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롯데·NC의 교훈 ‘주전포수의 가치’

입력 2018-10-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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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강민호.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세이버메트릭스는 이미 현대야구를 지배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포수의 수비능력만큼은 데이터화에 어려움이 많다. 미국에서는 포수의 프레이밍 능력까지 수치화해 선수평가에 적용하고 있지만 투수리드에는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도루 저지 능력은 수치화가 매우 간단하지만 이 역시 투수의 능력에 매우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객관적이지 못하다.

포수의 투수리드 능력은 이처럼 계량화로 단순화 할 수 없는 매우 심오한 영역이다. 1군 엔트리에서 신인을 찾아보기 가장 어려운 포지션이 포수인 이유기도 하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는 KBO리그에 큰 교훈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바로 주전 포수의 가치다.

지난해 롯데는 페넌트레이스에서 3위를 차지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NC에 패했지만 2016년 8위에서 3위로 뛰어오른 성공적인 시즌이었다. 최근 스토브리그에서 집중적인 투자를 계속한 롯데는 2018년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욕심을 냈다. 그러나 주전 포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를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뺏기면서 시즌 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큰 혼란에 빠졌다. 강민호의 대체제로 점찍어뒀던 안중열이 부상을 당하면서 그 대신 기용된 젊은 포수들은 투수의 장점을 살리는 리드를 보여주지 못했다. 프레이밍, 블로킹, 도루저지 능력 모두 10개 팀 중 최하위권이었다.

강민호는 뛰어난 공격 능력을 갖춰 타격이 항상 먼저 주목을 받는다. 그러나 공격적인 투수리드, 타석에 있는 타자와 펼치는 현란한 심리전 능력, 정상급 송구 능력을 가진 포수다. 무엇보다 1400경기 이상을 함께한 롯데 투수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다. 롯데는 정상을 꿈꿨지만 강민호의 이탈 후유증은 시즌 내내 영향을 미쳤고 결국 가을야구 탈락 위기에 몰려 있다.

김태군. 스포츠동아DB


NC는 올해 처음으로 주전포수 김태군 없는 시즌을 치렀다. 김태군이 입대하면서 시즌 초부터 포수난이 시작됐고 창단 첫 최하위 위기를 맞고 있다. 김태군은 “투수는 예민한 포지션이다. 투구 리듬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헌신적인 소신을 갖고 그라운드에서 빼어난 투지를 보여줬다. NC의 젊은 투수들은 김태군의 성실함 속에 함께 성장했다. NC는 김태군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추락하다 시즌 중 정범모를 급히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여전히 빈자리는 커 보인다.

롯데와 NC는 개막 전부터 삼성 이지영을 트레이드로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협상은 실패했다. 삼성은 수준급 투수를 원했고 두 팀의 포수 보강을 경계했다.

수도권 한 팀과도 접촉이 있었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반면 넥센 히어로즈는 주전 포수 박동원이 시즌 중 불미스러운 일로 전력에서 완전히 이탈했지만 최근 2년간 집중적으로 육성한 김재현과 주효상이 제 몫을 다하며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각 팀의 주전 포수들은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타격 훈련을 상당시간 포기하고 불펜에서 훈련보조요원들과 함께 투수들의 공을 받는다. 먼저 같은 팀 투수를 파악하고 신뢰 관계를 쌓기 위해서다. 1위 두산 베어스 전력의 절반이라는 평가가 따라는 양의지는 캠프에서 새 외국인투수 조쉬 린드블럼의 공을 받으며 잠실구장에 최적화된 투수 리드를 연구했고, 결국 성공을 함께 이뤘다.

그만큼 타격 능력을 떠나 주전포수가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올 시즌이 끝나면 양의지와 SK 와이번스 이재원까지 두 명의 주전포수가 FA자격을 획득한다. 넥센 김재현은 군에 입대해야 한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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