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80억↓’ 규제의 역설 피할 수 있나

입력 2018-09-2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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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정운찬 총재. 스포츠동아DB

KBO 정운찬 총재는 지난 12일 “시급한 과제인 프리에이전트(FA) 제도 개혁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논의하겠다. 개인적으로 FA 액수가 너무 높아 구단과 프로야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10개 구단 대표이사가 참가한 KBO 이사회는 FA제도 개선에 대해 깊은 논의를 했다.

보상선수와 보상금액, 취득기간을 세분화환 등급제 도입으로 FA 공급 확대를 선택할 것 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KBO 이사회와 정 총장은 매우 급진적인 선택을 했다.

KBO는 이사회 종료 후 선수협회에 ‘FA 계약 총액을 80억원 이하로 제한하는 상한제 도입’, ‘취득기간 단축’, ‘등급제 시행’을 제안했다.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80억원 이하로 설정된 상한제다.

선수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선웅 변호사는 26일 “프로야구 선수들 모두 구단과 리그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여러 제도의 변화, 규제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KBO의 제안은 너무나 급진적이면서 강경하다. 당장 올해부터 시행하자고 한다”며 난색을 표한 뒤 “정책적으로 공급을 늘리면 가격은 내려간다. 등급제 도입과 FA 취득기간 단축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번에 제안된 등급제는 현 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KBO는 선수협회에 10개 구단과 함께 협의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10월 중순까지 FA와 관련해 새 규약을 확정, 올해 곧바로 시행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양의지(두산 베어스)는 몸값이 100억원을 훌쩍 넘어갈 것이란 예상이 많았는데, 당장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선수협회는 조만간 공식적인 입장을 KBO에 전달할 예정이다. 선수들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주를 이룬다. 김 사무총장은 “새로운 규제를 시행하기에 앞서 팬, KBO, 구단, 선수, 미디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을 만드는 방법도 있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총액 80억원 이하 상한제는 액수 설정과 실효성에도 논란이 따른다. 역대 FA계약 중 4년 총액 80억 원 이상 계약은 총 16건이었다. 구단의 연봉 총액을 규제하는 셀러리 캡도 아닌 단일 계약의 상한제이기 때문에 더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08~2009년 시행했지만 대부분 구단이 위반했던 다년계약·계약금 금지 규정처럼 음성적인 이면계약만 늘어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의견도 많다.

KBO가 선수협회에 전달한 등급제는 B등급에도 보상선수 규정이 포함됐다. A등급은 현재처럼 보호선수 20명, B등급은 보호선수 25명 외 1명을 보상선수로 내줘야 한다. 그러나 보상선수가 특급 FA의 몸값만 올리는 가장 큰 원인이었기 때문에 공급은 늘리지 못하고 규제만 가하는 모양세가 될 수 있다. 특히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최근 3시즌 평균연봉 팀 내 순위로 제안됐는데 이 역시 구단이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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