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민 “아내의 냉정한 4자 영화평…‘목격자’는 합격점 받았죠”

입력 2018-08-1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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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성민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공작’과 15일 개봉하는 ‘목격자’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새 영화 ‘미스터 주’ 촬영까지 겹쳐 아이돌 못지않은 일정을 소화하는 그는 “스케줄 하나 끝나면 경호팀이 나를 데리고 이리저리 끌고 가는, 정말이지 정신없는 요즘”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NEW

■ 영화 ‘공작’ ‘목격자’ 잇따라 내놓는 이성민

‘재미있다’ ‘지루하다’ ‘왜그랬어’ 3단계 평가
딸아이도 요즘 여론 간파할 수 있도록 도움
평범한 남편·아빠의 모습 영화 속에 묻어나


배우 이성민(50)은 요즘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영화 ‘공작’이 개봉하면서 무대인사와 각종 행사에 나서는 동시에 15일 공개하는 또 다른 주연영화 ‘목격자’를 알리는 활동도 병행한다. 얼마 전 시작한 영화 ‘미스터 주’ 촬영 일정까지 겹쳤다. 불혹을 넘어 지천명에 이르러 만개한 배우의 일상이다.

“스케줄 하나 끝나면 경호팀이 나를 데리고 이리저리 끌고 가는, 정말이지 정신없는 요즘”이라고 말하는 이성민은 다행히 먼저 개봉한 ‘공작’의 초반 흥행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한시름 놨다. 물론 흥행의 기운을 마음껏 즐길 수만은 없는 처지. ‘목격자’(감독 조규장·제작 AD406)의 개봉을 앞두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 “‘공작’과 ‘목격자’ 어떻게 다르냐 하면”

이성민은 ‘공작’ 촬영에 한창이던 때 ‘목격자’ 시나리오를 받았다. 영화를 결정할 때 고민을 거듭하기도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는 “느낌이란 게 있지 않느냐”며 “잘 만들면 ‘물건’ 하나 나오겠는데 싶었다”고 했다.

‘목격자’는 이성민을 자극할만한 이야기다. 그가 아니더라도 영화를 보는 누구나 자극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이른바 ‘현실 밀착 공포’를 지향하는 영화는 살인사건을 목격하고도 신고하지 않는 나 자신, 혹은 우리 주변에 숨죽인 방관자들을 비춘다.

영화는 40대 가장 상훈(이성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술 취해 귀가한 밤, 발코니에서 맥주 한 잔 더 하려던 그의 눈에 아파트 화단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현장이 들어온다. 신고하려하지만 놀란 탓에 떨어뜨린 휴대전화는 부서졌고, 우왕좌왕하던 틈에 그만 살인범과 눈이 딱 마주친다. 그 와중에 아파트 주민들은 집값 떨어진다며 신고 대신 입단속을 하기 시작한다.

영화 ‘공작’에서의 이성민(왼쪽)과 ‘목격자’에서의 이성민.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NEW


이성민은 “내가 끊임없이 감독에 건넨 주문은 ‘범인은 무조건 무서워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덕분에 범인 역을 맡은 곽시양은 몸무게를 13kg 불려 체구를 키웠고, 이성민은 지극히 평범한 가장의 얼굴로 그 앞에 선다. 그러고 보니 또 ‘가장’ 역할이다. 이성민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법한 가장의 모습으로 대중을 찾을 때가 많다. 드라마 ‘미생’까지 굳이 언급할 것도 없다. 최근 주연한 영화 ‘로봇 소리’, ‘보안관’ 역시 소재와 장르, 캐릭터의 개성은 달랐지만 그는 작품 안에서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빠였다.

“집에선 나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남편이자 아빠다. 그래서인지 그런 내 모습이 영화에 묻어나는 게 아닐까.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성향도 영향이 있다. 그간 출연한 영화 중에 정통 스릴러가 없다. 사실 내가 스릴러와 어울리는 얼굴도 아니지 않나. 형사나 조폭 역할도 거의 해보지 않았다.”

한국영화에서 가장 ‘흔한’ 스릴러 장르를 멀리하는 이유는 더 있다. “스릴러 영화가 다루는 상황은 대부분 일상과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서다. 때문에 ‘목격자’를 택한 건 그로서는 주관을 지키는 선택. 스릴러 장르이긴 해도 친숙한 삶의 터전인 아파트를 배경으로,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성민은 “누군가 ‘목격자’를 두고 ‘부동산 스릴러’라고 정의하더라”라며 “공감한다”고 웃었다.


● 아내의 영화평 “나를 긴장케 해”

고등학생인 외동딸을 키우고 있는 이성민은 자신의 출연작에 대한 ‘가족 평가’도 꽤 귀담아 듣는다. 특히 아내는 그의 출연작마다 냉정한 평가를 꺼내는 존재. 이런저런 설명 대신 보통 ‘재미있다’ ‘지루하다’ ‘왜 그랬어’까지 3단계 평가를 한다고 했다.

“평범한 40대 중년 여성의 눈높이 그대로다. 내 영화 보고 ‘지루했다’고 하면, 아! 정말 큰일 났구나 싶다. ‘목격자’는 재미있다고 했다. 딸아이는 내가 요즘 여론을 간파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다. 딸과 친구들의 관심사를 파악하면 되니까.”

최근 일이 더 술술 풀리는 이성민에게 근래 가장 행복한 기억이 있는지 물었다. 곧바로 “얼마 전 칸 국제영화제를 갔던 기억”을 꼽았다. ‘공작’이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면서 이성민은 윤종빈 감독과 황정민, 주지훈과 처음 칸을 찾았다.

“칸 진출 소식을 듣곤 (황)정민도 나도 ‘꼭 가야 돼?’ 그랬다. 가선 영화를 함께한 우리끼리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일정을 마치고 아내와 파리에서 2박3일간, 그야말로 파리 완전 투어를 했다. 하하!”

배우 이성민. 사진제공|NEW


지금 이성민은 ‘공작’으로 또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나오는 호평이다. 1993년 북한 핵개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던 시기, 남북한 첩보전을 그린 영화에서 그는 북 측 고위간부 리명운 역을 맡았다. 경제학을 전공한 명석한 두뇌로 북한 외화벌이를 책임지는 인물이다.

이성민은 ‘공작’과 ‘목격자’의 개봉 시기가 겹치면서 어쩔 수 없이 이들을 비교하는 질문도 자주 받고 있다. “엄연히 다른 작업”이라는 게 그의 첫 설명이다.

“‘공작’은 쉬워 보여도 더 어려운 작업이었다. 말로는 ‘구강액션’이라고 설명했지만, 그게 대체 뭔지도 모르면서 연기를 해야 했다. ‘목격자’는 명확한 상황이 주어져 있다. 각각의 반응을 찾아 그에 집중했다. ‘공작’이 차가웠다면 ‘목격자’는 뜨거웠다.”

이성민은 간혹 ‘공작’ 속 자신의 연기를 좋게 평가해주는 의견을 접할 때면 선뜻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촬영 과정이 얼마만큼 치열했는지 내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알고 있기에 많이 부끄럽다”고 했다. 자신을 평가하는 데에는 꽤 냉정한 편이다.

“긍정적인 반응이 있어도 그건 오롯이 내 역량은 아니다. 확실히, 받는 돈이 커지면 책임질 게 많아진다. 그건 진리인 것 같다.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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