 세계랭킹 정상 탈환이었다. 전반기 활약을 바탕으로 2년 5개월 만에 세계랭킹 왕좌에 올랐다. 2013년 4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총 136주 가운데 무려 92주를 선두로 달렸기에 감흥이 없을 만도 하지만, 박인비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의 세계랭킹이 19위였다. 1위 등극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선물처럼 세계랭킹 1위가 내게 찾아왔다”며 마음 속 기쁨을 이야기했다.

이후 석 달간 정상을 지킨 골프 여제는 지난달 말 아리야 주타누간(23·태국)에게 왕좌를 내주게 됐다. 컨디션 관리를 위해 출전 대회 숫자를 줄이면서 포인트를 쌓기가 쉽지 않아졌다. 최근 우승권에서 멀어진 성적도 영향을 미쳤다.

박인비는 “선두를 달리는 동안에도 세계랭킹 1위가 영원히 내 자리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쉬어가는 곳이라고 여겼다. 내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탓에 순위가 내려갔을 뿐이다.

그렇기에 지금 순위가 아쉽지는 않다”며 대가(大家)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어 “사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을 때는 세계랭킹 왕좌가 욕심이 났다. 그러나 두세 번 경험을 하면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동기부여가 사라진 셈이다”고 덧붙였다.

골프 여제는 최근 부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인비는 지난달 KPMG 위민스 챔피언십과 이달 브리티시 오픈에서 모두 컷 탈락했다. 심혈을 기울여 출전한 대회였기에 아픔은 더욱 컸다.

“결과가 좋지 않다 보니 솔직히 실망도 했다. 아쉬운 장면도 많았다. 그러나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과정까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몸 상태 역시 문제가 없다. 다만 2016년과 2017년처럼 부상으로 중도하차하기가 싫을 뿐이다.”



● “국가대항전 불참 잡음…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지난달 박인비는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논란의 중심으로 서야했다. 10월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여자골프 국가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태극마크를 달게 됐는데 후배들에게 기회를 양보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출전권을 반납했다. 그런데 차순위 선수들이 계속해 출전을 고사하면서 예기치 못한 잡음이 생겼다.

“생각보다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갔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지 못한 점은 내 잘못이다”고 말한 박인비는 뒤이어 가슴 속에 숨겨둔 불참 까닭을 밝혔다. “

소속사를 통해 밝히지는 못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대회장인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좋은 성적을 내본 기억이 없다. 페이드 구질을 잘 구사해야 코스인데 나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이처럼 코스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고 덧붙였다.

태극마크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 여전하다. 박인비는 “이제는 출전선수가 확정된 만큼 어떻게 하면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국가를 대표해 나가는 선수들에게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올림픽 2연패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국가대표 역시 내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은 워낙 쟁쟁한 후배들이 많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처럼 다사다난한 2018년을 보내고 있는 박인비는 자신과 인연이 깊은 오라 컨트리클럽에서 반등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같은 곳에서 열린 제주도지사배에서 정상을 밟았던 박인비는 그러나 아직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는 트로피에 입을 맞추지 못했다.

우승을 향한 각오도 골프 여제다웠다. 짧지만 임팩트가 있었다.

“올해로 벌써 5번째 출전이다. 5년차인 만큼 코스는 익숙하다. 여기에 브리티시 오픈에서 일찍 떨어져 휴식도 조금 취했다. 더 이상 핑계는 없다. 꼭 정상에 오르겠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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