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짐 내려놓고 ‘새로운 4년’ 돕겠다는 기성용

입력 2018-09-09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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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기성용. 스포츠동아DB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데뷔전(7일 코스타리카전)에선 눈길이 가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주장 완장의 주인 교체였다. ‘캡틴’ 기성용(29·뉴캐슬)의 상징과도 같았던 노란 완장이 손흥민(26·토트넘)의 어깨로 자리를 바꾼 것이다.

기성용은 지난 4년간 한국축구를 대표했던 스타플레이어이자 듬직한 리더십을 보여준 캡틴이었다. 2014년 10월 10일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처음 주장 완장을 찬 뒤 이후 여러 국제대회와 친선경기에서 리더 중책을 맡았다. 20대 초반 정제되지 않은 언행으로 몇 차례 논란에 오르기도 했지만 30대로 접어들면서 동료 태극전사들을 점차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홍명보와 박지성의 뒤를 이어 가장 모범적인 주장으로 손꼽혔던 기성용. 그러나 그 역시 시간의 흐름을 모두 견뎌내지는 못했다. 벤투호의 출항과 함께 주장 완장을 내려놓게 되면서 이제는 한 걸음 뒤에 서서 숨은 리더십을 발휘하게 됐다.

무거운 짐에서 벗어난 기성용은 코스타리카전에서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와 공수를 조율하며 벤투 감독의 데뷔전 승리에 힘을 보탰다. 전반 45분만을 뛰었지만 중원사령관으로서의 존재감만큼은 그대로였다.

코스타리카전 직후 “벤투 감독님과 주장 자리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주장은 나라를 대표하는 영향력을 지닌 선수가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며 주장 교체를 알린 기성용은 지난 4년간 두 어깨에 멨던 짐을 후배 손흥민에게 건넸다. 그러나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동료들과 함께하며 한국축구의 새로운 4년을 곁에서 돕겠다는 마지막 책무를 잊지 않았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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