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엔터 파워맨] 이종명 대표 “이달의 소녀, 한국을 대표하는 팀 만들자 생각했다”

입력 2018-08-24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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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소녀’라는 가요계 사상 최대규모의 데뷔 프로젝트로 화제를 일으킨 이종명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막대한 시간과 자금을 투자했다고 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8> 100억 투입 ‘이달의 소녀’ 만든 리바이트 유나이티드 이종명 대표

첫 멤버 공개부터 2년 간 음반 17장
총 제작비 100억원…인프라 총동원
이미 미국·브라질에서 긍정적 평가
완전체된 소녀들, 응원 부탁드려요


기획부터 제작까지 4년에 총 제작비 100억 원에 육박한다. 2016년 9월 첫 멤버 공개부터 완전체가 되기까지 2년간 발표한 음반은 모두 17장. 어마어마한 물량이 투입된 끝에 8월20일 첫 완전체 앨범 ‘+ +’를 발표하며 공식 데뷔를 선언한 이들은 여성 12인조 ‘이달의 소녀’다. 12명의 멤버가 차례로 솔로음반을 내면서 얼굴이 공개되고, 공개된 멤버들이 다시 두 명 혹은 네 명씩 짝을 이뤄 또 음반을 내는 방식으로 2년에 걸쳐 열두 멤버를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멤버들의 솔로음반, 듀오음반, 유닛음반 그리고 완전체 음반을 모두 합치면 17장. 이 기간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모두 31편이고, 이 중 13편은 해외에서 촬영됐다. 엄청난 제작비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데뷔음반을 한 질(帙)로 내놓는 가요계 초유의 데뷔방식을 택한 이달의 소녀는 리바이트 유나이티드 이종명(43) 대표가 기획했다. 리바이트 유나이티드(이하 리바이트)는 폴라리스엔터테터인트,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뉴타입이엔티 3개의 음반레이블을 지휘하는 회사다. 폴라리스에는 레이디스코드 아이비 한희준 등 가수와 오윤아 정호빈 등 배우들이 소속돼 있고, EDM 전문레이블 뉴타입에는 돈스파이크 애런 원택 탁 준조 등이 소속돼 있다. 이달의 소녀는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레이블이다. 매머드급 론칭을 이뤄낸 이종명 대표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났다.


● “막대한 비용? 콘텐츠를 잘 만들자는 생각뿐”

-데뷔 비용 100억 원은 어마어마한 수치다.


“제작비를 어떻게 산출하느냐에 따라 그 이상일수도 있지만, 제작비 액수보다는 콘텐츠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제작비는 어떻게 조달했나.


“대부분을 투자 받았다. 기획이 진행되면서 미국, 일본, 한국의 큰 회사들이 공감해주시고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미국과 일본에서 투자 받는 건 이례적이다. 중요한 것은, 돈을 쏟아 부을 기획을 한 게 아니라 기획하다보니 큰 자금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실 투자를 많이 했지만, 헝그리 정신으로 지금까지 왔다.”


-이달의 소녀는 어떻게 기획을 시작했나.

“콘텐츠로 평가받는 시대다. 콘텐츠를 잘 만들어보자는 생각뿐이었다. 2014년 기획을 시작했다. 엔터 사업을 시작하고, 쌓아온 노하우와 인프라를 총동원했다. 업계 최고실력자들을 접촉해 드림팀을 구성했다.”


-독특한 데뷔방식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었나.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를 만들어보자는 오랜 생각을 이루고 싶었다. 멤버 개개인을 먼저 데뷔시켜 실력을 보여주고, 멤버들이 유닛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세계관을 구축하고, 판타지에 대한 열망이 있는 마니아들을 사로잡고, 이들이 완전체가 되었을 때 일반 대중에 어필하는 그림을 그렸다.”

