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음담잡담] 논란에도 떳떳한 스윙스, 힙합정신 포장 정당한가

입력 2018-08-20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래퍼 스윙스. 사진제공|저스트뮤직

사례1. 2010년 ‘불편한 진실’이라는 곡이 ‘너넨 환희와 준희/진실이 없어/그냥 너희들뿐임’이라고 맥락 없이 고 최진실 유족을 거론해 ‘유족을 폄훼했다’는 비난을 샀다. 논란이 일자 “고인과 유가족을 욕보이거나 마음의 상처를 줄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했다. 당시 8세였던 준희 양은 청소년이 된 2017년 3월, 이 가사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누리꾼들은 ‘당사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가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했다.


사례2. 2014년 9월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단체 IS의 미국인 참수 장면을 연상케 하는 영상을 SNS에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사례3. 2015년 9월 정신질환으로 입대 10개월 만에 의병전역 하면서 ‘남은 복무 기간 치료에만 전념하며 영리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듬해 1월 랩 수강생을 모집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받았다.

이 사례들은 모두 래퍼 스윙스가 일으킨 일이다. 하지만 그는 활동중단과 같은 ‘변수’ 없이 왕성하게 활동을 해왔다.

스윙스가 직접 한 일은 아니지만, 그가 관련된 ‘물의’의 사례는 더 있다. 그가 이끄는 저스트뮤직 소속 래퍼 씨잼과 바스코는 올해 5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씨잼은 자신의 구속 보도 직후 SNS에 “녹음은 끝내놓고 들어간다이”라는 글을 남겨 논란이 일었다. 저스트뮤직의 또 다른 래퍼 블랙넛은 한 여성 래퍼를 성적으로 모욕한 혐의로 피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소속 가수의 잇단 사건사고에 대해 수장으로서 책임있는 사과는 없었다.

스윙스는 2009년 힙합그룹 업타운 멤버로 데뷔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엠넷 ‘쇼미더머니2’에 출연하던 2013년 한국 힙합계를 뒤흔든 ‘컨트롤 디스전’을 시작해 지명도가 크게 올랐다. 2014년 7월 MBC ‘라디오스타’에서는 자신을 개코 빈지노 버벌진트 도끼와 함께 ‘5대 래퍼’로 꼽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스윙스는 9월7일 방송을 시작하는 엠넷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에 출연한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활발히 활동하는 스윙스와 달리, 고 최진실 자녀는 여전히 스윙스가 만든 노랫말이 주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SNS에서도 “이 사람이 TV에 다시 나오면 우린 부조리와 모든 부정들에게 다시 한번 무릎을 꿇는 것이다”, “방송에서 영구 퇴출시켜야 한다”와 같은 글이 많다.

타인의 상처를 헤집고 고통을 주는 일이 힙합정신으로 포장되는 것은 아닌지, ‘스웨그’의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적용하여 어디까지 이를 용인할 것인지 음악계는 물론이고 방송계도 되돌아볼 때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