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이창희 “좌절은 또 다른 기회, 꿈 놓지 마세요”

입력 2018-10-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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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넘의 유일한 동료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아모스로 분한 이창희. 그는 전작 ‘맨 오브 라만차’에 이어 이 작품에서 비로소 ‘꿈’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티엔네이션

■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 이창희

바넘의 유일한 조력자 ‘아모스 스커더’ 역
전작에 이어 ‘꿈’에 대해 고민…해답 찾아
“꿈을 포기하지 않아 뮤지컬 할 수 있었죠”


몇 해 전의 일입니다. 뮤지컬 ‘원스’라는 작품(영화로 더 유명하죠)을 보다가 “저렇게 노래를 잘 하는 배우를 내가 모르고 있었나”하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악기 소리들을 뚫고 차오르는 소리의 결이 불에 달군 쇠꼬챙이처럼 단단했습니다. 입을 벌리고 있는 제게 누군가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 배우 O.P.P.A 메인보컬 출신이야”. 아하! 그러면 그렇지. 그날 저를 놀라게 했던 배우는 바로 이창희 배우였습니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이기도 하지요.

이창희 배우를 충무아트센터 2층 ‘비밀의 공간’에서 만났습니다. 인터뷰 영상 촬영을 진행하기에 딱 좋은 곳이죠. 이창희 배우는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에서 ‘아모스 스커더’ 역을 맡고 있습니다. ‘위대한 쇼맨’(실은 협잡꾼, 사기꾼 소리를 주로 들었지만)으로 불리는 바넘의 유일한 후원자이자 사업 파트너, 인생의 동료인 인물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젊은 아들에게 박물관을 물려주었습니다. 평생 실패만 거듭해 온, 무일푼의 바넘이 아모스를 찾아와 사업제의를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바넘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모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아마 박물관을 지키면서 그럭저럭 평범하게 살았겠죠. 극중 아모스는 20∼30대, 바넘은 30∼40대로 설정이 되어 있어요. 19세기 남자의 40대면 적은 나이가 아니었을 겁니다. 바넘은 저를 찾아와 마지막 카드를 내밀었겠죠.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으니 더욱 간절했을 테고요.”

이 뮤지컬을 관통하는 주제는 ‘꿈’입니다. 바넘은 자주 “나는 꿈꾸는 사람”이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아모스에게는 “네 꿈은 침대 위에서나 꿔라”며 독설을 퍼붓습니다. 두 사람에게 꿈은 어떤 의미일까요.

“임파서블 드림이죠. 이룰 수 없는 꿈. 제가 직전에 한 작품이 ‘맨 오브 라만차’였어요. 돈키호테가 꿈을 꾸는 자라면 제가 맡은 까라스코는 꿈을 꾸지 않는 자였죠.”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에서의 이창희. 사진제공|아이오케이컴퍼니 티엔네이션


이창희 배우는 라만차를 하면서 꿈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바넘’으로 넘어와서야 비로소 나름의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꿈꾸는 사람의 인생이 꿈을 꾸지 않는 사람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제 결론은 지금 우리가 꿈을 꾸고 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살면서 한 번이라도 꿈을 꾸어본 적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박건형, 유준상, 김준현 배우가 맡고 있는 바넘과 아모스의 브로맨스가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창희 배우는 “두 사람은 결국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바넘은 불타는 박물관 앞에서 좌절하다가 “검게 타오르는 불길은 또 다른 기회”라 노래하며 무릎을 폅니다. 이창희 배우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20대 초반에 가수활동을 접고 시작한 옷가게 사업이 두 번이나 망했습니다. 간신히 빚을 갚고 군대를 다녀온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뮤지컬이라는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바넘도 아모스도 ‘위대한 사람’이었습니다. 바넘이 빛이었다면 아모스는 어둠이었죠. 위대함을 믿어줄 수 있다는 것 또한 위대함이라고 믿습니다. 바넘이 위대한 쇼맨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아모스라는 2등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꿈을 찾아 자갈밭을 달렸던 두 남자의 이야기. ‘바넘: 위대한 쇼맨’은 10월2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합니다.

◆ 동아닷컴 VODA, 네이버TV, 카카오TV에서 ‘스타저장소’를 검색하시면 인터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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