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련의 주인공, 마침내 ‘우승 恨’ 풀었다

입력 2018-10-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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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가 1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의 17번째 우승자이자 마지막 챔피언으로 등극한 뒤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본부

가깝고도 먼 우승이었다. 지난 2년간 정상 문턱 앞에서 좌절한 기억만 6차례. 남몰래 눈물을 훔치던 비련의 주인공은 어렵게 찾아온 7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는 그토록 기다리던 우승 트로피 앞에서 끝내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전인지(24·KB금융그룹)가 마침내 지긋지긋한 ‘준우승 징크스’를 깨트렸다. 1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파72·631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약 22억원) 최종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몰아친 끝에 16언더파 272타 역전우승을 이뤄냈다.


● 눈앞에서 놓친 우승 트로피만 6개

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5승으로 평정하고 이듬해 미국으로 향한 전인지 앞에는 거칠 것이 없어보였다. 그해 9월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을 제패하면서 탄탄대로를 열어젖혔다.

그러나 미국 무대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15년 US오픈 우승(LPGA 비회원 자격)과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들떠있던 루키를 가로막은 장애물은 지독한 준우승 징크스였다. 2017년 무려 5차례의 준우승을 기록하면서 남모를 마음고생을 했다. 승부 근성이 부족하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시달려야했다.

이처럼 이중고에 아파하던 전인지는 지난해 12월, 약 1년여의 후원사 공백을 깨고 KB금융그룹과 손을 잡고 새 출발했다. 그러나 우승 트로피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졌다. 5월 킹스밀 챔피언십을 앞둔 시점에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필드 위에 올라 주변을 놀라게 했지만, 이 대회마저도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전인지가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시점은 이달 초였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여자골프 국가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포볼 매치 3경기와 최종라운드 매치 플레이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한국의 첫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단체전 우승이었지만 약 2년 만에 맛본 정상 등극의 기쁨은 전인지를 미소 짓게 했다.

14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앤 리조트에서 열린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FR에서 전인지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KLPGA


● 국내 팬들 앞에서 우승 입맞춤

국가대항전 왕관을 머리 위에 얹은 전인지는 다시 힘을 얻었다. 연이어 출전한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10언더파 206타 공동 4위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전인지는 전반에만 버디를 5개나 낚으면서 단독선두로 뛰어올랐다. 후반 첫 10번 홀(파4)에서 티샷 실수로 보기를 기록하긴 했지만 파5 13번 홀과 파4 15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면서 2위 찰리 헐(22·잉글랜드)과의 격차를 2타로 벌렸다. 이어 헐이 16번 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하면서 역전우승이 완성됐다.

우승 직후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전인지는 “되돌아보면 힘든 시간이 많았다. 개인적인 부진과 좋지 못한 댓글이 겹치면서 스스로를 자꾸 바닥으로 밀어 넣으려고 했다. 이에 주변에서도 힘들어했다. 또한 올해 헤어스타일을 바꾼 뒤에는 또 다른 루머에도 시달렸다”며 울먹였다.

이처럼 필드 안팎에서 힘들어하던 전인지를 다시 일으켜 세운 원동력은 가족과 팬들의 응원이었다. 3만여 갤러리 앞에서 역전우승을 이뤄낸 전인지는 “편찮으신 할머니의 ‘건강해야 돼’라는 한 마디가 큰 힘이 됐다. 또한 팬들께서도 오랫동안 응원을 해주셨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어렵게 우승을 한 만큼 다시 예전의 건강한 마음가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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