리바이트 유나이티드 이종명 대표.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기존과 다른 데뷔방식, 남다른 세계관

이달의 소녀는 ‘팀 데뷔 후 멤버의 솔로활동’으로 설명되는 일반적 방식과 다르게 솔로부터 유닛, 완전체로 이어지는 특이한 방식을 택했다. 이달의 소녀는 20일 첫 앨범 ‘+ +’ 쇼케이스를 열고 ‘12인조 완전체’로 첫 선을 보였지만, 이들이 주력하는 활동방식은 유닛 활동이다. ‘이달의 소녀 1/3’(희진·현진·하슬·비비),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김립·진솔·최리), ‘이달의 소녀 yyxy’(이브·츄·고원·올리비아 혜) 세 유닛이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하면서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달의 소녀는 아울러 한 세계관 안에 세 개의 독자적인 팀 구조를 가지고 탄생했다. ‘이달의 소녀 1/3’은 지구에 사는 현실적인 소녀들의 조합이다. 소녀들은 거리에서, 학교에서 마주칠 법한 현실 속 이야기들을 담는다.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은 지구와 우주 그 중간계에 위치한다. 뮤턴트 혹은 변종의 소녀들이 모인 오드아이써클은 사랑을 기다리기보다는 쟁취한다. ‘이달의 소녀 yyxy’는 ‘에덴’이라는 이상향의 공간에 존재하는 소녀들이다. 하지만 그 에덴의 소녀들은 금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자아를 찾는 모험을 떠난다. 소녀들은 믿음(faith), 소망(hope), 사랑(love), 분노(anger)라는 각자마다의 감정이 모여 하나의 yyxy라는 존재가 된다.


-무모한 시도라는 주변의 시선도 많았을 것 같다.

“콘텐츠가 탁월하게 좋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충분한 매력과 뛰어난 기량, 잠재력을 가진 멤버들을 선발했기에 처음부터 자신 있었다.”

이달의 소녀는 쇼케이스 하루 앞선 8월1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데뷔 콘서트를 벌였다. 케이팝 가수 중 데뷔 콘서트를 올림픽홀에서 한 신인은 없었다. 데뷔 과정에서 이미 마니아들이 생겨 2600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종명 대표는 “신인 아이돌 그룹은 관객에 보여줄 수 있는 곡이 많지 않아 콘서트를 하기 어렵지만 이달의 소녀는 지난 2년간 곡을 먼저 내면서 레퍼토리가 충분했고, 팬층도 상당히 두터워져 있었기에 성공적인 개최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걸그룹 이달의 소녀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데뷔 미니앨범 ‘+ +’(플러스 플러스)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 서구 팬들에 이미 진가 발휘된 소녀들

이달의 소녀는 해외시장에서 이미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미국 브라질서 주목하고 있다. 유튜브, SNS 통해서 유입된 팬들이다. 첫 완전체앨범 ‘+ +’의 리드싱글 ‘페이보릿’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를 나라별로 분석하면 미국, 한국, 브라질 순이다. 데뷔 콘서트에서도 객석에는 서구권 팬들이 상당했다.


-미주 대륙에서 인기가 높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음악과 콘셉트가 그들에게 어필된 것이다. 충성도 높은 해외팬이 서구지역에 집중돼있으면 그 만큼 해외투어 규모가 커진다. 명실상부한 월드투어를 이룰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 가수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콘텐츠가 좋다면 여자그룹도 아시아인이 가보지 못한 곳에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시장이 먼저다. 한국에서 먼저 지지를 얻지 못하면 해외 나갈 명분도 약하다. 이번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달의 소녀를 위한 음악을 선정하는데 작곡가나 프로듀서의 이름값은 고려하지 않았다.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A&R팀은 ‘좋은 곡을 수집한다’는 일념으로 해외 여러 나라에서 곡을 수집했고, 한 음반당 약 1000곡을 받아 그중에서 엄선했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매출에 대한 부담도 클 것 같은데.


