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혹사, 더 이상은 곤란하다

입력 2018-09-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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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와 평가전을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이 9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가졌다. 사진은 손흥민.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손흥민(26·토트넘)의 휴식 없는 강행군을 두고 말들이 많다. 부상 우려 때문에 칠레와 평가전(11일·수원)에는 쉬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016년 이맘때도 리우올림픽에 이어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유럽챔피언스리그, 러시아월드컵 예선 등을 소화해 혹사 논란이 있긴 했지만 지금만큼 빡빡하지는 않았다.

손흥민이 얼마나 가혹한 일정을 소화했는지 살펴보자.

EPL 2017~2018시즌에서 37경기를 뛴 그는 러시아월드컵 준비를 위해 5월 중순 귀국했다. 이후 석 달간 쉼 없이 달렸다. 각종 평가전을 비롯해 월드컵 본선 3경기에서 젖 먹던 힘까지 짜냈다. 잠시 휴식을 취했지만 이내 소속팀에 복귀해 2018~2019시즌을 준비했다. 팀 훈련과 연습경기는 물론이고 미국에서 열린 2018인터내셔널챔피언스(ICC)컵에도 출전했다. 뉴캐슬과 EPL 시즌 개막전에 출전한 뒤엔 곧바로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위해 대표팀에 소집됐다. 17일간 7경기를 소화한 한국의 빡빡한 일정인 가운데 손흥민은 우승하는 그날까지 6게임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이번엔 A대표팀을 위해 축구화 끈을 다시 조였다. 7일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 선발 출전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로 바뀐 첫 경기이자 주장에 선임된 까닭에 스스로 힘들다고 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11일 칠레전에 출전하면 5월 28일 온두라스전부터 107일 동안 19경기를 뛰게 된다.

경기도 경기지만 잦은 이동과 시차적응도 혹사의 원인이다. 영국~한국~오스트리아~러시아~영국~미국~영국~인도네시아~한국 등으로 숨 가쁘게 옮기며 경기를 치렀다. 이 정도면 몸이 성할 리 없다. 그래서 더 이상의 혹사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팬만이 아니다. 토트넘 팬들도 속이 탄다. 영국 축구사이트 90MIN에 따르면,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의 힘든 일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휴식을 줘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코스타리카의 평가전이 열렸다. 후반 대한민국 손흥민이 전력 질주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중요한 건 손흥민과 감독의 판단이다.

손흥민은 코스타리카전에 앞서 혹사 논란과 관련해 “선수라면 누구나 더 많은 경기에 뛰고 싶은 게 사실이다. 나라를 위해 경기를 뛰는 건 늘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잠도 잘 자고 있어 회복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사명감 때문에 했던 말일 게다. 기계가 아닌 이상 탈이 안 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감독도 이점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벤투는 코스타리카전 후반 22분 선수교체 때 손흥민의 의사를 물었다. 그는 계속 뛰겠다는 의사를 보였고, 후반 37분에야 교체됐다.

칠레전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손흥민의 출전여부는 한국축구의 앞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벤투의 데뷔전은 무사히 치렀다. 기대 이상의 성과도 냈다. 이제 손흥민보다는 다른 선수를 더 많이 살펴보는 게 좋을 듯하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을 대비한다면 더욱 그렇다.

아울러 체력고갈은 부상위험을 암시한다. 지금 손흥민이 그 수준이다. 당장 한 경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긴 안목으로 선수를 아낄줄도 알아야한다. 손흥민은 A매치 이후에도 소속팀에 복귀해 피 말리는 순위경쟁을 해야 한다. 자신의 장기인 스피드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체력회복이 관건이다.

한국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이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대표팀에서 조기 은퇴한 걸 떠올린다면, 손흥민의 관리는 더욱 절실해진다. 손흥민은 대체불능의 한국축구 에이스다. 손흥민과 벤투가 충분한 대화를 나눠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론을 냈으면 한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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