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외인 100만 달러↓규정의 함정

입력 2018-09-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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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이사회는 지난 11일 새 외국인선수의 몸값 총액 상한선을 정했다. 이는 당장 2019시즌을 대비해 외국인선수를 물색하던 구단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몸값에 관계없이 재계약이 가능한 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왼쪽)과 세스 후랭코프는 타 팀에게 그림의 떡과 같다. 스포츠동아DB

미국프로풋볼리그(NFL)는 매출규모에서 메이저리그와 북미프로농구(NBA)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미국 최고 인기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풋볼이 야구와 농구를 제친 배경에는 경기의 희소성, 비교적 짧은 경기시간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리그평준화의 성공이 결정적이었다. NFL은 메이저리그와 달리 하드 셀러리 캡을 통해 선수단 연봉 규모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모든 구단의 수입을 똑같이 배분하며 프랜차이즈에 따른 빅 마켓과 스몰 마켓의 구분을 없앤 것도 리그 평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KBO리그는 수년째 과열된 프리에이전트(FA) 시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메이저리그도 사치세 등 소프트 셀러리 캡을 통해 전력평준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KBO리그는 FA제도 개혁에 여전히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 KBO 이사회는 내년부터 새롭게 영입되는 외국인 선수에 한해 계약 총액(이적료 포함)을 100만 달러 이하로 규제하는 새 규정을 신설했다. KBO 정운찬 총재는 “왜곡되고 있는 외국인 선수 시장에 KBO가 개입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국내 선수 FA제도는 향후 선수협의회와 소통하며 보완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10개 구단 대표이사와 KBO 총재가 협의한 사안이지만 현장의 시각은 다르다. A구단 단장은 “새 규정을 통해 끝도 없이 치솟던 외국인 선수의 몸값, 특히 이적료는 진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미국 팀과 에이전트들이 외국인 전력보강이 절실한 한국 팀들의 급한 상황을 악용해 연봉과 이적료를 비정상적으로 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전력 교체가 필요한 팀들은 당장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B팀의 베테랑 코치는 “큰일이다. KBO리그는 극심한 타고투저가 이어지고 있다. 이적료만 50만 달러씩 지급하고 데려오던 선수들은 이제 꿈도 못 꾼다. 안 그래도 외국인 투수를 복권당첨 확률에 비유했는데 이제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올 시즌이 끝나고 대부분 팀들은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야 한다. 1위 두산 베어스는 투수 2명이 빼어난 활약을 하고 있어 고민이 덜하다. 그러나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는 투수 2명 모두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한 팀에 선발투수가 5명이지만 국내선수로 3선발까지 완전히 갖춘 팀이 많지 않은 현실이다. 외국인 투수가 1~2선발을 맡는 팀이 많다. 팀에 따라 팀 전체 선발 전력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페넌트레이스 1위를 눈앞에 두고 있는 두산 역시 외국인 투수 2명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결국 연봉총액 100만 달러 이하 규정은 전력평준화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울러 당장 FA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는 국내 FA에 대한 훌륭한 대체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새 규정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번 연봉 총액 제한에 대해서도 불안한 시선을 거둘 수 없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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