“사실 데뷔 후 자금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데뷔 콘서트 이후 좋은 투자 제안이 왔다. 또 월드투어 제안도 있었다. 유력 글로벌 레코드사로부터 해외 여러 나라 동시발매와 같은 좋은 제안이 많다. 세계 양대 음악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일본 음악시장에서 오퍼가 왔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활동’보다는 콘텐츠를 공개하는데 집중했다. 이제부터 당분간 국내 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이달의 소녀는 이미 스마트폰, 화장품 등 여러 편의 광고에 출연했다. 멤버 희진이 LG전자 스마트폰 Q7 CF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광고다.


-향후 ‘이달의 소년’도 계획하고 있나.

“하하. 그런 계획은 없다.”


● 미국 MBA 마치고 엔터사업 시작…시행착오 거치며 기반

이종명 대표는 2005년 미국 LA의 페퍼다인대학 MBA를 졸업하고 귀국해 엔터사업에 뛰어들었다. 가족이 일광그룹 오너이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평소 음악을 좋아했던 이 대표는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호흡하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음악시장에 눈을 돌렸다.

이 대표가 처음 설립한 회사는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처음 제작한 작품은 색소포니스트 대니 정의 음반이었다. 이어 가수 김범수, 김태우, 아이비 등을 영입하면서 규모를 키워갔다. 김태우가 ‘사랑비’를 히트시키고, 김범수가 MBC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인기를 얻으면서 회사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처음 론칭시킨 신인가수는 걸그룹 레이디스코드였다.


-가수 영입의 특별한 기준이 있다면.

“실력도 좋아야하겠지만, 무엇보다 좋은 인성을 가진 아티스트를 해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를 대표하고 국내외 우리 국민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는 마인드를 가진 아티스트를 키우고 싶었다.”


-낯선 엔터업계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좀 좋지 않은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내가 준비돼 있었다면 시행착오가 없었을 테지만, 그 경험이 자양분이 됐고, 이달의 소녀를 어떻게 이끌고 가야 하는지 명확한 방향도 생겼다.”

리바이트 유나이티드 이종명 대표.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종명 대표는 조직의 수평적 운영 구조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합리적이고 타당한 의견은 존중하고 받아들이면서 개선해나간다고 했다.

“콘텐츠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려면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직원들이 수평적 관계에서 업무를 하다보면 창의력도 발휘된다. 직원들이 직장생활이 어렵고 불행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콘텐츠 제작만큼이나 조직운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대표는 또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뉴타입이엔티 등 각 레이블 임원으로 이사회를 구성해 의견도 나누고 협업의 아이디어도 나눈다. 각 레이블의 경영적 판단은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앞으로 또 어떤 콘텐츠를 기대할 수 있나.

“이달의 소녀가 먼저 성과를 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겠지만, 뉴타입이엔티 소속의 아티스티들이 EDM 분야에서 다양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선보일 콘텐츠가 있다면.

“해외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스포츠스타처럼,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국위 선양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계속 선보이고 싶다. 해외에서 ‘리스펙’(인정)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고, 문화콘텐츠도 ‘메이드 인 코리아’가 뛰어다나는 걸 보여주고 싶다. 대한민국의 작곡가와 뮤직비디오 감독들이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더욱 문화콘텐츠 강국이 되는 데 기여하고 싶다.”


-케이팝은 얼마나 오래갈까.

“한국인 특유의 근성, 기민함, 열정이 있는 한 케이팝은 계속될 것이다. 문화콘텐츠 트렌드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사가 변화할지언정 케이팝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것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시장이 이제 열리고 있다. 이는 케이팝 확산에 새로운 계기가 되고 있다.”


● 이종명 대표는?

▲ 1975년 9월생
▲ 2000∼2005년 미국 페퍼다인대학교 MBA
▲ 일광그룹 비서실
▲ 2006년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설립
▲ 음악학원 M아카데미 대표이사 역임
▲ 현 학교법인 일광학원 이사장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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