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 불법 스포츠도박 ‘검은 손’ 10대들 노린다

입력 2018-09-11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STOP & CLEAN 불법 스포츠도박 추방 캠페인…왜 ‘SAC’인가?

스마트폰·인터넷 발달로 쉽게 접근
10대들 스포츠 베팅 게임으로 인식
높은 사행성, 도박 중독으로 이어져
국가 미래 달려…경각심 제고 절실


《‘7년, 20여개, 4300억원.’ 7일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밝힌 한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운영조직의 실태다. 경찰은 2011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7년 동안 20여개의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개설, 운영해 4300억원대의 부당수익을 올린 최모(44)씨 등 일당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환수한 범죄수익이 131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단일사건 수사로 100억원 이상 범죄수익을 환수한 건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불법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뿐만 아니다. 이번에 적발한 불법 스포츠도박 가담자 가운데에는 성인은 물론 고등학생까지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이 검찰과 경찰 등 사법당국의 부단한 단속 노력에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제는 10대 청소년들에게까지도 그 ‘검은 손’을 내뻗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15년과 2016년 펼친 ‘불법 스포츠도박 추방 연중 캠페인-SAC(Stop! & Clean!)’을 펼친 스포츠동아가 관련 기획취재 및 보도를 이어가려는 까닭이다. 스포츠동아는 11월 말까지 모두 10회에 걸친 기획취재 및 보도를 통해 대중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누구나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불법 스포츠도박의 폐해와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그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과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계획이다. 불법 스포츠도박의 또 다른 가지인 승부조작 등 부정경기 추방을 위한 프로스포츠 현장의 다양한 노력도 소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건전하고 정정당당한 스포츠레저문화를 정착시키고, 깨끗하며 공정한 사회를 일궈가는 밑거름이 될 것을 기대한다.》

7일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밝힌 최씨 일당의 범죄 수법은 치밀했다. 해외에 서버를 둔 것은 물론 범죄를 숨기기 위해 조직원들의 친구와 지인 위주로 회원들을 모았다. 역할을 나눈 내부조직을 두고 암호를 사용하는 등 이전 불법 스포츠도박 행각을 뛰어넘는 수법으로 4300억원의 부당수익을 취했다.

이렇게 번 돈을 이들은 서울 강남 아파트와 제주도 토지, 고급 외제차 등을 샀다. 일부는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에서 수십억원을 도박비로 쓰기까지 했다. 이들이 취한 부당수익은 회사원 등 성인과 함께 대학생과 고등학생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 스포츠도박이 이미 개인을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 날로 늘어나는 불법의 범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충북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2016년 5월 함께 내놓은 ‘제3차 불법도박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불법도박 시장 규모는 약 83조원(2015년 기준)에 달한다. 2008년 53조원이었던 수치는 2011년 75조원 등으로 늘어나 불법도박 시장이 더욱 커져가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그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설 우려도 없지 않다.

갖은 불법도박의 수단 가운데 최근 몇 년 사이 그 폐해의 심각성을 더한 것이 바로 불법 스포츠도박이다. 축구와 야구, 농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가 대중적 인기를 모으고 관련 산업 역시 질적·양적으로 성장하는 사이 불법의 시장도 커졌다.

이에 따라 검찰과 경찰 등 당국도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2건·101명을 검거한 이후 2013년 20건·212명, 2014년 26건·115명, 2015년 53건·221명이 단속됐다. 2012년 1222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3년 783억원으로 줄어드는 듯했지만, 2014년 4600억원, 2015년 7974억원으로 급증하는 실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의 치열한 단속 노력에도 불법 스포츠도박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 불법 스포츠도박의 위험성

그렇다면 불법 스포츠도박은 왜 끊이지 않는 것일까. 사감위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보고서에서 “최근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신종 지능형 온라인도박을 비롯한 불법도박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혀 놓았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SNS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PC(65%)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53.5%) 등을 통해 불법 스포츠도박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적발된 불법 스포츠도박 운영조직 역시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적극 활용해 범죄를 저질렀다. 더욱이 그 베팅 금액을 소액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고 그 상한선도 없다는 점에서 누구나 쉽게 유혹의 늪에 빠지게 한다. 이는 사행성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이다.

10대 청소년들의 경우, 불법 스포츠도박을 마치 게임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위 보고서는 “도박 경험이 적고, 경력이 짧을수록 불법 스포츠도박 처벌 규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불법 스포츠도박이 국내뿐 아니라 축구를 비롯한 해외 스포츠경기로까지 그 베팅의 대상을 확대하면서 경기나 선수 기량 분석 등을 통해 얼마든지 자신의 ‘역량과 능력’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줌으로써 그 불법성을 인식하지 못할 위험성이 크다.

이처럼 비교적 쉬운 접근과 높은 사행성, 참여자들의 인식과 경각심 부족은 도박 중독으로까지 몰고 온다. 사감위 등이 불법도박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불법도박 참여자 가운데 중독 위험집단은 10.2%였지만 합법사행산업 참여자는 8.3%였다. 병적 도박자의 경우 합법사행산업 참여자는 5.2%인 데 반해 불법도박 참여자는 그 3배가 넘는 18,6%에 달했다. 특히 불법 스포츠도박 참여자의 중독 위험성 평가 항목에서 병적 도박자는 57.1%에 이르렀다. 불법도박을 경험한 이들의 중독 위험성이 그만큼 높다는 설명이다.


● 불법 스포츠도박의 폐해, 이제 제대로 알자

이 같은 도박 중독은 우선 개인에게 경제적 손실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도박 참여자 10명 가운데 6명(59%)이 경제적 손실을 도박으로 인해 경험한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는 카지노, 경마, 온라인 도박 참여자의 것보다 많은 응답이다. 또 불법 스포츠도박 참여자들은 생활(26.2%), 가족(22.5%), 건강(17.6%), 대인관계(17.2%) 등도 도박 경험 때문에 경험한 문제라고 답했다. 한 마디로 불법 스포츠도박이 일상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심각한 폐해를 안겨주는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폐해는 “그 자체로 범법행위일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도박중독, 실직, 개인파산, 가정파탄을 가져오고, 경제적 손실, 탈세와 지하경제 양산, 단속과 치유비용 등 국민경제 전체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고 사감위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지적했다.

국민체육진흥법은 “투표권 발행권자가 아닌 자가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여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스포츠토토를 제외한 모든 수단과 형태의 스포츠베팅은 불법이며, 그 중독 위험성과 그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과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누구나 ‘악마의 유혹’이 뻗친 ‘검은 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법 규정은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불법 스포츠도박이 개인적 손실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갖은 위험과 폐해를 가져다줄 수 있음을 인식하지 않는 한, 어떤 대책과 단속도 실효성을 갖지 못할 것이다”고 경고하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