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2위 실패’ 한국 체육은 AG를 통해 무엇을 배울까

입력 2018-09-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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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개막식 남북 공동 입장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아시아의 에너지(Energy of Asia)’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8월 18일 개막한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이 2일 자카르타 GBK 주경기장에서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때론 뜨거운 감동도, 때론 진한 아쉬움도 남긴 16일간의 한국 선수단 여정을 되돌아본다.


● 일본에 크게 뒤진 3위,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9개와 은메달 58개, 동메달 70개를 획득해 종합 3위를 차지했다. 가장 많은 6개의 금메달을 수확한 펜싱 등 총 24개 종목에서 177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1998방콕AG부터 시작한 5회 연속 종합 2위 행진이 멈췄다. ‘종합 2위, 금메달 65개’의 애초 목표 달성에 크게 실패했다. 2위 일본(금 75개)과 격차도 26개에 달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여러 종목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이란 등 엄청난 피지컬을 앞세운 다른 나라의 약진도 확인했다.

무엇보다 투자의 중요성도 깨달은 대회였다. 2020년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앞둔 일본 선수단은 엘리트 체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한국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한국 선수단의 경우 ‘효자 종목’ 역할을 톡톡히 한 펜싱은 SK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숱한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기량을 갈고 닦았다. 이제는 유럽 선수들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 기량을 뽐낼 정도로 선수들이 성장했다. 아마추어 종목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는 곧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양달식 펜싱대표팀 총감독은 물론 대한펜싱협회 관계자도 “SK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이 2000시드니올림픽에서 김영호(남자 플뢰레)가 금메달을 따내기 전까지 펜싱 불모지에 가까웠던 것을 고려하면, 투자의 중요성은 결코 작지 않다. 발전 가능성이 큰 종목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긴 것이다. 2020도쿄올림픽을 위한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양궁대표팀 이우석.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뉴 스타’와 감동 스토리도 잊지 말자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새로운 스타들이 여럿 탄생한 대회라는 점은 의미가 크다. 펜싱에선 남자 사브르 오상욱(22·대전대)이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따내며 화려한 대관식을 치렀고, 한국 사이클의 간판 나아름(28·상주시청)은 여자 개인도로와 도로독주, 단체추발, 매디슨 종목에서 우승하며 이번 한국 AG 선수 중 최다인 4관왕에 올랐다. 이는 한국 사이클 역대 최초 AG 4관왕이라 의미를 더했다. 양궁 남자 리커브 개인전과 단체전 은메달리스트 이우석(21·국군체육부대)은 오진혁(37·현대제철)~김우진(26·청주시청)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임을 입증했다.

남현희(왼쪽)와 전희숙이 지난달 20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플뢰레 16강전에서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감동적인 스토리도 빼놓을 수 없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97㎏급 조효철(32·부천시청)은 늦은 나이에 생애 첫 종합국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며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2016년 첫 아이가 태어난 뒤 더 이상 놀면서 운동을 해선 안 되겠다. 힘의 원천은 가족”이라는 말로 감동을 배가했다. 유도 남자 100㎏ 이상급의 김성민(31·한국마사회)은 4강전에서 오지타니 다케시(일본)가 금지기술인 겨드랑이대팔꺾기를 시도한 탓에 극심한 통증을 겪으면서도 다친 팔로 기술을 걸어 금메달을 따내는 투혼을 선보였다.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8강에서 맞붙은 전희숙(34·서울시청)과 남현희(37·성남시청)의 대결도 감동을 안겼다. 다른 피스트에선 득점에 이은 포효가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렸지만, 두 선후배는 어떤 세리머니도 하지 못했다. 정정당당한 승부 속에서도 동료를 향해 칼을 겨눠야만 하는 아픔이 전해졌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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